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고려대 강세…해외 대학교 출신도 적지 않아
서울대학교 입구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국내 재계서열 1위 삼성그룹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했다. 이 부회장이 대학에 진학할 때 삼성 직원들을 파견해 각 학과의 경쟁률을 실시간으로 살펴봤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지지만 다른 학생들과 같은 조건에서 학력고사를 치룬 건 사실이다.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연세대학교 아동학과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또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일본 와세다대학교를, 어머니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한양대학교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한양대학교에 ‘정몽구 미래자동차연구센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정 회장은 모교에 대한 애착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차녀 정명이 현대카드 부문장은 둘 다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고려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최 회장이 물리학과를 선택한 배경에는 고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의 설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책임매니저(현재 휴직 중)는 시카고대학교를, 차녀 최민정 SK하이닉스 대리는 베이징대학교를 졸업했다. 장남 최인근 씨는 현재 미국 브라운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이밖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미국 로체스터공과대학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를 졸업한 해외 대학교 출신이다. 구 회장의 양부인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도 미국 애슐랜드대학교를 졸업한 유학파이며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구광모 회장은 현재 1남 1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의 정확한 정보는 확인되지 않는다.
신동빈 회장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일본에서 생활했기에 소위 말하는 유학파라고 칭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장남인 시게미쓰 사토시 씨도 일본 게이오대학교를 나왔다.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역시 와세다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해 롯데그룹 오너일가는 대부분 일본 소재 대학교 출신들이다.
기업집단 | 동일인(2019년 5월 기준) | 출신대학(학사 기준) |
삼성 | 이재용 | 서울대학교 |
현대자동차 | 정몽구 | 한양대학교 |
SK | 최태원 | 고려대학교 |
LG | 구광모 | 미국 로체스터공과대학교 |
롯데 | 신동빈 |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 |
포스코 | 최정우(전문경영인) | 부산대학교 |
한화 | 김승연 | 미국 멘로대학교 |
GS | 허창수 | 고려대학교 |
농협 | 김병원(전문경영인) | 광주대학교 |
현대중공업 | 정몽준 | 서울대학교 |
신세계 | 이명희 | 이화여자대학교 |
KT | 황창규(전문경영인) | 서울대학교 |
한진 | 조원태 | 인하대학교 |
CJ | 이재현 | 고려대학교 |
두산 | 박정원 | 고려대학교 |
부영 | 이중근 | 건국대학교 |
LS | 구자홍 |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
대림 | 이준용 | 서울대학교 |
미래에셋 | 박현주 | 고려대학교 |
S-Oil | 후세인에이알카타니(전문경영인) | 사우디 킹파드대학교 |
현대백화점 | 정지선 | 연세대학교 |
효성 | 조석래 | 일본 와세다대학교 |
한국투자금융 | 김남구 | 고려대학교 |
대우조선해양 | 이성근(전문경영인) | 서울대학교 |
영풍 | 장형진 | 연세대학교 |
하림 | 김홍국 | 호원대학교 |
교보생명보험 | 신창재 | 서울대학교 |
금호아시아나 | 박삼구 | 연세대학교 |
KT&G | 백복인(전문경영인) | 영남대학교 |
코오롱 | 이웅열 | 미국 아메리카대학교 |
30대 기업 오너(오너가 없는 회사는 전문경영인)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교는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각각 6명)로 나타났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지만 학사 과정 수료만하고 미국 유학길을 떠나 정식 졸업생으로 집계하지 않았다.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도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다니던 도중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연세대학교는 기업 오너 3명을 배출했다. 이밖에 광주대학교, 건국대학교, 부산대학교, 영남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인하대학교, 한양대학교, 호원대학교가 각 1명씩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대학 졸업자는 7명이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인하대학교 졸업은 논란이 있다. 조 회장은 미국 힐버 칼리지 대학을 다니다가 1998년 인하대학교 경영학과에 편입학했지만 이 과정에서 부정 편입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7월 교육부는 인하대에 조 회장의 학사학위 취소를 요구했지만 인하대 측은 ‘조사결과 통지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맞서고 있다.
또 일반적으로 대학교를 졸업하는 20대 때는 고졸자였지만 훗날 대학교 학사를 취득한 경우도 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다니다가 중퇴했다. 이후 1997년 건국대학교로부터 뒤늦게 명예졸업장을 받아 졸업생이 됐다. 또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우리나이 38세인 1994년에 호원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해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에 소재하지 않은 대학교 졸업생은(해외 대학 제외) 5명(광주대, 부산대, 영남대, 인하대, 호원대)에 불과해 ‘인서울 대학교’ 쏠림 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인천에 위치한 인하대학교는 사실상 수도권 생활권에 위치해 비수도권 대학교 졸업자는 4명이다. 광주대학교를 졸업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부산대학교를 졸업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 영남대학교를 졸업한 백복인 KT&G 사장은 모두 전문경영인이고, 대기업 오너 일가는 호원대학교 출신인 김홍국 회장밖에 없다. 김 회장은 보통의 학생들과 달리 뒤늦게 대학에 입학했기에 같은 비교선상에 놓기에는 무리가 있다.
해외 대학 졸업자 7명은 대부분 미국 소재 대학교를 졸업했다. 일본에 있는 대학교를 졸업한 신동빈 회장은 출생 자체를 일본에서 했고, 와세다대학교를 졸업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도 석사 학위는 미국 일리노이공과대학교에서 취득했다. 신 회장과 조 명예회장,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인 후세인에이알카타니 S-Oil 대표를 제외하면 나머지 4명(구광모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자홍 회장, 이웅열 전 회장)은 모두 미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했다.
대기업 오너들 중 모교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는 경우도 자주 보인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고려대학교 졸업식 현장에 나타나 격려사를 했고,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연세대학교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에서는 오너와 대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우를 받거나 중책을 맡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한 대기업 직원은 “계열사 임원들을 살펴보면 유독 K 대학교 출신이 많아 보이는데 이건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솔직히 임원 인사에서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끈’도 중요한데 K 대학교 출신들은 자기들끼리 뭉치는 경향이 강해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