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보다 ‘탈게임화’ 주목받는 까닭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웅진코웨이 인수에 나서면서 업계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웅진코웨이 인수 우선 협상자로 넷마블이 선정됐다. 넷마블은 같은 날 열린 웅진코웨이 인수 추진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게임·렌털사업을 결합해 실물 구독경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 시장을 노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 인공지능(AI)·클라우드 기술 및 배송망의 발전으로 구독경제가 급성장했으며, 구독경제는 매달 정기적인 수익을 내면서 안정적 현금 창출이 가능하다. 게임사업에서 확보한 유저 빅데이터 분석과 운영 노하우를 코웨이가 보유한 모든 디바이스에 접목함으로써 스마트홈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넷마블은 이번 인수가 게임산업 성장 정체 때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으로 구독경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라며 “게임산업에 대한 한계나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넷마블 측 생각과 달리 업계 안팎에서는 ‘탈게임화’ 행보에 무게를 둔다. 넷마블은 넥슨을 인수해 글로벌 게임사로 거듭나려 했지만, 인수가 무산됐다. 더욱이 우리나라 게임시장은 정체기에 들어섰다. 중국이 2017년부터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게임 영업 허가증)를 발급하지 않으면서 가장 큰 매출을 내는 중국 시장이 막혔고, 대체 시장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반면 중국 게임사들은 우리나라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고, ‘게임 질병코드화’ 국내 도입 가능성으로 시장 불안도 커졌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게임사들의 중국 진출은 막혀 있는 반면 중국 게임사들은 빠른 속도로 퀄리티를 높이면서 한국 시장에서 활개치고 있어 한국 게임사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여기에 더해 주 52시간제로 게임 생산성이 떨어지고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중독 이슈가 불거지면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성장이 불확실한 게임업계 대신 다른 분야에 투자하면서 NHN엔터테인먼트(현 NHN)처럼 탈게임화 행보를 걷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NHN엔터는 2013년 NHN에서 한게임이 분사하면서 설립된 회사로, 2015년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를 선보이며 핀테크 분야에 진출했고 음원사이트 벅스, 웹툰사이트 코미코, 통합 클라우드 솔루션 토스트 등을 운영하면서 종합 IT회사로 거듭났다. 한국게임학회 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넥슨 인수가 좌절됐고 국내 게임시장 성장성도 떨어지면서 계속 투자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겼을 것”이라며 “리스크가 낮은 렌털사업으로 전체 매출을 늘리는 동시에 앞으로 이종산업에 진출하겠다는 ‘탈게임’ 조짐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의 웅진코웨이 인수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게임과 렌털사업의 융합 가능성이 불확실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
방준혁 의장의 새로운 도전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을정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구독경제는 넷플릭스나 멜론 등으로 콘텐츠 위주인데 코웨이의 렌털사업은 디바이스다보니 어떻게 게임콘텐츠와 시너지를 낼 것인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기준 넷마블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 7000억 원으로 향후 M&A 매물이 나왔을 때 실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인수 결정 확정 후 구체적인 사업 방향성이 결정돼야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렌털사업에 IT기술을 결합해 스마트홈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게임업계가 보유한 AI와 빅데이터 등 IT기술은 스마트홈 서비스 구현에 쓰이기보단 게임 이용자들을 관리·분석하는 기능에 그치는 만큼, 넷마블의 IT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AI기술과 렌털을 결합한다고 하는데, 렌털사업 자체가 품목을 급히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게임업체가 성장하는 것처럼 매출이 2배씩 뛰는 것도 아니다”라며 “넷마블의 성장이나 글로벌 진출에 도움이 될 선택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넷마블의 이번 인수는 렌털업체에 초점을 두기보단 웅진코웨이가 보유한 체계와 고객 기반 등 실물 구독경제 플랫폼 자체를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웅진코웨이는 국내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렌털 시장에서 35%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 업체다. 웅진코웨이 플랫폼을 활용해 렌털 서비스 품목을 넓히고 AI와 IoT 기술을 접목하면서 공유경제와 스마트홈 시장 등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란 얘기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4차 산업에서 플랫폼 비즈니스가 활성화할 것은 분명한 만큼 네이버가 라인을 개발한 것처럼 플랫폼을 확보해놓은 차원으로 플랫폼을 통해 정수기 렌털뿐 아니라 다른 서비스를 결합하고 동남아시아 등 해외 진출도 시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예린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