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조선업 불황 끝에 올해 흑자전환 전망 대두…해외 손해배상 악재로 인해 회의적 시각도
삼성중공업은 2015년 1조 5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둔 이후 현재까지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직원 수는 마지막 흑자를 거둔 해인 2014년 말 1만 3788명에서 지난해 말 1만 114명으로 줄었다. 삼성중공업의 연간급여 총액도 2014년 9940억 원으로 1조 원에 육박했지만 2018년에는 7106억 원으로 하락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업 불황으로 인해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조선업에 부정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 5월 장원익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2017년 수주량 5600만 GT(총 톤수)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로 전환했으며 2018년 약 5900만 GT로 연속 상승세가 보임에 따라 장기 불황 종료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며 “한국은 호황이나 불황에 상관없이 전체 수주량의 35% 이상을 차지하면서 꾸준한 수주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2018년 세계 수주량은 전년 대비 약 5.9% 증가한 반면 한국 수주량은 28.6% 증가해 한국의 수주 경쟁력 우위를 방증한다”고 전했다.
최근 삼성중공업에 연이은 수주 소식이 전해지는 것도 고무적이다. 지난 6월, 삼성중공업은 버뮤다 지역 선주로부터 4497억 원 규모의 LNG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일에는 유럽 지역 선주로부터 1348억 원 규모의 특수선 1척을 수주했고, 11일에는 파나마 지역 선주로부터 1467억 원 규모의 원유 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2018년과 2019년 현재까지 상선 중에서 수익성이 양호한 LNG선 수주에 선두 주자이며 올해 하반기에도 러시아발 LNG선 수주 기대감이 유효해 2019년 동종 업계에서 가장 높은 LNG선 수주 성과를 예상한다”며 “2017년 하반기 이후 증가한 상선 수주가 올해 2분기부터 매출에 본격 반영되면서 실적 안정화를 이끌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삼성중공업에 악재가 닥쳤다. 지난 5월, 영국 중재 재판부가 삼성중공업에 미국 선사 엔스코글로벌(엔스코)에게 1억 8000만 달러(약 2164억 원)를 손해배상 명목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2007년 엔스코와 선박건조계약을 체결했고,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사가 해당 선박에 대해 용선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삼성중공업과 엔스코의 건조계약 체결 과정에서 중개인에게 지급한 중개수수료 일부가 부정하게 사용됐다고 페트로브라스가 주장하면서 용선계약을 취소했고, 이에 대해 엔스코가 삼성중공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엔스코와의 소송 건으로 1억 8000만 달러의 충당금 설정이 불가피해 당기순손실이 대폭 증가할 전망이며 국제유가 하락으로 드릴십 매각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도 흑자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영국 중재 재판부의 사실관계 및 법리적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사법절차를 통한 구제방안으로 영국 고등법원에 항소 제기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뿐만 아니다. 페트로브라스는 지난 3월 미국 텍사스 법원에서 삼성중공업에도 소송을 제기했다. 중개수수료 일부가 부정 사용돼 페트로브라스가 비싼 가격으로 용선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에서다. 청구금액은 2830억 원으로 최악의 경우 총 5000억 원 가량을 손해배상에 지출해야 한다. 삼성중공업은 “페트로브라스가 청구한 내용의 상당 부분이 근거가 약해 삼성중공업의 책임범위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법률 및 기술 자문단을 구성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삼성중공업. 사진=고성준 기자
삼성중공업은 그간 삼성그룹 계열사의 적지 않은 지원을 받아 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조 4088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2040억 원, 삼성생명이 391억 원, 삼성전기가 276억 원을 지원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에도 삼성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해 1810억 원을 출자했다. 삼성생명과 삼성전기도 각각 347억 원, 245억 원을 지원했다. 당장 삼성중공업에 유상증자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최근 삼성전자에 여러 악재가 있음을 감안하면 이전과 같은 지원을 향후에도 할 수 있을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은 52조 원으로 지난해 1분기 61조 원에 비해 하락했다.
그렇다고 삼성그룹이 삼성중공업을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다.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을 묶어 총괄하는 ‘EPC 경쟁력 강화 TF’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EPC TF와 회의를 갖기도 했다. 재계 일부에서는 이 부회장이 비전자 계열사도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이나 현대중공업에 비해 수주량이 뒤쳐졌지만 점점 그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시장 점유율은 2016년 13.4%에서 2017년 18.8%, 2018년 20.5%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오는 26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많은 수주량으로 인해 올해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아직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SK증권은 올해 삼성중공업이 86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고, 하이투자증권은 16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그렇지만 어느 쪽이건 지난해 4000억 원 대의 영업손실에 비하면 상당한 실적 개선을 이루는 셈이다. 또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526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이보다 상승한 60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오랜 고난을 딛고 삼성그룹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 실시로 1분기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였고,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을 완화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글로벌 경기의 개선이 예상된다”며 “이는 글로벌 물동량 증가, 용선 시장의 회복, 투자 심리에 대한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며 올해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신조시장 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