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PD수첩’ 캡쳐
17일 방송되는 MBC ‘PD수첩’ 1210회는 ‘사라진 남편, 그는 왜 표적이 되었나’ 편으로 꾸며진다.
지난 2016년 10월,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던 지익주 씨가 돌연 사라졌다.
남겨진 단서는 단 두 개. 괴한들이 그를 차에 밀어 넣고 어딘가로 데려갔다는 목격자들의 진술과 CCTV에 찍힌 지 씨 차량 주변의 수상한 움직임이다.
지 씨 아내는 남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오토바이 수색대 50여대를 동원해 밤낮으로 흔적을 좇았고 ‘남편을 찾아 달라’는 기자회견을 했다.
3개월 만에 남편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놀랍게도 남편을 데려간 괴한은 필리핀 경찰청 마약단속국 경찰들이었다.
심지어 남편이 납치된 곳은 필리핀 경찰청 안이었고 남편 지익주 씨는 납치된 그날 경찰청 주차장에서 살해됐다.
외국인 상대 납치 범죄가 드문 것은 아니었지만 경찰들이 살인에 연루되고 경찰청에서 실행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 참혹한 진실에 필리핀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PD수첩은 이 사건의 핵심 용의자와 사건 관계자들을 우여곡절 끝에 힘들게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필리핀 경찰들이 조직적으로 외국인을 납치해 돈을 갈취하고 있다는 것.
이른바 경찰들이 ‘납치 비즈니스’를 겸업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 사건에 연루된 고위 경찰들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두려워했다.
용의자 S는 “이 사건에 더 많은 높은 사람들이 개입되어있거든요. 피해자 아내한테 전해주세요 제가 살해되기 전에 빨리 공판을 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이 사건은 묻힐 거예요”라고 말했다.
지 씨의 아내도 “만약 이 사건이 파헤쳐지면 (경찰 조직이) 다 흔들린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붕괴된다고. 다 연루되어 있다는 얘기죠”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범인들의 머리를 한국에 보내겠다’며 엄정한 처벌을 약속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된 건 아무 것도 없었다. 핵심 용의자중 하나인 경찰청 마약단속국 팀장은 보석으로 풀려났고 다른 용의자들은 혐의를 부인하며 시간만 끌고 있다.
3년째 1심이 진행 중이며 올해 단 한 차례의 재판이 열렸지만 그마저 진전 없이 끝난 상황. 교민들은 시간만 끌다 결국 용의자 모두 풀려날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지 교민들도 우리 정부와 대사관의 대응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2015~2018년 합산 기준, 한국인 대상 살인 사건이 가장 많았던 나라 필리핀.
대한민국 국민은 우리 정부로부터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살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