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부부 “소음 때문에 소들의 살이 바짝바짝 말라”
“임신한 소들이 위험하다.” 여주시 북내면 중암리에서 18홀 규모의 회원제 골프장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공사장과 인접한 70대 노부부의 한우농가가 소음 발생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곳 한우 15마리는 공사장 소음으로 인해 제대로 먹지도, 눕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노부부는 전했다.
[일요신문=여주] 이백상 기자 = “임신한 소들이 골프장 공사장 소음으로 인해 살이 바짝바짝 말라가고 있어요.” 여주시 북내면 중암리의 한 한우농가가 인접한 아시아나골프장 조성 공사장에서 나는 소음 때문에 사육 중이던 소의 임신이 늦어지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18홀 규모의 회원제 골프장 조성 공사장과 맞닿아 있는 이 한우농가에는 모두 15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9마리가 임신 중이다. 1마리는 임신 예정일이 3개월이 지났는데도 임신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임신한 소 몇 마리는 임신이 늦어져 애를 태웠다고 한다. 한우 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70대 노부부는 “골프장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쿵쿵거리는 소음으로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제대로 먹지도, 눕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골프장 내에선 최근 들어 부쩍 ‘쿵쿵소리’의 주범인 ‘뿌레카 작업’이 한창이었고, 골프장 진입도로 공사장에는 소음발생이 큰 천공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이 현장들 모두 워낙 돌이 많다보니 토목공사가 끝나는 날까지 소음발생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노부부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부부는 “임신한 소들이 유산이라도 하면 어떡하나 걱정스럽다”며 불안한 심경을 전했다. 최근 천공 작업을 벌인 골프장 진입도로 공사장과 10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또 다른 한우농가도 소음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시공사 관계자는 “확인을 해보니까 한우들이 마르긴 마른 것 같았다”며 “마을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경을 바짝 쓰고 있으며, 피해 농가에 대해선 원만한 해결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골프장은 지난 8월 공사 과정에서 유물산포지와 문화재 표본조사 대상 구역을 무단 훼손해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 조치된데 이어 지난달 25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뿐만 아니라 이 골프장은 같은 달 중암리 농민들의 농업용수로 활용되고 있는 ‘완장천’에 공사장 흙탕물을 내려 보내 모두 2차례에 걸쳐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행정조치(벌금)를 받기도 했다.
이런 불법사항이 연이어 발생하자 주민들은 대기업의 안하무인 격 공사강행을 비판하고 나섰다. 중암1리 주민들은 지난 9월 완장천 오염에 대한 재발방지와 주민설명회 개최 요구 등이 담긴 탄원서를 작성해 여주시와 여주시의회에 각각 제출했다.
금호리조트가 시행한 이 골프장은 현재 국내 굴지의 건설사인 K사와 매매계약 체결에 따른 인수인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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