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독주에 울산 제동걸까…중위권·하위권 경쟁도 치열
전북과 울산의 이번시즌 선두 경쟁은 순위가 14회나 뒤바뀔 정도로 치열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일요신문] 스포츠의 묘미는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짜여진 각본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 등의 오락거리와 달리 ‘스포츠는 라이브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반년 이상 진행되는 시즌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재미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경기장 안이 아니더라도 일정이 진행될 때마다 요동치는 순위표를 보면서도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올 시즌 유례없는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K리그다. K리그1 28라운드 종료 시점, 평균관중 8112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5445명)과 비교해 53%의 관중이 증가했다.
이같은 관중몰이에는 근래 보기 드문 치열한 순위경쟁이 한가지 요소로 꼽히고 있다. 최근 K리그는 ‘전북 천하’가 이어져왔다. 전북 현대는 최근 5년간 4회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을 놓친 2016년의 성적도 준우승이었다. 지난해엔 4월 11일 선두 등극 이후 12월 2일 시즌 종료까지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전북과 울산의 일자별 순위변화 비교.
전북이 빼어난 경기력으로 많은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지만 선두권 팀간의 각축과 같은 재미는 주지 못했던 K리그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울산 현대가 전북 독주에 제동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1위와 2위에 나란히 올라있는 전북과 울산은 올해 선두권에서 14회나 자리를 바꿨다. 순위가 요동치던 3월이 지나 4월부터 이들은 선두권에 올라섰다. 6월까지는 FC 서울과 3파전을 이뤘다. 매주 일정이 진행될 때마다 경기 결과에 따라 이들의 순위가 달라졌다.
여름에 접어들며 서울이 경쟁에서 처지는 모습을 보이며 본격적인 양 팀의 각축이 시작됐다. 7월부터 이들이 자리를 맞바꾼 횟수만 6번이다. 29라운드 일정을 앞둔 상황에서도 승점 1점차로 한 경기만으로 뒤집힐 수 없는 간격이다.
전북과 울산의 양보없는 경쟁은 기록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들은 올 시즌 28경기에서 각각 59골과 55골을 넣어 다득점 부문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득점 3위 강원 FC(42골)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26골과 27골을 기록중인 실점 부문 또한 크게 다르지 않는 상황이다. 공수 밸런스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양팀이다.
개인기록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 골순위 20위권 이내 가장 많은 선수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팀 또한 이들이다. 울산은 주니오(12골), 김보경(11골), 김인성(7골)이 각각 2위, 4위, 18위를 달리고 있고 전북은 김신욱(9골, 8위), 문선민(8골, 13위), 로페즈(8골, 16위), 이동국(6골, 19위) 등이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여름 이적시장서 합류한 호사(6경기 4골)도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2경기 연속 골을 넣으며 선두 탈환에 일조했다.
순위 경쟁에 치열한 곳은 선두권 뿐만이 아니다. 시도민구단 강원과 대구 FC도 시즌 중반부터 4~5위권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먼저 치고나간 것은 대구다. 지난 시즌 말미부터 상승 기류를 탄 대구는 올 시즌까지 뜨거움을 이어갔다. 2019 시즌 개막과 함께 개장한 DGB대구은행파크의 존재는 상승세에 날개를 달았다. 홈 14경기에서 3패만을 기록하며 중상위권을 형성했다.
강원은 시즌 중반에 이르러 떠올랐다. 6월 한 달 2승 2무로 순위를 끌어올리더니 7월에는 3승 1무 1패로 4위 대구 자리를 빼앗았다. 이후 서로 4위 자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는 강원과 대구다.
이들의 중상위권 경쟁은 K리그에서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기에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시도민구단인 강원과 대구 모두 강호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던 팀이다. 창단 이후 줄곧 하위권을 맴돌았고 2010년대 중반들어선 두 팀 모두 강등을 맛본 팀이기도 하다.
하위권 팀들의 잔류경쟁 또한 눈길을 끈다. 사진은 인천과 제주의 맞대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강등권에서도 3팀이 눈물겨운 1부리그 잔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남 FC, 인천 유나이티드, 제주 유나이티드가 그 주인공이다. 5월부터 하위권 3팀으로 분류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위권에서도 절대적 강자도, 약자도 없다. 수시로 이들의 순서가 바뀌며 일부 팬들은 3구단 팀명 앞글자를 따 ‘경제인, 경인제, 제경인’ 등으로 부르며 이들의 경쟁을 지켜보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