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필 모두 500kg 넘는 당당한 체격에 스피드와 근성 겸비
2세마 교룡득수와 레전드스톰은 훌륭한 체격을 타고난 데다 스피드와 근성을 겸비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교룡득수(2세·수·3전2/0/0·디알엠시티·지용철 부:한센 모:승리의함성 레이팅:36)
교룡득수는 실전을 거듭할수록 걸음이 늘고 있는 상승세의 신예로, 혈통적 기대치도 상당히 높아 개인적으로는 최상위군 진출도 가능하다고 본다.
데뷔전에서는 단승식 배당 53.5배가 말해주듯 전혀 주목받지 못 했고, 결과도 별 볼 일 없었다. 선입 전개로 나름 최선을 다해봤지만 막판에 밋밋한 걸음으로 우승마와 12마신이라는 큰 차이를 보이며 6위에 그쳤다. 순발력이 뛰어나지도 못했고 끝걸음도 탄력이 없어 그저 그런 평범한 마필로 보였다.
그런데, 두 번째 경주에서 완벽한 전력향상을 보이며 첫 승을 기록했다. 데뷔전 조한별 기수에서 문세영으로 교체하고 출전해 단승식 11.7배가 말해주듯 복병 정도로 평가받았는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빠른 출발을 보이며 선입 전개를 펼쳤고 직선주로에서도 탄력적인 걸음을 유지하며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데뷔전과 비교해볼 때 최소한 한 단계 이상 점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록상으로도 1초 2(약 6마신)나 앞당겼고, 경주마로서 중요한 덕목인 투지와 근성이 생겼다는 점에서 진정한 경주마로 탈바꿈했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경주는 5등급 승급전이었는데, 이번에도 우승을 이어갔다. 이전 경주와는 달리 승급전이라 편성도 강했고, 인기순위도 5위(단승식 12.8배)에 그쳤지만, 또다시 한 단계 늘어난 걸음으로 2연승에 성공했다. 출전마 10두 중 가장 끝번인 10번 게이트였는데, 출발이 늦어 중위권 외곽전개를 펼쳤음에도 직선주로에서 탄력 넘치는 추입으로 역전극을 펼쳤다. 직전보다 상대도 강해졌고, 전개도 불리했지만 모든 것을 극복하며 우승한 것은 분명한 업그레이드로 볼 수 있다.
실전 세 번째 만에 데뷔전과는 차원이 다른 마필로 변했는데, 마치 ‘심장의고동’을 보는 듯했다. 예전에 소개했던 심장의고동은 데뷔전에서 3위에 그쳤지만 4개월 만에 코리안더비에서 2위를 기록했고 6개월 후에는 일간스포츠배 대상경주를 우승하며 지용철 마방의 기둥으로 성장했다.
혈통적 기대치로 볼 때 제2의 심장의고동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부마 한센은 그동안 여러 차례 소개했던 대로 최고의 씨수말이고, 모마 승리의함성도 현역시절 뛰어난 추입력을 과시하며 1군에서 활약한 능력마였다. 특히 2012년 대통령배에서 4위, 암말 대상경주였던 경기도지사배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명마로 인정을 받았었다.
500kg이 넘는 좋은 체구를 타고났고, 혈통적 기대치도 상당히 높아 질병 없이 관리만 잘된다면 지용철 마방의 또 다른 기둥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레전드스톰(2세·수·3전2/0/0·양순희·정호익 부:오피서 모:걸스라이크 레이팅:43)
레전드스톰은 데뷔전부터 막강한 능력을 과시하며 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대부분의 신마들은 데뷔전을 1000m로 치르고, 실전 경험을 쌓은 후에 1300m에 나서는 게 보통인데, 레전드스톰은 처음부터 1300m를 선택했다. 그만큼 정호익 조교사가 잠재력을 알고 있었고, 또한 믿었다는 얘기다.
초반부터 뛰어난 선두력을 발휘하며 단독선행에 나섰고, 직선주로에서도 전혀 지치는 기색 없이 탄력을 이어가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단승식 2.2배로 인기 1위를 기록했던 메니히어로가 최선을 다했지만 3마신이라는 적지 않은 차이로 2위에 머물고 말았다. 그만큼 레전드스톰의 능력이 뛰어났다고 볼 수 있다. 기록도 1분 20초 0이 나왔는데 당시 주로가 7% 양호였다는 점에서 대단히 빠른 기록으로 평가되었다.
두 번째 경주는 농협중앙회장배 대상경주였는데 롤러블레이드와 최강팀이라는 2세마 최강듀오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13마신이라는 큰 차이로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출발부터 좋지 못했다. 약간 주춤거리며 가장 늦은 스타트를 보였고, 자리 잡기에 실패하며 중위권에서 외곽질주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4코너를 다섯 번째로 돌고 직선주로에 들어섰는데, 막판 무뎌진 걸음으로 6위에 그치고 말았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롤러블레이드와 최강팀을 우승후보로 지목하면서, 레전드스톰은 복병 노릇은 해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기대 이하였다. 결승선 통과할 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실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참패의 원인은 데뷔전과는 완전 딴판인 최강의 편성을 만났고, 난생 처음 만난 엄청나게 빠른 페이스가 문제였다. 여기에 출발도 늦었고 외곽질주로 불리한 전개를 한 것도 참패의 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그렇지만 한 달 후에 펼쳐진 세 번째 경주에서는 데뷔전에서 보여준 강인한 모습을 되찾으며 7마신 차의 완승을 거뒀다. 이번에도 출발은 늦었다. 반 박자 늦게 출발했는데, 곧바로 스피드를 발휘하며 2선에 가세했다. 선행 나섰던 금아키튼 바로 뒤에서 안쪽 선입으로 레이스를 펼쳤는데, 직선주로에 들어와서는 탄력 넘치는 걸음을 과시하며 상대를 압도했다. 2위를 기록한 황금해도 데뷔전부터 3연속 입상을 기록하던 능력 우수마였는데, 7마신이나 따돌렸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더 고무적인 것은 늦은 출발로 선행을 못가면서 안쪽에서 모래를 맞고 선입으로 레이스를 펼쳤음에도 거부반응 없이, 기수의 유도에 순응했다는 것이다. 이 점은 앞으로 펼쳐질 상위군의 장거리 경주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결과와 기록만 놓고 볼 때는 데뷔전과 거의 비슷하다. 1분 20초대 기록으로 두 번 모두 낙승이었지만 내용은 완전히 달라졌다.
데뷔전에서는 단순하게 선행을 나서며 우승했다면, 이번에는 모래를 맞고 따라가는 상황 속에서도 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상위군에 올라가면 경주 거리가 늘어나 선입이나 추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밖에 없을 텐데 이번 경주를 통해서 그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고 판단된다.
이번 우승으로 4등급에 진출했는데, 현재의 전력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지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경주 성격에 따라 선행과 선입을 자유롭게 구사할 것이고, 경주를 거듭할수록 전력향상도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도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