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신축 은행 대출금 35억과 옛 부지 매각대금 20억 행방 아리송...야권 ‘사적 유용’ 의혹 제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의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웅동학원을 둘러싼 의혹의 발단은 조 후보자 일가가 벌인 소송전이다. 아버지가 이사장인 사학법인에 아들인 조 후보자의 동생과 그의 부인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부채 상환 소송을 2006년에 냈다. 과거 학교 신축 공사 과정에서 쓴 공사대금을 돌려달라는 이유였다.
건설사 대표였던 조 후보자의 아버지는 1985년 웅동학원을 인수해 이사장을 맡았다. 그리고 1996년, 웅동학원의 16억 원대 신축 및 토목공사를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고려종합개발’에 발주했다. 당시 건설사인 ‘고려시티개발’을 운영하고 있던 조 후보자의 동생은 이 공사의 일부를 하도급 형태로 맡았다.
학교 신축 공사 전후로 웅동학원은 동남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공사를 계획한 시점인 1995년 12월과 공사가 마무리되던 시기인 1998년 6월 두 차례다. 각각 30억 원, 5억 원을 대출했다. 기술보증기금(기보) 보증을 받아 9억 5000만 원도 빌렸다. 모두 학교 이전에 따른 신축 공사비에 쓰기 위해서였다. 당시 새로 옮길 부지가 학교법인 소유라 필요한 비용은 공사대금뿐이었다. 웅동학원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대신 학교 부지와 건물을 담보로 맡겼다.
# 흔적없는 은행 대출금
그러나 법원 판결문과 정치권, 경남교육청 등에 따르면, 당시 웅동학원은 동남은행에서 빌린 35억 원을 공사대금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온다. 고려종합개발은 학교 신축 공사비용 16억 원을 받지 못해 1997년 부도가 났다. 조 후보자 동생이 운영하던 하도급을 맡은 회사도 덩달아 해산 절차를 밟았다. 은행에서 빌린 돈은 공사대금을 두고 ‘아버지와 아들 부부의 소송전’이 벌어질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고 은행으로 다시 돌아가지도 않았다.
학교 신축 과정에서 나온 모든 비용은 고스란히 웅동학원의 빚이 됐다. 조 후보자 동생이 아버지를 상대로 낸 앞서의 소송을 통해 공사와 관련된 모든 비용을 청구하면서다. 1996년 16억 원이었던 비용이 2006년 소송 제기 당시엔 52억 원으로 불어났다. 웅동학원은 어떤 의견도 내지 않은 채 변론을 포기했다. 법원은 조 후보자 동생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승소 판결했다. 10년 뒤인 2017년 채권소멸 시효를 앞두고 조 후보자 동생 측이 재차 제기한 소송에서도 웅동학원은 무변론 패소했다. 2019년 현재는 지연 이자 등이 붙어 웅동학원의 빚은 1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웅동학원이 빚더미에 내몰린 이후에도 행방이 묘연한 돈은 또 나왔다. 은행에 담보로 맡겼던 옛 학교 부지가 경매를 통해 팔리면서다.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에 따르면, 1997년 당시 웅동중학교 옛 부지(마천동) 공시지가는 ㎡당 25만 8000원이었다. 이전한 곳(두동)은 6만 9800원이었다. 학교 부지가 1만㎡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25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부지는 2001년 남명산업개발이 샀다. 이 땅에는 현재 18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단순계산으로 은행 대출금 35억 원과 부지 매각 비용 등은 웅동학원이 거액의 빚에 내몰리지 않을 수 있을 만한 규모였다. 2006년에 소송이 진행됐었던 점을 감안하면 미리 미지급된 공사대금을 해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법원 판결문과 조 후보 측 해명 등에 따르면, 조 후보자 동생 부부는 지금까지도 공사대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은행에서 빌린 돈은 물론 남명산업개발로부터 받은 부지 매각 대금이 정확히 얼마인지, 학교법인은 이 돈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은 현재까지도 확인이 되지 않는다. 웅동학원 측엔 당시 은행에서 빌린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등이 적힌 장부 등은 현재 보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를 관리 감독하는 경남교육청도 “1995년~1998년 웅동학원과 관련된 회계 감사 자료 등은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조 후보자 일가 외에는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인 셈이다.
대출한 자금 중 확인이 가능한 건 기보가 보증을 섰던 9억여 원뿐이다. 고려종합개발 부도 이후 기보가 은행에 갚았다. 대신 기보는 고려종합개발과 조 후보자의 부모, 남동생 등 연대보증인 7명에 대해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고, 2002년과 2011년 승소했다. 현재 이 돈은 조 후보자 동생이 웅동학원을 상대로 낸 앞서의 소송에 포함돼 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웅동중학교. 이 학교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집안이 소유한 학교법인 웅동학원 소유의 사립중학교다. 사진=연합뉴스
# 조 후보자 측 해명에도 의혹은 증폭
조 후보자 동생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당시 학교 공사 과정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그는 “1995년 원래 부지를 담보로 동남은행에 30억 원을 빌려 공사대금으로 사용했다. (당시) 건축 공사비만 50억이 넘었고, 토목 공사비로만 한 20억~30억 원 정도 된 것으로 기억한다”며 “웅동학원이 돈이 부족해 고려종합개발, 고려시티개발에는 공사대금을 주지 못했지만, 나머지 하도급업체들에 대해서는 아버지가 수십억 사재까지 동원해 모두 지급했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 동생의 설명대로라면 동남은행에서 빌린 돈은 조 후보자 일가를 제외한 다른 하도급 업체에 지급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 웅동학원 측에선 옛 부지를 매각한 대금도 모두 미지급된 공사비를 지급하는 데 썼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조 후보자 동생이 웅동학원을 상대로 낸 소송 법원 판결문을 보면 오히려 이 해명들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진다. 당시 웅동학원 신축 공사비는 신축 건물 공사비는 10억 500만 원이고, 토목공사비는 6억 3200만 원으로 총 16억 3700만 원으로 적시돼 있다. 조 후보자 동생이 입장문을 통해 설명한 전체 공사대금과 큰 차이가 있다.
또 경남교육청이 공개한 웅동학원 기본자산현황과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목록 등을 종합하면, 웅동학원이 사용 중인 학교 부지 9940㎡는 2018년 37억 9143만 원, 건물은 19억 5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건물 가격이 19억 원대인데 조 후보자 동생은 1995년 당시 건축 공사비만 50억 원이 넘었다고 해명한 셈이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조 후보자 일가가 공적인 학교법인 자금을 사적으로 돈을 유용했다고 주장한다. 한 야당 관계자는 “20억~30억 원이 소요됐다는 토목공사 비용을 빼도 당시 신축 공사 대금이 현재 건물 가치보다 2배 이상 더 높았다는 것”이라며 “은행에서 빌린 돈은 분명히 있는데 사용된 흔적이 전혀 없다. 대출을 한 학교도, 공사를 맡은 건설사도 모두 조 후보자 가족들이다. 사라진 돈이 사적으로 사용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조 후보자 동생의 설명대로 실제 그 금액이 투입됐다고 한다고 하더라도, 공사비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또 나올 수밖에 없다. 조 후보자가 명확하게 해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8월 22일 “조 후보자의 동생은 2008년 웅동학원 뒷산을 담보로 연이자 100%에 사채 14억 원을 빌렸다”며 “학교 재산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당시 웅동학원 이사였던 조 후보자가 이를 알고도 허락·방조했다면 배임·횡령에 해당한다”며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학교 이전 과정에 후보자가 관여한 사실이 없고, 공사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준비단은 “사전에 교육청의 허가를 받은 후 대출을 받아 공사를 정상적으로 완공했다. 오히려 대출금으로 공사대금이 부족해 후보자의 부친이 거액의 사재를 투입하고 채무를 부담하게 됐으며, 대출금을 후보자 일가가 유용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조 후보자 모친인 박정숙 웅동학원 이사장은 8월 23일 입장문을 내고 학교 운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 장남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목된 후 웅동학원 관련 허위보도가 쏟아지고 있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하나하나 설명할 기회가 없어 너무도 안타깝다”며 “저희 가족이 웅동학원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음을 밝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저희 가족이 학교 운영에서 손을 떼는 것이다. 향후 이사회를 소집해 웅동학원을 국가 또는 공익재단에 의해 운영되도록 교육청 등 도움을 받아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전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