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발렌시아, 거취 문제로 팽팽한 줄다리기…한화 1056억 원 규모 바이아웃이 관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 C.F 소속 특급 유망주 이강인.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2019-2020시즌 이강인은 어떤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설까. 유럽 프로축구 프리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이강인의 거취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 C.F 소속 이강인의 거취는 한국뿐 아니라 스페인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강인이 구단 측에 직접 이적을 요청한 까닭이다. 7월 18일 스페인 매체 ‘수페르데포르테’는 “이강인이 발렌시아에 임대 아닌 이적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강인이 이적을 요청한 이유는 ‘출전 시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 측은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 체제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주로 4-4-2 포메이션을 활용하는 마르셀리노 감독의 스쿼드엔 이강인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상당히 적은 게 사실이다. 이강인은 뛰어난 볼 키핑 능력과 창의적인 침투패스를 바탕으로 공격 흐름을 풀어주는 ‘플레이메이커’ 스타일이다. 측면보다는 중앙에서 제 기량을 100%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발렌시아 4-4-2 포메이션에서 중앙 미드필더 두 명 중 한 명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이강인과는 거리가 있는 포지션이다.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는 ‘발렌시아 전술의 핵심 자원’이라 불리는 다니 파레호가 맡아 놓은 상황이다. 이강인이 뛸 만한 자리는 이미 ‘만석’인 셈. 발렌시아에 잔류할 경우 이강인의 출전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불규칙적인 출전 빈도는 이제 막 성장판이 열린 유망주 입장에선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이강인은 ‘이적 요청’이란 승부수를 띄우며, 발렌시아의 결단을 촉구했다. 애초 이강인을 다른 구단에 임대할 계획이 있던 발렌시아로선 상당히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에 적정 출전 시간을 보장하거나 완전 이적을 승인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강인의 승부수에 발렌시아가 난처한 기색을 나타냈던 이유는 간단하다. 이강인 영입을 노리는 팀은 적지 않은 까닭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선 레반테, 에스파뇰, 오사수나 등 구단이 이강인을 노리고 있다. 네덜란드 에레데비지에선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신화’의 주인공 아약스, 박지성과 이영표가 활약했던 PSV 에인트호벤이 이강인 영입을 통해 전력 보강을 꾀하고 있다. 일부 독일 분데스리가 구단들도 이강인 영입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일부 구단은 이강인을 ‘완전 이적’ 형식으로 영입하길 바라는 눈치다. 관건은 바이아웃(최소 이적료)이다. 이강인의 바이아웃 금액은 8000만 유로로 한화 1056억 원 규모다. 이강인의 완전 이적을 노리는 구단 입장에선 적잖이 부담스런 금액이다.
발렌시아 C.F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발렌시아는 이강인이 제시한 선택지에서 답을 고르지 않았다. 발렌시아의 결정은 ‘이강인의 이적 불가’였다. 7월 23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 매체 ‘데포르테 발렌시아노’는 “발렌시아가 ‘이강인을 이적시키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임대와 잔류 사이의 거취는 아직 미정이지만, ‘완전 이적’은 선택지에서 배제한 것으로 보이는 결정이었다.
이 결정은 발렌시아 수뇌부의 ‘싱가포르 긴급 회동’에서 도출됐다. 이강인이 공식적으로 ‘이적 요청’을 제안한 뒤 발렌시아 피터 킴 구단주를 비롯한 애닐 머시 회장, 마테우 알레마니 단장, 마르셀리노 감독 등 수뇌부는 싱가포르에서 회동한 바 있다.
이날 회동에서 발렌시아 수뇌부는 ‘선수단 운영과 관련해서 마르셀리노 감독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과 ‘이강인이 발렌시아의 미래 필수 자원’이라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발렌시아 수뇌부는 이강인의 이적 불가 방침(Not For Sale)을 굳혔다.
결국 이강인의 거취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강인이 ‘이적 요청’ 승부수를 던졌지만, 발렌시아는 ‘이강인 이적 불가’로 맞섰다.
‘2019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 U-20 월드컵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입증한 이강인은 유망주에서 성인 선수로 성장하는 길목에 서 있다. 사진=KFA
한편 발렌시아 마르셀리노 감독은 조만간 이강인과 면담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7월 23일(한국시간) 프랑스 매체 ‘비사커’는 “마르셀리노 감독이 미래에 대한 결정을 내리려는 목적으로 이강인을 만난다”고 전했다. 이어 ‘비사커’는 “다가올 시즌 이강인의 출전 시간은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젠 발렌시아 측이 이강인에게 선택지를 제시할 차례다. 마르셀리노 감독은 이강인을 만나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선택지는 임대 이적 혹은 잔류다. 물론 제3의 선택지가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강인의 거취에 대한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은 가운데, 일부 현지 언론들은 “발렌시아가 바이백(재영입) 조항을 넣어 이강인의 이적을 추진하는 경우의 수도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강인은 2018-2019시즌 발렌시아 1군 무대에 데뷔한 신예다. 이강인은 프로에서의 첫 시즌을 마친 뒤 출전한 ‘2019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수상했다. 자신이 왜 ‘특급 유망주’라 불리는지 확실히 증명한 셈이다.
이제 이강인은 ‘성인 무대 정상급 선수’로 성장을 거듭해야 하는 입장이다. 어쩌면 다가올 2019-2020시즌은 ‘특급 유망주’ 이강인이 성인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선수로 거듭날 골든타임일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이강인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는 건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과연 ‘성장 갈림길’에 선 유망주 이강인이 ‘이적 불가’를 선언한 소속팀 발렌시아와 어떤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