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부터 유지 중…내년 성장률 전망 2.6→2.3%
피치는 “한국이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과 고령화ㆍ저성장에 따른 중기 도전과제 아래에서도 양호한 대외ㆍ재정 건전성과 거시경제 성과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2012년 9월부터 한국에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피치 등급 체계 중 네 번째로 높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등급과 같은 AA-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사진=일요신문DB
피치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직전 전망치(6월)와 같은 2.0%로 내다봤지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직전(2.65)보다 0.3%포인트 낮은 2.3%로 제시했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 일본의 수출규제가 전망 하향조정 이유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조치에 대해 “공급망 교란으로 한국 기업의 소재 수입 능력에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치는 향후 한국 경제에 대해 “확장적 재정ㆍ통화정책과 반도체 경기 안정으로 경기 둔화세가 완화될 것”이라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소폭(2.9%)으로 정한 것이 기업심리와 노동시장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치는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흑자가 지난해(1.9%)보다 대폭 감소한 0.1%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따라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올해 37.1%에서 2020년 4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빠른 고령화에 따른 재정지출 압력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피치는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시장 안정성에 대해선 “최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둔화됐고 거시건전성 정책이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취약성이 나타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피치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상향 요인으로 △지정학적 위험 완화 △거버넌스 개선 △가계 재무제표 악화 없는 성장률 유지를, 하향 요인으로는 △한반도의 뚜렷한 긴장 증대 △예기치 못한 대규모 공공부문 부채 증가 △구조적 요인에 의한 중기 성장률 급락 등을 제시했다.
앞서 무디스도 지난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2(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다만 무디스는 “일본이 한국 반도체 주요 소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 것이 한국의 성장 둔화를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P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로는 한국 신용등급 평가를 내놓은 적이 없다. 다만 지난달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 “일본의 화학물질 수출 규제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반도체, 디스플레이패널 생산에 다소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부정적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