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삼성전자 ‘구원투수’ 나설까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조 501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월 초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요구로 자구안을 제출했다. 자구안의 주 내용은 인력 감축, 부동산 매각, 유가증권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늘리겠다는 것으로 규모는 1조 4551억 원이다.
그러나 여기에 추가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 삼성중공업의 경영진단을 맡은 삼정KPMG 회계법인은 자구안이 이행되더라도 향후 5년간 삼성중공업의 부족자금이 8000억~1조 6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중공업은 부족한 자금을 유상증자를 통해 보충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자구안 외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부족한 현금을 보충할 계획이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삼성중공업의 주요 주주인 삼성 계열사들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삼성 계열사가 가진 삼성중공업의 총 지분은 24.08%다. 최대주주는 17.62%를 보유한 삼성전자다. 지분대로라면 삼성 계열사가 유상증자에 써야 하는 돈은 총 3780억 원이고 이중 삼성전자가 2766억 원을 써야 한다.
만일 삼성 계열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삼성중공업에는 큰 악재다. 다른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비삼성 계열사가 유상증자에 관심 있어 한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없다”며 “일시적 자금 부담을 해결하자는 건데 최대주주인 삼성전자가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조선업의 어두운 전망 때문에 다른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은 발주가 줄면서 수주 잔고가 감소되고 선박 가격도 하락하는 국면”이라며 “하반기에도 조선업의 수주 가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수주 잔고 부족으로 내년 매출 급감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중공업은 급한 대로 보유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삼성중공업은 두산엔진 지분 14.12%를 373억 원에 매각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비조선업 회사의 지분 매각은 자구안에 포함된 내용으로 이미 매물로 나와 있지만 조선업 관련 지분은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지분의 장부가액은 약 6500억 원이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대부분 지분은 조선업 관련 회사며 비조선업 회사 지분은 모두 합쳐도 400억 원 정도다. 결국 현금 마련을 위해 조선업 관련 지분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잘 모르겠다”고만 할 뿐 유상증자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더라도 외국인 주주 문제가 변수다. 지난 4일 기준 삼성전자 지분의 외국인 비율은 51.22%다. 이들은 삼성 계열사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어서 유상증자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삼성전자의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상증자만 잘 이루어진다면 삼성중공업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예측도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구조조정 등으로 원가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며 “유상증자가 순조롭게 완료된다면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의 삼성중공업 관계자 역시 “3분기부터는 자구안이 실행됨에 따라 분기당 500억 원가량 비용을 절감해 수익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수주 절벽’서 반전 노린다…“우린 대우조선과 달라” 주장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조선 3사로 묶어서 이야기하지만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처럼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조 9372억 원으로 삼성중공업(1조 5019억 원), 현대중공업(1조 5041억 원)에 비해 1조 원 이상 높다. 또 지난해 말 기준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은 각각 298%, 143%였던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7308%에 달했다.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만큼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고 하지만 올해 실적은 대우조선해양보다 못하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그러나 삼성중공업의 올해 실적은 대우조선해양보다 못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유조선 6척 등 모두 10척을 수주한 반면 삼성중공업은 단 한 척의 수주도 하지 못했다. 정동익 현대증권 연구원은 “경쟁사들은 상징적 수준의 수주라도 기록하고 있지만 삼성중공업은 이마저도 못하고 있다”며 “이는 향후 매출과 이익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중공업은 하반기에 초대형 수주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이탈리아 국영에너지기업 ENI사와 단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수주 규모는 2조 8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수주에 성공하면 수주 목표액인 53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의 절반 가까이 채울 수 있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단독협상으로 진행되는 건이라 수주 가능성은 높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중공업이 기록한 2분기 잠정 매출은 2조 7028억 원, 영업손실은 2837억 원이다. 앞의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분기 적자는 구조조정 등 단발성 요인으로 인한 것”이라며 “기존의 적자와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16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이 1분기와 유사한 수준의 영업손실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분기 26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