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4국 모두 한 수 아래 평가…“방심은 금물, 변수 통제해야”
약 1년 전 월드컵에서 독일전 승리의 기억이 또렷이 남아있지만 벌써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을 알리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일정이 시작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일정은 오는 2022년 11월 시작된다. 아직 3년이 넘게 남아 있지만 아시아 지역 예선은 지난 6월부터 이미 시작됐다. 2라운드부터 참가하는 한국 대표팀은 이번 9월 A매치 기간부터 예선에 돌입하게 됐다.
#본선 3년 전부터 시작되는 월드컵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은 가장 많은 국가가 참가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다. 지난 2016 리우 올림픽은 206개국이 참가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92개국이 나섰다.
월드컵의 경우 본선에는 32개 나라가 나서지만 이번 대회 예선 과정에선 6개 대륙 축구연맹에서 211개 나라가 참가한다. 그 중 본선 진출국을 가리기 위해선 오랜 기간 예선을 치러야 한다.
월드컵의 출발을 알린 지역은 아시아다. 아시아는 지난 6월 양국이 홈앤어웨이 경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2차 예선 진출국 6팀을 가려냈다.
#지역예선 2라운드, H조에 안착한 대표팀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46개 나라 중 FIFA 랭킹 상위 34개국은 2차 예선부터 참가한다. 이에 한국도 1차 예선이라는 관문은 자동으로 넘어섰다. 한국은 H조에 속해 레바논,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를 만난다. 3차 예선에 진출하기 위해선 조 1위를 차지하거나 2위 8팀 중 상위 4팀에 들어야 한다.
월드컵 2차 예선의 경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상위 8개 팀(이란, 일본, 호주,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중국)을 피하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과정에서는 예선 2라운드를 무실점 전승으로 통과한 바 있다. 최종예선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이때까지는 ‘갓틸리케’로 칭송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만만히 볼 수 없는 무대가 아시아 지역 예선 2라운드다. 방심은 금물이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대표팀은 큰 위기를 겪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이 약체 레바논과의 원정 경기에서 패하며 자칫하면 최종예선에도 진출하지 못할 수 도 있는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남북한은 지난 2017년 12월 마지막으로 맞붙은 바 있다. 당시 맞대결에서 한국이 1-0 승리를 거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표팀이 충격의 탈락을 경험한 2019 UAE 아시안컵에서는 아시아 무대에서 이전보다 서로간의 격차가 좁혀졌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에 월드컵 예선 2라운드에서도 상대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H조 상대 중 객관적으로 가장 강한 상대로 평가받는 팀은 레바논이다. 많은 축구 팬들이 알고 있듯이 레바논은 특별한 인연이 있는 팀이다. 별도의 평가전이 아니더라도 한국과 레바논은 많은 경기를 치러왔다. 유독 월드컵 지역예선 과정에서 자주 만났기 때문이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 과정에선 홈과 원정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웃었던 한국 대표팀이다. 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에선 레바논에 패하며 위기에 몰렸다. 당시 패배로 팀을 이끌던 조광래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놔야 했다.
객관적 전력상 레바논은 여전히 한국에 밀린다. 지난해부터 좋지 못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아시안컵에서 북한에게 승리했지만 카타르, 사우디를 상대로 2연패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지난 8월 서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에서는 이라크, 예멘을 상대로 패했고 팔레스타인과는 비겼다. 시리아에게 2-1 신승으로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지난 5일 치른 월드컵 예선에서도 북한에 0-2로 패하며 최악의 출발을 했다.
이번 예선에서는 3개 대회 만에 북한을 만나 주목받고 있다. 남북한은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맞붙은 바 있다. 당시 1승 1무로 한국이 우위를 점했지만 세트피스 골로 신승을 거둘 만큼 치열한 경기를 펼친 바 있다. 북한은 조 2위로 처졌지만 남북한이 함께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북한의 전력은 정대세, 안영학 등이 주요 전력으로 활약하던 당시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한때 80위권까지 치솟았던 FIFA 랭킹도 현재 118위까지 떨어졌다.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이나 팀 자체 전력보다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로 이적한 공격수 한광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남북한 대결은 지난 2017년 12월 열린 동아시안컵 대회였다. 2진급을 내세운 한국이 상대 자책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 외에도 같은 조에 묶인 투르크메니스탄과 스리랑카는 아시아에서도 하위권 국가로 분류되는 팀들이다.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상대로도 승리하지 못한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 자격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주목할 인물은 오른쪽 측면에 주로 서는 아르슬란미라트 아마노프다. 대부분이 자국리그에서 뛰고 있는 대표팀 동료들과 달리 그는 아시아 중상위권 국가 우즈베키스탄에서 활약하고 있다. 소속팀 로코 타슈켄트의 주축으로 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했고 대표팀에서는 주장을 맡고 있다. 지난 아시안컵에서는 일본을 상대로 골을 넣으며 주목을 받았고 지난 5일 월드컵 예선 첫 일정인 스리랑카전에서도 골을 넣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스리랑카는 FIFA 랭킹에 포함되는 211개 국가 중 200위에 랭크돼 있을 정도로 세계 최약체 중 하나다. 이들이 월드컵 조별 예선 단계에 참가한 것은 사상 최초의 일이다. 구소련 국가로 축구 인기가 뜨거운 투르크메니스탄과 달리 스리랑카는 크리켓의 인기가 압도적으로 높은 나라다. 아직 프로축구 리그조차 정착이 안 돼 세미프로로 리그가 운영되고 있다. 골키퍼 수잔 페레라를 제외하면 전원이 스리랑카 리그에서 뛰고 있다.
스리랑카는 이번 예선 2라운드 진출 과정에서는 천운이 따랐다. 1차 예선 마카오와의 원정 맞대결에서 1패를 안았다. 승리가 필요한 홈경기를 앞두고 스리랑카 내 폭탄 테러가 일어났고 마카오가 안전을 이유로 선수단을 보내지 않으면서 이들은 몰수승으로 예선 2라운드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앞으로 다가올 월드컵 예선에 대해 “2라운드다. 레바논,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등 상대들이 한 수 아래인 것은 맞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월드컵 본선이라는 무대에 아무나 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생소한 나라를 상대로 하기에 원정 환경 등 변수가 많을 것이다. 우리 선수단에서 부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변수에 대한 대비를 잘 해야 하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잘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