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창훈-정우영 듀오, 상당금액 이적료로 입지 탄탄…이승우·이강인, 경쟁 필수
지난 시즌 대표팀과 토트넘에서 쉼없이 달려온 손흥민은 올시즌 초반 의도치 않은 휴식을 취하게 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축구팬들을 설레게 할 유럽 축구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주요 무대 중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가장 먼저 개막 소식을 알린 가운데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도 속속 일정을 시작한다. ‘일요신문’에서는 유럽 무대에서 활약중인 한국인 선수들의 시즌 기상도를 전망해 봤다.
#‘혹사 논란’ 손흥민, 휴식 취하고 일정 돌입
한국 선수들의 본격적인 유럽 진출을 이끌었던 박지성이 은퇴한 이후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보내고 있는 인물은 단연 손흥민이다. 특히 그는 지난 시즌 토트넘 핫스퍼에서 48경기에서 20골 10도움을 넣으며 팀과 함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진출하며 ‘월드 클래스’로 부상했다.
화려한 이면엔 논란이 뒤따르기도 했다. 국가대표팀과 소속팀 양 쪽에서 그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선수다. 자연스레 많은 경기에 나서며 ‘혹사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2018 러시아 월드컵,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 카타르 아시안컵 등 국가대표로도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했다. 어느 대회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에서 결승전까지 진출하며 소화해야 할 경기는 더욱 많아졌다.
일부의 주장으로 치부되기도 했던 혹사 논란은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의 발표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발행한 보고서에 손흥민의 상세한 기록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12개월간 78경기에 출전했고 경기 출전을 위한 이동거리만 11만 600km에 달했다. 함께 거론된 16명의 선수 중에서도 단연 앞서는 경기 수였다. 보고서는 “그가 5일 이상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나선 경기가 전체의 72%”라며 “빡빡한 경기 일정으로 선수 건강이 위험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손흥민에게 의도치 않은 휴식이 주어졌다. 지난 2018-2019 시즌 37라운드 본머스와의 경기에서 퇴장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경기에서 ‘레드카드’를 받아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이로 인해 3경기 추가 징계를 받아 올 시즌 첫 2경기를 뛰지 못하게 된 손흥민이다.
2경기 결장이 아쉬울 수 있지만 모처럼 만의 휴식에 가벼운 몸으로 시즌을 치를 수 있게 됐다. 2경기를 빠진다고 해서 입지가 흔들릴 손흥민이 아니다. 그는 지난 시즌 대표팀 일정으로 리그 4경기에 빠진 바 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그가 복귀 하자마자 적극적으로 기용한 바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2라운드 상대가 맨체스터 시티라는 것이다. 토트넘으로선 유력 우승후보를 상대로 주축 공격수 손흥민이 빠지는 것이 아쉽다. 그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맨시티를 상대로 2경기 3골로 맹활약을 펼쳤다.
#데뷔 시즌 맞은 황의조, 유럽무대 안착할까
국가대표팀에서 손흥민과 투톱을 이뤄 손발을 맞추고 있는 황의조는 커리어 사상 처음으로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프랑스 FC 지롱댕 보르도는 지난 7월 14일 황의조 영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국내 팬들은 그간 유럽 무대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경기 출장조차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을 목격해 왔다. 이전까지 아시아 무대에서만 활약하던 황의조에 대해서도 이 같은 우려가 뒤따랐다.
하지만 황의조의 팀 내 입지는 교체 명단을 오가는 ‘로테이션 선수’ 이상이 될 전망이다. 파울루 소자 보르도 감독이 그를 상세히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독이 황의조의 능력을 잘 알고 있고 그가 원해서 이뤄진 영입인 것이다.
보르도의 공격진 구성 또한 황의조 개인에게는 유리한 상황이다. 한 때 프랑스 명문 팀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보르도는 지난해 중하위권(14위)으로 처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원인은 공격진의 부진이었다. 이들은 리그 38경기에서 34골만을 넣으며 경기당 1득점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기록을 낳았다.
황의조는 이번 이적 시장에서 보르도가 이적료를 지불하고 영입한 유일한 중앙 공격수다. 소자 감독은 프리시즌 경기에서 그를 꾸준히 출전시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황의조는 지난 10일 리그 개막전에서도 선발로 출전하며 빠르게 정식 데뷔전도 치렀다.
일정 수준 이상의 출전 시간을 보장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뛰는 위치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리그 첫 경기에서 최전방 공격수가 아닌 2선에 배치돼 경기를 소화했다. 최전방에는 1985년생 베테랑 공격수 지미 브리앙이 자리했다. 황의조의 최적 포지션은 골문 주위에서 골을 노리는 공격수다. 황의조와 브리앙 모두 측면에 서는 것이 불가능한 선수들은 아니다. 경기에는 나서지만 그라운드 위 포지션 경쟁에는 나서야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분데스리가 SC 프라이부르크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권창훈(맨 오른쪽)과 정우영(오른쪽에서 두번째). 연합뉴스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는 한국인 선수들의 도전 무대로 각광받고 있다. 잉글랜드의 경우 취업비자 발급이 까다롭고 스페인은 ‘Non EU 조항(EU 이외 국적 선수 등록을 팀당 3명으로 제한)’이 발목을 잡는다. 비교적 진출 조건이 여유롭고 차범근, 구자철, 박주호 등이 기반을 다진 분데스리가로 눈길이 쏠리는 것이다.
수년간 국내 팬들을 즐겁게 만든 구자철, 지동원의 ‘지구 특공대’는 작별을 고했다. 이들은 기존 아우크스부르크에서 각각 카타르 알가라파(구자철)와, 독일 마인츠(지동원)로 흩어졌다. 산하 팀에서 활약하던 어린 공격수 천성훈 만이 남아 1군으로 승격해 혼자 자리를 지키는 상황이다. 지동원은 의욕적으로 시작한 마인츠 생활에서 시즌 시작도 전에 부상으로 쓰러지며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지구 특공대는 헤어졌지만 독일 내 새로운 코리안 듀오가 활약하는 팀이 탄생했다. 권창훈과 정우영이 차례로 이적한 프라이부르크다.
각각 유럽 커리어 첫 이적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은 이들에게 장애물은 없을까. 팀에서 신입생이지만 권창훈과 정우영 모두 일정 이상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그 근거 중 하나는 이적료에서 찾을 수 있다.
정우영의 이적료는 405만 유로(약 54억 원), 권창훈은 270만 유로(약 36억 원)로 알려졌다. 선수 한 명 이적에 수천억 원이 오가는 시대에 보잘것없는 금액일 수 있지만 팀의 상황을 봐야 한다. 프라이부르크는 2010년대에도 2부리그를 오갔던 작은 클럽이다. 이들에게 투자한 금액은 구단 역사상 역대 4위와 11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적료가 높은 만큼 구단으로선 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이들 외에도 A대표팀 멤버 이승우, 이강인 등에게도 이번 시즌은 중요한 시점이 될 전망이다. 이승우는 2부리그로 강등됐던 소속팀 헬라스 베로나가 세리에 A로 복귀한 첫 시즌이다. 새로운 감독이 부임했고 팀이 1부리그에 맞게 이승우 경쟁자들을 영입하고 있어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강인은 시즌을 앞두고 거취에 대한 풍문이 유난히 많았다. 구단 수뇌부에 ‘파워게임’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성인팀 소속으로 시작하는 첫 시즌인 만큼 험난한 주전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