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요리 예능 셰프테이너 공급 한계로 흐름 꺾여…대거 등장한 흑수저 셰프들이 ‘인공호흡’
이런 분위기가 넷플리스 오리지널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이후 급변하고 있다. 제한적인 셰프테이너의 반복적 활용으로 위축됐던 정통 요리 예능이 다시 새로운 열풍을 불러일으킬 만큼 ‘재료’가 풍성해졌기 때문이다. ‘흑백요리사’가 배출한 수십 명의 셰프테이너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과연 ‘흑백요리사’ 열풍의 최대 수혜주가 될 수 있을까. JTBC는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시즌2’를 12월 15일부터 방송한다고 밝혔다. 2014년 11월부터 방송된 ‘냉장고를 부탁해’는 게스트의 냉장고를 스튜디오로 가져와 유명 셰프들이 요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재료는 게스트의 냉장고 속에 있는 것으로 한정되고, 요리 시간은 단 15분만 주어진다. 엄청난 재료들로 가득한 게스트의 냉장고도 있지만 재료가 너무 빈약한 경우도 있다. 이런 제한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대결이 주는 긴장감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최근까지 방송가에서 활약하는 셰프테이너들을 다수 배출한 ‘냉장고를 부탁해’의 인기는 방송가에 ‘쿡방(요리하는 방송)’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5년여의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결국 2019년 11월 종영했다. 기본적으로는 시청률 하락이 폐지의 원인이 됐다. 편성 시간이 월요일 저녁 9시 30분에서 밤 11시로 바뀐 여파도 있었지만 서서히 방송 내용이 식상해졌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신선하게 다가온 셰프테이너들이 5년의 시간 동안 너무 익숙해지면서 매회 비슷한 대결이 이어진 것이 가장 결정적인 이유다. 제작진은 꾸준히 새로운 셰프테이너를 발굴해 방송에 합류시켰지만 한계가 분명했다. 주로 게스트는 유명 연예인이었는데 5년가량 방송이 이어지면서 게스트 섭외에도 어려움이 상당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너무 고가의 희귀한 재료들이 연이어 게스트의 냉장고에서 나오기도 했는데 그만큼 화제성이 컸지만 공감대는 줄어들었다.
종영 이후 ‘냉장고를 부탁해’를 다시 방영해 달라는 시청자 의견도 상당했다. 종영 몇 달 뒤인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외식을 자제하고 집밥을 먹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처치 곤란 천덕꾸러기 냉장고 재료의 신분 상승 프로젝트’라는 ‘냉장고를 부탁해’의 기본 콘셉트가 오히려 더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종영을 결정한 한계점 자체가 해결된 상황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새로운 셰프테이너가 절실했다. 이런 분위기를 ‘흑백요리사’가 한 방에 해결했다. 100명의 셰프가 출연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엄청난 수의 셰프테이너가 양산됐기 때문이다.
‘냉장고를 부탁해 시즌2’ 제작진은 원조 셰프 군단 이연복, 최현석, 김풍, 정호영에 에드워드 리, 최강록, 이미영(급식대가), 윤남노(요리하는 돌아이)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고 밝혔다. 새로 합류한 네 명은 모두 ‘흑백요리사’ 출신으로 에드워드 리와 최강록은 백수저 요리사였고 이미영과 윤남노는 흑수저 요리사였다. 기존 출연진 가운데 최현석도 ‘흑백요리사’에 백수저 요리사로 출연했었다. 이연복이라는 최강자의 존재감이 너무 두드러진 게 ‘냉장고를 부탁해’의 한계 가운데 하나였지만 에드워드 리라는 막강한 셰프가 가세하면서 보다 흥미진진한 대결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제작진은 “회차별 셰프 구성에 변화를 주면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대결 구도를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발표된 8명의 셰프는 출발 주자일 뿐 새로운 셰프들이 연이어 투입될 수 있다고 밝힌 셈이다. ‘냉장고를 부탁해’ 원조 셰프 군단이지만 아직 시즌2 합류가 결정되지 않은 박준우, 오세득 셰프도 ‘흑백요리사’ 백수저 요리사였다. 또한 ‘냉장고를 부탁해’ 원조 셰프 군단은 아니지만 ‘흑백요리사’로 셰프테이너의 반열에 오른 이들은 수십 명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백수저 요리사로 출연했던 정지선 셰프도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 출연했을 당시 ‘냉장고를 부탁해 시즌2’ 합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섭외가 오면, 저는 기회가 온다면 할 거 같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11월 30일부터 방송되는 ENA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에도 ‘흑백요리사’ 출신이 대거 출연한다. 기본적으로 백종원부터 ‘흑백요리사’ 심사위원 출신이다. 이외에 데이비드 리(고기깡패)가 고기반 담임셰프, 임태훈(철가방 요리사)이 중식반 담임셰프, 윤남노(요리하는 돌아이)는 양식반 담임셰프를 맡았다. 일식판 담임셰프인 ‘여의도 용왕’ 김민성 셰프만 ‘흑백요리사’ 출신이 아닌데 그 역시 섭외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승원(트리플스타) 셰프도 게스트로 출연해 녹화를 마쳤는데 이후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면서 방송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셰프테이너들의 활약상은 정통 요리 예능 프로그램에 국한되진 않는다. 김미령(이모카세 1호) 셰프가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에 합류하면서 정지선 셰프, 장호준 셰프, 이미영(급식대가) 셰프와 함께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SBS ‘미운 우리 새끼’에는 조서형(장사천재 조사장) 셰프, 김미령(이모카세 1호) 셰프, 이미영(급식대가) 셰프 등이 출연한다. 이런 분위기는 ‘흑백요리사’의 인기로 여기 출연한 셰프테이너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올라가면서 예능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섭외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또한 이들이 출연하면 일반 예능 프로그램이 요리 예능의 색채를 더해 더욱 다채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부분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방송뿐 아니라 유튜브에서도 이런 현상이 확인된다. 백종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백종원 PAIK JONG WON’에는 최현석 셰프, 권성준(나폴리 맛피아) 셰프, 강승원(트리플스타) 셰프, 이미영(급식대가) 셰프, 정지선 셰프 등이 출연했다. 최현석 셰프 출연 영상은 조회수가 700만 명을 넘겼으며 권성준(나폴리 맛피아) 셰프와 강승원(트리플스타) 셰프의 영상도 조회수가 600만 명을 넘기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냈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