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적들’에서 “제가 해당이 될까봐” 언급한 게 와전
그럼에도 일각에선 타살설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고 타살설을 입증할 정황이나 증거, 내지는 관련 의혹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타살설이 제기되는 까닭은 고인의 과거 발언 때문이다. 고인이 과거 한 방송에서 “나는 절대 자살 안한다. 내가 자살로 기사 뜬다면, 타살이다”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댓글을 통해 확산되면서 타살설을 야기했다.
문제의 방송은 바로 2016년 12월 28일에 방송된 TV조선 ‘강적들’이다. 문제의 발언은 방송 가장 앞부분에 나온다. 이날 특별 게스트로 출연한 정두언 전 의원은 MC인 박종진과 김성경을 통해 소개를 받자 바로 의문사 얘기를 꺼냈다.
“안 나온 게 한 가지 있어요. 의문사가 좀 있어요. 최태민 가족과 관련된 이 주변에서”라고 말문을 연 정두언 전 의원은 “5촌끼리 서로 찔러 죽이고 자살하고 이런 것도 있거든요. 그 전에도 저는 그게 도대체 이해가 안 갔는데 저는 그런 것도 밝혀져야 된다고 봐요”라고 얘기했다. 또 다른 의문사도 있는지를 묻는 김성경 MC의 질문에 “또 다른 의문사가 있더라고요. 하여간 그 주변 인물들.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도 있고. 길 가다가 밤에 퍽치기로 죽는 사람도 있고”라고 답했다.
TV조선 ‘강적들’ 방송 화면 캡처.
이에 이봉규 시사평론가가 “앞으로도 또 죽을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그 질문을 받자 정두언 전 의원은 “제가 해당이 될까봐 좀…”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된 “제가 해당 될까봐”가 바로 그 문제의 발언이었다. 그렇지만 말을 다 끝내지 못하고 웃었을 만큼 진지한 분위기가 아닌 가볍게 흘리는 발언 정도였다. 결정적으로 이날 방송에서 “나는 절대 자살 안한다. 내가 자살로 기사 뜬다면, 타살이다”는 발언을 하진 않았다. 뿐만 아니라 정 전 의원이 다른 방송이나 인터뷰에서 이런 발언은 했다는 기록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방송 흐름 상 가볍게 말한 “제가 해당 될까봐”라는 발언이 “나는 절대 자살 안한다. 내가 자살로 기사 뜬다면, 타살이다”라는 발언으로 뒤바뀌면서 타살설까지 야기하고 만 것이다.
오히려 고인의 과거 인터뷰를 보면 우울증으로 힘들어 했으며 자살을 시도했지만 미수에 그친 경험을 털어 놓았었다.
우선 과거 한 인터뷰에서 “퇴직금을 모두 투자해 출마한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후 우울증에 걸려 자살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고 밝히며 “우울증 치료를 받았었고 우울증에 걸리면 약 먹으면 낫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인터뷰를 통해 자살을 시도했던 경험을 털어 놓기도 했다.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선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낙선 뒤 극심한 우울증이 와서 목을 매기도 했다고 털어 놓은 것. 당시 인터뷰에서 고인은 “‘내가 이 세상에서 할 일이 없겠구나’ 생각이 들 때, 삶의 의미도 사라진다. 내가 이 세상에서 의미 없는 존재가 되는 거다. 급성 우울증이 온 거지”라며 “고통에서 피하려면 죽는 수밖에 없으니 자살을 택한 거야. 14층 건물에 불이 나서 불길에 갇힌 사람이 뛰어 내리는 거나 비슷하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병원을 찾았다. 그냥 있으면 또다시 스스로 해칠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