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에 지분 승계설까지…태광실업 “IPO 목적 공식적으로 밝히기는 어려워”
태광실업은 노 전 대통령 관련 수사로 유명하지만 그 자체로도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태광실업은 올해 상반기 1조 1585억 원의 매출과 125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또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외에 총 25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경상남도 김해시에 위치한 태광실업 전경. 임준선 기자
현재 태광실업은 기업공개(IPO·상장)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고, 최근에는 양측 실무진이 만남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태광실업의 기업가치는 5조 원 이상으로 평가받으며 증권가에서는 태광실업을 2020년 IPO 최대어로 꼽기도 한다. 태광실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일정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물리적으로 올해 안에 상장하는 건 힘들 것 같다”며 “상장 시기가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으며 주관사와 의논해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태광실업은 올해 6월 말 기준 인도네시아에 22개 생산라인이 있으며 2021년까지 총 26개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광실업이 IPO를 단행하는 이유도 해외 사업 투자액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IPO 목적이 박연차 회장의 승계 자금 마련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지분을 승계하려면 막대한 증여세가 필요하기에 박 회장이 지분 일부를 매각해 증여세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태광실업의 최대주주는 지분 55.39%를 보유한 박연차 회장이고 2대주주는 지분 39.46%를 가진 박 회장의 아들 박주환 태광실업 부사장이다. 이미 박 회장 일가가 태광실업 지분 전량을 갖고 있어 지분 일부를 매각해도 경영권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태광실업의 IPO가 승계 작업을 위한 것이라면 회사에 들어오는 자금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 태광실업의 신주를 발행하기보다 기존에 있는 지분을 매각하는 게 박 회장 입장에서는 보다 많은 현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광실업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IPO를 진행하는 목적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현재 실적도 좋고 회사 창립 50주년이 다가오고 있어 여러 측면에서 검토를 해보자는 차원으로 봐도 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IPO 목적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사진)의 승계 자금 마련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연합뉴스
IPO 대어로 꼽히는 만큼 태광실업의 주가가 어느 정도 선에서 형성될지도 증권업계 관심이 쏠린다. 일단 최근 몇 년간 태광실업의 매출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사업 전망은 나쁘지 않다. 또 올해 6월 말 기준 태광실업의 부채비율은 38.86%에 불과해 재무적으로도 양호하다.
조정표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 6월 리포트에서 “태광실업은 글로벌 1위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의 4개 핵심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회사 중 하나로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나이키와의 우호적인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며 “나이키의 양호한 성장세, 핵심 OEM 회사로서의 지위 등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우수한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태광실업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휴켐스의 최근 주가는 좋지 못한 편이다. 태광실업은 2006년 화학 업체인 휴켐스를 인수해 현재는 태광실업의 주요 신사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렇지만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휴켐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3190억 원, 영업이익 562억 원을 거둬 지난해 상반기 매출 3924억 원, 영업이익 879억 원에 비해 다소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12월 2만 6650원까지 올랐던 휴켐스의 주가는 현재 2만 원 초반대 수준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휴켐스에 대해 “2018년 이후 TDI(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 사업 호황이 마무리되면서 실적은 2017년을 고점으로 2020년까지 감익될 전망”이라며 “다만 CDM(청정개발체제) 판매물량 증대 및 가격 상승, MNB(모노니트로벤젠) 판매량 증대로 시황 악화 영향은 최소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연차 회장은 1971년 개인 회사 정일산업을 설립해 가내수공업에 나섰다. 정일산업의 시작은 신발 OEM 기업들의 협력 업체였지만 1970년대 후반 신발 완성품 업체로 전환했다. 박 회장은 1980년 태광실업 법인을 설립한 후 나이키와 계약을 맺어 나이키 신발 OEM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도 태광실업 매출의 대부분은 나이키로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베트남 정부로부터 화력발전사업권을 획득하고, 배관제 제조업체 애강리메텍(현 정산애강)을 인수하는 등 신사업 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태광실업이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박연차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후원하면서부터다. 박 회장은 제16대 대통령선거 당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2004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2009년에는 박연차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일가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당시 검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노 전 대통령이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자 검찰은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건강 괜찮나 “최근에도 의욕적 해외 현장 경영” [일요신문] 최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건강이 악화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나아가 태광실업이 IPO에 나서는 이유도 박 회장의 건강 문제로 인해 승계 작업을 서두르기 위한 것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박 회장은 우리 나이 75세로 적지 않지만 아들인 박주환 태광실업 부사장은 37세로 비교적 젊다. 증권가에서도 박 회장의 건강 상태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태광실업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박 회장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주가에도 영향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 건강과 관련한 소문은 꼬리를 물고 있지만 정작 태광실업 측은 박 회장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주장한다. 태광실업 관계자는 박 회장 건강악화설에 대해 “내부적으로 느끼는 바는 없고, 외부에서 설왕설래 하는 것”이라며 “최근에도 의욕적으로 해외 사업장을 다니면서 현장 경영을 진행하고 있다”고 부정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