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암살 사실 알린 지 6일 만에 살해 당해…모든 것은 ‘미스터리’
배우 캐린 컵치넷
캐린 컵치넷은 1941년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시카고 데일리 타임즈’의 스포츠 기자였고 이후 ‘시카고 선타임즈’에서 저널리스트로 명성을 얻게 된다. 캐린에게 배우의 꿈을 심어준 사람은 엄마 에스더였다. 그 덕에 캐린 컵치넷은 13살 때 아동 극단에 들어갔고 대학에 잠깐 다닌 후 뉴욕으로 가 ‘액터즈 스튜디오’에 들어간다.
1961년부터 시작한 배우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거트루드 버그 쇼’에서 드디어 고정 배역을 따냈고, 몇몇 매체는 그녀를 유망주로 주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생활에 문제가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복용했던 다이어트 약은 중독 상태였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린 적도 있었다.
더 심각한 건 남자 문제였다. 1963년 TV 시리즈에 함께 출연했던 앤드류 프린은 주인공을 맡은 스타였다. 컵치넷은 그와 결혼하길 원했지만, 프린은 거부했다. 결국 컵치넷은 프린의 아이를 유산했고, 프린이 다른 여자와 만나기 시작하자 그들을 스토킹 하기도 했다. 급기야 컵치넷은 프린에게 협박 편지를 쓰기도 했다.
앤드류 프린과 캐린 컵치넷
1963년 11월 28일 오후였다. 11월 22일 케네디가 암살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지 일주일도 안 된 시기였고, 미국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컵치넷은 친구인 배우 마크와 마샤 고다드 부부의 집에서 저녁을 함께 했다.
마크의 증언에 의하면, 컵치넷은 조금 이상했다. 입술이 약간 무감각해 보였으며 이야기하면서 머리를 이상한 각도로 흔들었고 동공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가끔은 정신이 나간 듯 보였고 식사 중에 울기도 했다. 이후 컵치넷은 식사를 마치고 8시 30분에 집으로 돌아갔다.
9시 30분에 프리랜서 작가 에드워드 루빈과 배우 로버트 헤더웨이가 컵치넷의 집에 놀러왔다. 세 사람은 TV를 보았고 커피를 마셨으며 컵치넷은 소파에서 잠들었다. 두 남자는 문이 잠긴 걸 확인하고, TV 볼륨을 낮춰 놓고, 잠든 컵치넷을 남겨 둔 채 11시 15분에 그녀의 아파트를 나왔다.
고다드 부부가 컵치넷의 아파트로 간 건 이틀 후인 11월 30일이었다. 이때 컵치넷은 소파에 벌거벗은 채 죽어 있었다. 약물 과용인 줄 알았지만, 검시 결과 누군가 목을 졸라 죽인 것이 확인됐다.
캐린 컵치넷
집에선 메모 하나가 발견됐다. “난 엉망이다. 난 그다지 예쁘지 않다. 난 뚱뚱하며 이것은 엄마가 원했던 모습이 아니다. 난 왜 외로워야 하는가. 의지할 그 무엇도 없이 사는 게 무슨 소용인가.” 그리고선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들을 나열했다. 철학자인 버트란드 러셀, 정신분석가인 테오도르 라이크, 저널리스트인 시드니 해리스, 배우인 피터 오툴과 앨버트 피니 그리고 존 F. 케네디 대통령이었다.
용의자는 옛 연인이었던 앤드류 프린이었다. 협박 편지를 받은 적도 있기에 경찰은 동기가 확실하다고 봤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두 번 정도 통화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증거도 없었다. 28일에 컵치넷의 집을 방문했던 두 남자도 용의선상에 올랐지만 모두 아니었다. 미궁에 빠진 사건. 그런데 4년 후인 1967년에 케네디 음모론가 중 한 명인 저널리스트 펜 존스 주니어가 책을 내면서 놀라운 주장을 한다. 컵치넷이 케네디 암살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1963년 11월 22일, 케네디 대통령이 죽기 20분 전에 캘리포니아 전화국의 교환수는 이런 내용의 전화를 받는다. “대통령이 곧 살해 당할 거예요!” LA 북서쪽 50마일 지점에 있는 캘리포니아 옥스나드에서 걸려온 정체불명의 전화였다. 누가 걸었는지는 추적할 수 없었지만, 비명을 지르듯 그 여성은 이야기했다.
드라마 출연 당시의 캐린 컵치넷
그렇다면 존스 주니어가 그 여성이 바로 컵치넷이라고 단정한 근거는 무엇일까? 그는 캐린 컵치넷의 아버지 어브에게 주목했다. 시카고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던 시절, 그는 잭 루비와 친하게 지냈다. 나이트 클럽을 경영했던 잭 루비는 마피아와도 밀접했던 인물. 케네디를 암살한 리 하비 오스왈드를 죽인 사람으로, 당시 잭 루비가 오스왈드의 입을 막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즉 잭 루비는 암살의 배후에 있었던 인물이며, 그가 친했던 어브에게 그 사실을 미리 알려 주었고, 어브는 딸 캐린에게 이야기했으며, 패닉 상태에 빠진 캐린이 전화국에 전화에 절규했다는 게 존스 주니어의 가설이었다. 그 사실을 발설한 사실이 알려지자 마피아가 그녀를 죽였는데, 이것은 아버지인 어브에 대한 경고의 의미였다는 것이다.
아버지 어브는 물론 이 주장을 부인했다. 암살이 일어났던 날 딸은 친구들과 팜스프링스 지역을 여행중이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도, 그런 사실은 전화국이 아니라 FBI 같은 곳에 제보해야 옳은 것이었다.
하지만 캐린 컵치넷의 죽음이 영구 미제 사건인 건 변함 없으며, 더욱 놀라운 건 케네디 암살 이후 미국 전역에서 갑작스레 미스터리한 죽음이 이어졌다는 사실. 그 시작이 바로 컵치넷이었다. 더 이상한 건 어브 컵치넷이 자서전에서,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던 딸의 전남친 앤드류 프린에 대해 “그가 범인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정했다는 것.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일까? 중요한 건 암살 당일에 전화국으로 그런 전화를 한 여성이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 그렇다면 그 미지의 여인, 혹은 존스 주니어의 주장에 의하면 캐린 컵치넷은 어떻게 케네디가 죽을 거라는 걸 미리 알 수 있었던 걸까? 이 사건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