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선 회장 아들 곽정현 전무, KG동부제철 경영지원본부장 선임…경영정상화에 총력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직접 KG동부제철 신임 회장직을 맡아 경영정상화를 진두지휘하기로 결정했다. 또 곽 회장의 아들 곽정현 KG그룹 경영지원실 전무가 KG동부제철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선임돼 KG그룹 2세 경영에도 시선이 쏠린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KG타워. 사진=이종현 기자
KG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KG케미칼은 KG이니시스, (주)KG, KG에너켐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KG케미칼의 최대주주는 지분 19.80%를 보유한 정보 서비스업체 KG제로인, 2대주주는 17.14%를 보유한 곽재선 회장이고, KG제로인의 최대주주는 지분 34.81%를 가진 곽정현 전무다. 따라서 곽 전무는 이미 KG그룹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곽 전무는 개인적으로도 KG케미칼 지분 2.95%를 갖고 있다.
KG제로인이 처음부터 KG케미칼 2대주주였던 건 아니었다. KG제로인은 2012년 초 KG케미칼의 자기주식 2.8%를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계열사들의 KG케미칼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지금과 같은 지분을 가지게 됐다. 그간 KG제로인은 곽 회장에 이은 KG케미칼 2대주주였지만 지난 7월 말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따라서 1차적인 지분 승계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사실 2016년 말까지 KG제로인의 최대주주는 지분 48.14%를 가진 KG그룹 계열 언론사 이데일리였다. 곽정현 전무가 지분 23.73%를 가진 KG네트웍스와 KG제로인이 2017년 합병하면서 지분율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KG제로인의 주주는 곽정현 전무(34.81%), 곽재선 회장(15.40%), 이데일리(10.70%) 등으로 구성돼 있다.
1982년생인 곽정현 전무는 우리 나이 38세로 KG그룹 내에서 각종 중책을 맡고 있다. 또 곽 전무는 배수빈 전 아나운서와 결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배 전 아나운서도 KG케미칼 지분 0.02%를 갖고 있다.
곽 전무가 KG동부제철에서 중책을 담당하는 건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도 했다. KG그룹은 지난 5월, KG동부제철 인수를 위해 KG케미칼, KG ETS, (주)KG, 3개사가 각각 지분 33.3%를 투자한 특수목적법인(SPC) KG스틸을 설립했다. KG스틸의 유일한 사내이사(사실상 대표이사)가 바로 곽정현 전무다.
곽재선 회장의 딸이자 곽정현 전무의 동생인 곽혜은 씨는 현재 이데일리 상무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일리의 지난해 매출은 675억 원으로 다른 계열사에 비해 큰 편은 아니지만 언론사라는 특성을 활용해 업계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다만 이데일리가 KG그룹의 핵심 계열사라고 보긴 어려워 곽 전무와 경영권을 놓고 경쟁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KG그룹의 경영 승계는 순조롭게 이어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KG동부제철의 경영정상화라는 변수가 남아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이처럼 KG그룹의 경영 승계는 순조롭게 이어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KG동부제철의 경영정상화라는 변수가 남아 있다. KG동부제철은 올해 상반기 1조 2866억 원의 매출을 거두긴 했지만 45억 원의 영업손실과 81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 말 기준 자본총액이 마이너스(-) 188억 원인 자본잠식 기업이다.
KG그룹은 KG동부제철 인수를 위해 사모투자펀드 캑터스PE와 컨소시엄을 맺어 3600억 원을 납입했다. 적지 않은 돈을 쓴 KG그룹 입장에서 KG동부제철의 경영정상화는 중요한 과제이고 그 선봉장으로 곽 회장과 곽 전무가 나선 것이다. 성공적으로 경영정상화를 이끌면 곽 전무의 위상도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곽 회장의 KG동부제철 회장 취임식이 있었던 다음날인 지난 2일, KG그룹 계열사 KG ETS는 KG동부제철에서 발생하는 산화철을 이용해 수처리용 소재를 생산하는 산화철 재처리 분야 신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G ETS 측은 “기존 사업군에 KG동부제철과의 시너지 효과가 더해지면 보다 안정적인 수익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KG동부제철은 중장기 로드맵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수출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 △핵심 사업인 칼라강판 경쟁력 강화 △연구개발(R&D) 역량 강화 등이다. 이미 KG그룹은 KG동부제철을 인수할 당시 “현재 경영환경이 녹록하지 않은 동부제철로서는 신주발행 및 채무조정, 그리고 KG그룹이라는 우군을 만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자신한 바 있다.
반대로 KG동부제철 경영정상화에 실패하면 그만큼 곽 전무에 대한 위상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후계구도에 있어 마땅한 경쟁자가 보이지는 않지만 회사에 미치는 악영향을 생각하면 승계 시기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M&A 숨은 강자? KG그룹은 어떤 회사 KG그룹의 역사는 1954년 설립된 경기화학(현 KG케미칼)에서 시작한다. 1990년대까지 비료 산업을 영위하면서 1000억 원 이상의 연매출을 거뒀지만 산업 자체가 하향산업이었고, IMF 외환위기까지 겹쳐 1999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KG케미칼은 2003년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인수해 오랜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곽 회장은 1985년 세일기공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세일기공은 KG네트웍스의 전신으로 훗날 KG제로인과 합병해 KG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하게 된다. 2003년 KG케미칼은 8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곽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을 시작한 2004년에는 188억 원의 흑자를 거둬 흑자전환했다. 2005년에는 KG바텍(2011년 KG케미칼과 합병)을 설립하고, 시화에너지를 인수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섰다. KG그룹은 시화에너지 인수 후 사명을 KG에너지로 변경했고, 2011년 KG에코서비스코리아와 합병해 KG ETS가 출범했다. KG그룹은 2010년 언론사 이데일리를 인수했고, 2011년에는 전자상거래 업체 이니시스(현 KG이니시스)를 인수하는 등 광폭 인수·합병(M&A) 행보를 보였다. 2017년에는 치킨 프랜차이즈 KFC를 인수해 외식 사업에도 나섰다. 이처럼 KG그룹은 M&A를 통해 화학, 에너지, 교육, 레저, 식음료, 미디어 등 각종 영역에 진출했고, 최근에는 KG동부제철 인수에도 성공해 철강 사업에서도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