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세달 마이너스 물가 가능성…디플레 우려 상황은 아냐”
이 총재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 관한 질의에 “대외 여건 변화가 우리 경제 성장이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박은숙 기자
이 총재는 “금년 들어 미중 무역분쟁이 타결되지 못한 채 점차 악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많은 나라가 ‘자국 우선 원칙’에 따라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지정학적 리스크, 예를 들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움직임, 일부 유로존 국가에서의 포퓰리즘 정책, 일부 신흥국의 금융위기 등이 동시다발로 작용하다 보니 소위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가 부쩍 늘어나는 게 작금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통화 완화의 정도가 어디까지일지는 지금 예단해 말하기는 어렵다”며 “대외 리스크 요인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종합적으로 보고 경제지표를 확인해 나가면서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과 관련해선 “기준금리를 결정함에 있어 환율 변동이 직접적인 고려 요인은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인 만큼 향후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금융·외환시장 상황 변화에도 유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총재는 금리인하의 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 정책금리 실효하한이 기축통화국보다는 높다는 점,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이 낮아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에 비해 정책여력이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따라 필요 시 대응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여력은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효하한 밑으로 금리를 내리는 것은 당연히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실효하한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금리 조정 폭을 0.25%포인트 또는 그 배수로 정하는 관행을 바꿀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기준금리 조정 폭을 0.25%포인트로 운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연관성을 고려해 보면 갈등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라며 “다만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의 영향을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저물가 상황이 당분간 지속할 수 있지만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유류 가격 하락 영향에 일시적으로 0% 내외로 상당폭 낮아질 것이고, 두세 달 정도는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최근 물가상승률이 크게 낮아진 것은 공급 요인에 주로 기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디플레이션은 가격 하락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지속해서 나타나는 것”이라며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2.2%) 달성 가능성에 대해선 “성장률 전망 달성을 어렵게 하는 대외 리스크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를 수치로 바로 반영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