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국적 불명의 알쏭달쏭한 음식은 오늘날 중국이 아닌 한국 고유의 음식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태생만큼은 인천인 것이 분명하죠.
인천 태생의 대표 음식 짜장면
중국에서 춘장을 면을 비벼먹는 형태의 작장면 (Zhajiangmian자장멘)이 선린동 일대 화교촌 중화요리집에서 다시 만들어져 자연스럽게 한국화된 음식이 지금의 짜장면이라고 합니다.
초기 짜장면으로 유명했던 곳 중의 하나가 바로 ‘공화춘’이라는 요리집입니다.
1883년 인천이 개항되고 중국인들이 인천 지역에 거주하면서 조선과 청나라 간 무역이 성행하자 많은 중화요리집들이 생기기 시작했죠.
당시 공화춘은 중국 산동지방의 장인이 참여하여 지은 중국식 건물로, 외부는 벽돌로 마감하고 내부는 다양한 문양과 붉은색을 사용하여 화려하게 장식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무역상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곳으로 이용되었다가 중화요리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음식점의 공간이 확대되어 대형 연회장을 갖춘 유명한 중국 요릿집으로 1980년대까지 명성을 날렸었죠.
공화춘은 현재 짜장면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짜장면은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에는 더욱 대중적인 음식이었습니다.
당시 인천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쿨리(중국와 인도의 노동자-짐꾼, 광부, 인력거꾼)들이 급하게 한끼를 때우는 일종의 패스트푸드 같은 음식이었다고 하니까요.
개항기의 차이나타운
그래서 공화춘이 짜장면을 판매했던 기록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맞지만, 처음 짜장면이 만들어지고 판매된 곳은 요리집이 아니라 거리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많습니다.
이처럼 짜장면과 긴밀한 역사적 인연을 가진 공화춘은 현재 인천광역시 중구에서 건물을 매입한 후 건물을 보수하고 내부에 전시공간을 마련하여 2012년부터 짜장면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짜장면 박물관은 화교 역사와 짜장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당시 생활 모습을 재현해 놓은 아주 흥미로운 공간이죠.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 따라 변화했던 짜장면의 시대적 조리법도 소개하고 있는가 하면, 광복 이후 급속히 대중화되면서 음식배달을 위한 ‘철가방’ 시대의 흔적도 보존되어 있습니다.
인천 중구의 차이나타운
휴일이면 차이나타운은 관광객들로 크게 붐비는 곳입니다.
대부분 한국인이고, 이들은 한결같이 짜장면의 역사적 발상지를 찾아 근대화 시대에 가장 붐볐던 교역항에서 개발된 패스트푸드를 맛보는 경험을 즐기고 있습니다.
허순옥 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