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로 사건 이첩하며 검찰 수사 급물살, 여권 일각 손해볼 것 없다 반응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고성준 기자
이날 압수수색은 조 후보자 고소․고발 사건을 배당받았던 형사1부가 아닌 특수2부가 진행했다. 중앙지검 최정예 수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 특수부가 조 후보자를 향해 칼을 빼든 셈이다. 사건이 특수부로 이첩된 것 자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여야가 진통 끝에 청문회 일정을 조율한 다음 날 검찰이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에 대해 사정당국과 정치권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이날 압수수색은 조 후보자는 물론 법무부조차 사전에 몰랐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들 역시 압수수색 소식을 뉴스를 통해 알았을 정도로 철통 보안 속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두 갈래 해석이 엇갈린다. 먼저, 검찰이 조 후보자를 향해 기선제압에 나섰을 가능성이다. 조 후보자는 사퇴 여론에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여권 인사들은 ‘조국 구하기’의 명분으로 공공연히 검찰 개혁을 거론한다. 검찰로서는 조 후보자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검사들은 “도대체 누가 누구를 개혁한단 말이냐”라며 조 후보자를 향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었다. 이번 검찰의 예상 밖 강수 역시 이런 연장선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조 후보자 임명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검찰이 그의 약점은 쥐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조 후보자에게 득이 될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실제로 한 민주당 의원은 압수수색 소식을 들은 후 “청문회에서 민감한 사안은 ‘검찰 수사 중’ 또는 ‘검찰이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는 말로 피할 수 있게 됐다. 검찰 수사 착수는 그리 나쁘지 않은 그림”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도 “윤석열 총장이 임명된 지 얼마나 됐다고 정권 뒤통수를 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권 차원에서 이해득실을 면밀히 따져본 뒤 검찰이 움직였을 것이란 얘기였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청와대 스탠스다. 청와대가 압수수색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 이는 검찰의 ‘반란’으로 받아들여질 측면이 있다. 청와대가 배수진을 치고 사수 중인 조 후보자에 대해 검찰이 공격에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라고 했고, 강기정 정무수석도 “특별한 입장이 없다”며 당혹감을 나타냈었다.
하지만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과 사정당국 고위 인사들에 따르면 검찰은 8월 25일경 청와대에 압수수색 소식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 후보자 자녀 대학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될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야당이 특검까지 주장하고 있는 상황 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이 고려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정치적으로도 크게 잃을 것이 없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사정당국 고위 인사는 “검찰의 누가 청와대 누구에게 보고했는지도 알고 있다. 물론, 검찰이 허락을 맡기 위해 (압수수색 사실을) 통보한 것은 아닐 것이다. 윤석열 총장이 그럴 사람도 아니고. 다만, 청와대와 검찰이 짜고 친다는 식의 오해가 불거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