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꾸’ 그 자체 류승범·소년美 탈피한 박정민에 주목…천편일률 여성캐릭터는 아쉬워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활용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원작의 ‘마초 세계 속 여성 캐릭터’를 탈피하고자 노력했다는 감독의 말이 무색하게. 극중 여성 캐릭터들은 놀랄 정도로 구시대적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집어넣은 장치도 “다름을 추구하기 위해 애썼다”는 말에 비해 충분치 못한 점이 아쉽다.
‘타짜’ 시리즈의 세 번째 장, ‘타짜: 원 아이드 잭’은 5년 만의 타짜 시리즈의 귀환이라는 점에서도 그랬지만, 특히 최근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배우 류승범의 4년 만의 복귀작이라는 데에 대중들의 많은 관심이 모였다. 앞서 해외 체류 중이라는 이유로 제작보고회 등 행사에는 불참했으나 28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타짜; 원 아이드 잭’ 언론배급시사회에는 배우 박정민, 류승범, 이광수, 최유화, 임지연, 권해효와 권오광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극중 무적의 타짜 ‘애꾸’ 역을 맡은 류승범은 ‘타짜: 원 아이드 잭’ 팀에 합류하게 된 이유로 “박정민이 쓴 편지”를 꼽았다. 그는 “시나리오와 함께 봉투를 하나 받았는데, 정민 씨가 쓴 편지였다”라며 “제 마음을 굉장히 (크게) 움직이게 한 감동적인 편지를 한 통 받고 ‘이런 친구라면 내가 의지할 수 있겠다’ 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애꾸는 곧 류승범이고 류승범은 곧 애꾸다. 현실 속 류승범의 모습 그대로를 담은 캐릭터이기에 더 그렇게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연기를 할 때도 특징적인 캐릭터에 매몰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기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류승범은 “애꾸는 수증기 같은 캐릭터”라며 “뭔가 구체화시키기 보다는 잘 잡히지 않는 캐릭터로 연기를 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연기를 연구하는 것보다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전설의 타짜 ‘짝귀’의 아들로, 아버지의 뒤를 이은 타짜로 거듭나는 ‘도일출’ 역할은 박정민이 맡아 열연을 펼쳤다. 어떤 역을 맡아도 가릴 수 없는 소년티를 지닌 그가 온전한 ‘성인’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순진한 고시생에서부터 모진 풍파를 다 겪은 도박꾼으로, 그리고 다시 고시생이자 홀어머니의 외아들로 돌아가는 세 가지 모습을 한 번에 그린다. 그의 변화를 하나씩 꼼꼼히 훑어보는 것도 도박판 외에 ‘타짜: 원 아이드 잭’의 또 다른 볼거리라 할 수 있겠다.
박정민은 “도일출은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에 비해 캐릭터도 세고, 가장 장르적인 인물”이라며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연기와는 조금 다른 연기를 해야 되지 않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영화를 보고 (제 연기를) 평가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관객 분들이 보시고 ‘박정민이란 배우가 저런 것도 할 줄 아는구나’라고 생각해 주신다면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극중에서는 2명의 여성 캐릭터가 출연한다. ‘여성’ 이라는 점을 무기로 도박꾼들을 유혹해 몰래 칩을 빼돌리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던 영미(임지연 분)와 도박판을 흔들지만 그 스스로도 판에 매여 있는 마돈나(최유화 분)가 그들이다. 캐릭터의 성격은 다르지만 둘 모두 기존의 범죄 액션 또는 오락 영화에서 여성들이 으레 맡던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볍고 무겁고의 차이만 있을 뿐, 섹슈얼을 강조하는 캐릭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
이에 대해 권오광 감독은 “원작 만화를 봤을 때 제가 제일 많이 고민했던 게 여성 캐릭터의 차별점이었다”라며 “원작 만화에서 표현된 여성 캐릭터는 훨씬 더 마초적인 세계관 속에 있다. 그래서 원작의 많은 부분을 버리고 새로운 걸 써보자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다른, 현 시대에 통용되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 속 여성을 다루는 지점은) 영화를 마무리한 지금까지도 고민되는 부분이다. 앞으로 영화를 계속 하면서도 제게 주어지는 숙제일 것”이라며 “나쁜 놈들의 세계 속에서의 여성을 그릴 때 조금 더 리얼하면서도 정체성이 있는 그런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타짜: 원 아이드 잭’ 제작보고회 현장. 사진=박정훈 기자
‘타짜: 원 아이드 잭’은 하나씩 장을 나눠 옴니버스의 한 형태처럼 극을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다소 산만한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자칫 벌어지기 쉬운 이야기의 틈새를 인상적인 캐릭터들이 틀어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애꾸’를 중심으로 한 원 아이드 잭 팀의 반대편에 선 이상무(윤제문 분)와 물영감(우현 분)의 존재감은 관객들의 시선을 다시 집중시키는 또 다른 구심점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다. 일출을 중심으로 자칫 오락 영화의 가벼움만을 가질 수 있는 이야기가 진지하고 무겁게 흘러 갈 수 있는 이유에도 이들이 있다. 영화는 이들의 재발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편 ‘타짜: 원 아이드 잭’은 전설적인 타짜 ‘짝귀’의 아들이자 고시생인 일출(박정민)이 정체불명의 타짜 애꾸(류승범)가 설계한 ‘인생을 바꿀 거대한 판’에 뛰어들면서 생기는 사건을 그린다. 셔플의 제왕 까치(이광수), 남다른 연기력의 영미(임지연), 숨은 고수 권 원장(권해효)와 함께 누구든 이길 수 있는 ‘원 아이드 잭’ 팀으로 ‘인생을 건 한판 승부’를 펼친다. 예상치 못한 누군가의 노출 씬에 여러 가지 의미로 주의. 139분, 청소년 관람불가. 9월 11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