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발병의 숨은 조력자로서 미생물 역할 규명
알츠하이머성 치매 쥐의 장내 미생물 군집 변화가 장 점막 면역기능을 약화시키고 장 조직 세포의 퇴화를 유도하였다.
[대전=일요신문]육군영 기자 = 한국연구재단은 11일 국내연구진이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바로잡아 알츠하이머병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발표했다.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뇌손상으로 인해 심각한 인지 기능의 장애가 나타나는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치매의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치매유병율은 10%에 이르며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50년에 3백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원인과 치료제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 묵인희 교수와 경희대 배진우 교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에서 장내 미생물 불균형으로 인한 장 누수현상과 염증반응을 확인하고 장내 미생물 조절을 이용한 알츠하이머병 완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장내 미생물과 뇌 질환과의 연결고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제2의 뇌’로 장이 주목받고 있고,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생쥐모델에서도 장내 미생물 군집 변화가 보고되었지만 어떠한 경로로 변화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생쥐모델의 뇌 병변이 악화될수록 정상 생쥐와의 장내 미생물 구성의 차이가 커지는 현상을 통해 장내 미생물과 알츠하이머병과의 연관성을 확인하였다.
치매 생쥐모델의 장내 미생물 군집의 종(species) 구성이 정상 생쥐와 다르게 변형되었고 만성 장 염증반응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미생물 군집 변화로 인한 장벽기능 약화가 장내 독소의 혈액으로의 누수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전신적인 염증반응이 증가됨을 규명했다.
실제 장내 미생물 균총의 균형이 깨어진 알츠하이머성 치매 생쥐모델에 16주간 주기적으로 건강한 장내 미생물을 투여하는 분변 미생물군 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 FMT)을 통해 장내 환경변화를 유도했다.
그 결과 질환 생쥐모델의 기억 및 인지기능 장애가 회복되었고 뇌 내 특징적인 단백질 축적과 신경세포의 염증반응이 완화되었다.
더불어 장 조직 세포의 퇴화와 혈중 염증성 면역세포 수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어 전신적인 염증 반응이 감소함을 확인했다.
생쥐모델에서 장벽의 누수와 혈액 내 면역세포에 의한 염증반응, 그리고 뇌 병변과의 상관관계를 확인함으로써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바로잡아 알츠하이머병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묵인희 교수
묵인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의 실험들과 달리 뇌 내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축적이 함께 일어나는 모델을 사용하여 실제 알츠하이머병의 신경 병리와 기억 및 인지 장애에 대한 장내 미생물의 효과를 살펴볼 수 있었다”며 “또한, 항생제를 사용한 선행연구들은 장내 미생물을 제거하여 미생물 총의 불균형이 일어나기 때문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지만 분변 이식술은 정상 미생물 총의 이식을 유도하여서 비교적 안전하게 장내 환경의 전체적인 변화를 가능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본 연구의 또 다른 장점은 장내 미생물을 통한 장과 뇌 사이의 신호 전달을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표적으로 제시한 것”이라며 “따라서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 위장병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거트’(Gut)에 8월 30일 게재되었다. (논문명 : Transfer of a healthy microbiota reduces amyloid and tau pathology in an Alzheimer’s disease animal mo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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