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으로 수감생활 후 가석방, 형기 남겨두고 경영 복귀 논란... 동생과 그룹 경영권 승계 경쟁 안갯속
박정빈 부회장은 ‘베스띠벨리’, ‘씨’, ‘비키’, ‘지크’ 등 의류 브랜드로 유명한 패션그룹 신원을 설립한 박성철 회장의 차남이다. 박 부회장이 무보수 경영을 선언한 배경은 이러하다. 그는 2015년 회삿돈 75억 원을 유용해 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돼 2016년 상고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확정 받아 실형을 살았다. 그러다 지난해 4월 30일 형기를 5개월 정도 남겨두고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서울 마포구 신원 본사. 사진=신원
그리고 불과 출소 2개월여 만인 지난해 7월 2일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박 부회장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적자 회사를 살리기 위해 무보수로 근무하겠다”고 천명했었다. 형기를 남겨둔 채 이른 경영 복귀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회삿돈을 횡령한 그가 자중해야 할 시기에 그룹 경영업무 총괄이란 중책을 맡게 된 것에 대해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박 부회장의 무보수 경영 선언은 오래가지 않았다. 몇 년간 실적 악화로 회사가 배당을 하지 않고 오랜 기간 보수를 수령하지 않아 생활이 불편해지자 그는 결국 선언 네 달 만에 몰래 입장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그의 선언은 꼼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원 관계자는 “박 부회장의 형기 만기일은 지난해 9월 17일이었다. 형기 만기 이후 보수를 지급하는 것으로 당사는 결론지었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보수는 받지 않고 11월부터 매월 보수를 받고 있다”고 확인했다.
박 부회장은 수감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 박성철 회장의 뒤를 이어 신원의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그러나 박 부회장과 함께 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수감생활을 했던 아버지 박성철 회장이 2016년 삼남인 박정주 사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주면서 신원의 경영권 승계 구도는 안갯속에 빠져 있다.
신원 박정빈 부회장(왼쪽)과 박정주 대표. 사진=신원
박 부회장은 박정주 사장과 달리 현재 신원의 사내이사자리도 맡지 않고 있다. 박성철 회장의 장남은 2010년 목사 안수를 받은 박정환 목사로 경영권 승계 구도에서 일찌감치 멀어져 있다.
삼형제는 이달 현재 각각 신원 지분 0.64%씩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신원의 경영권 승계 관건은 22.2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지주회사격인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 지분을 박 부회장과 박정주 사장 중 누가 확보할지 여부다.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는 박성철 회장이 39.22%를 보유하고 있어 박 부회장과 박 사장이 부친의 지분을 얼마나 상속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 될 전망이다. 그러나 올해 79세의 고령인 박성철 회장은 지분 승계와 관련해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주식과 부동산 등 300억 원대의 재산을 차명으로 숨기고 개인파산·회생 절차를 진행해 채권단으로부터 250억원 상당의 빚을 탕감받은 혐의로 지난 2015년 7월 구속 기소돼 징역 4년형을 확정받은 후 지난해 9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신원 관계자는 “당사는 기독교 문화가 깊이 자리 잡은 회사다. 박성철 회장은 당사 월요일 예배와 금요일 성경 공부에 참석하는 것을 제외하면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경영권 승계에 대해선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