“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빚 떠안는 연예인 많아…강경 대처로 살 길 마련해야”
배우 김혜수가 어머니의 빚 문제와 관련, 변제의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박정훈 기자
김혜수의 어머니 A 씨가 주변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시작한 것은 2011년의 일이다. 한 피해자는 “3개월만 빌려주기로 하고 차용증을 써서 돈을 빌려줬는데 돈이 더 들어가야 한다며 1000만 원 씩 총 1억 원을 받아갔다. 나중에는 이자조차 주지 않았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이 시기 A 씨는 경기도 양평에 타운하우스를 짓기 위한 투자금으로 지인들에게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가운데는 국회 상임위원장을 지낸 현직 여당 국회의원까지 포함됐다. 이 의원의 피해 금액은 2억 5000만 원 상당으로 피해자들 가운데 최고액이었다. 이들은 모두 “배우 김혜수의 어머니라고 해서 믿고 돈을 빌려준 것이지, A 씨 자체를 보고 빌려준 것이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A 씨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늘려 갔다. 양평 타운하우스 사업이 수포로 돌아가 이자와 원금을 갚기 막막해지자 다른 사업을 내세워 또 다른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는 식이었다. 하지만 A 씨가 ‘대박’을 주장한 사업들이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거나 실제 추진되지 않은 사업으로 드러나면서 결국 돈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배우 김혜수. 사진=고성준 기자
이 같은 사실이 지난 10일 보도되면서 침묵을 고수하고 있던 김혜수 측은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그간의 어두운 가족사를 직접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어머니와는 2012년부터 불화를 겪기 시작해 가족의 연을 끊었다는 게 김혜수의 이야기다.
김혜수의 법률대리인 박성철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김혜수의 어머니는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많은 금전 문제를 일으켰던 사람”이라며 “김혜수는 어머니의 일과 관련해 전혀 알지 못했고, 관여한 바도 없다. 이를 통해 어떤 이익을 얻은 바가 없음에도 어머니를 대신해 변제 책임을 떠안아 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머니의 피해자들이 김혜수를 상대로 소송을 건 적도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까지 이어졌던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김혜수의 손을 들어줬다. 김혜수에게 어머니의 빚을 변제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이로써 빚의 책임은 온전히 어머니 A 씨에게 돌려진 상황이다.
박 변호사는 “이 사건 문제의 책임은 김혜수가 아닌 어머니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A 씨가 딸의 이름이나 지위를 이용해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켜 왔고, 김혜수는 더 이상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A 씨가 2012년 기준으로 김혜수의 전 재산으로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빚을 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처럼 과거부터 계속해서 쌓여 온 어머니의 빚을 갚느라 데뷔 33년차인 톱배우가 월세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배우 김혜수. 사진=박정훈 기자
이 시기 김혜수가 “더 이상 어머니의 빚을 갚을 수 없다”고 밝히면서 모녀간의 관계가 악화됐고, 2019년 현재까지도 끝내 화해하지 못했다. 박 변호사는 이에 대해 “부모의 어려움을 자식이 돕는 것은 당연하다는 마음으로 (A 씨의 채무 변제를) 해 왔지만 일상처럼 반복되고 상식 수준을 넘어서면서 불화를 겪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혜수는 어머니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견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무조건 책임을 떠안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김혜수의 이야기다. 자신이 개입해서 이득을 본 바가 없으며, 피해자들로부터 고지조차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미 연을 끊은 어머니의 빚을 갚아야 할 책임이나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김혜수는 앞서 같은 이유로 가족의 빚쟁이들에게 시달린 연예인들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제 이름이 거론됐으니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닌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하고 법적 검토를 거쳐 마지막까지 합당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김혜수의 현재 입장이다. 여기에 더해 “본인의 명의를 도용해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더욱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해 어머니 A 씨에게 쐐기를 박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본인이 개입하지 않은 일에도 무조건 죄송하다, 책임지겠다는 게 아니라 저런 태도로 나오는 게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부모가 연예인 자녀의 이름을 팔아 사기 치는 건 이 바닥에선 너무나 흔한 일이다. 그걸 다 갚아주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도 아니고 그냥 체에다가 수돗물을 틀어놓고 있는 수준”이라며 “‘오히려 이렇게 ‘명의 도용’을 부각시켜 법적 대처 하겠다고 강하게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비슷한 피해를 입고 있는 후배 연예인들에게도 살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