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서면 오성리 봉화봉…동서축 장방형 6단 석축 잔존
장수군 산서면 오성리 봉화봉 봉수대 잔존 상태를 조사하고 있다.
[일요신문=장수] 신성용 기자 = 장수군 산서면 오성리 해발 606m 높이의 봉화봉에서 전존상태가 양호한 고대봉수가 발견돼 삼국시대 봉수의 구조 연구는 물론 전북지역 가야세력의 정체성을 밝히는데 주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2일 장수군과 군산대 가야문화연구소(소장 곽장근)에 따르면 100대 국정과제 중 ‘가야사 조사·연구 및 정비 사업’으로 자체학술지표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민의 제보로 봉화봉 봉수의 위치와 개략적인 현황이 파악됐다.
이번에 확인된 봉화봉 봉수는 봉대의 평면 형태가 동서로 약간 긴 장방향이며 화강암 계통의 다듬은 석재를 사용해 벽석을 쌓아 올렸다. 봉대의 규모는 길이가 8m, 잔존 높이는 1m 내외이며 6단 가량의 석축이 잘 남아있다.
봉수의 거화시설을 조성하기 위한 기초부인 봉대의 상단부가 붕괴돼 발화시설 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장수군에서 확인된 삼국시대 봉수 가운데 잔존 상태가 가장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잔존 봉대에서 남쪽으로 20m 가량 떨어진 곳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넓은 평탄대지가 위치해 있어 봉수의 운영과 관련된 봉수군이 생활공간일 것으로 추정됐다.
봉화봉은 장수군의 서쪽을 지켜주는 장수 팔공산에서 서남쪽으로 이어진 금남호남정맥의 지류로 상서산과 천황산, 노적봉 등을 지나 문덕봉까지 이어진 금남호남정맥 천황지맥 상의 봉우리로 동쪽 대성고원이 한눈에 들어오며 서쪽 섬진강 수계인 장수군 산서면 일원이 조망된다.
봉화봉의 남쪽 금남호남정맥의 고갯길인 비행기재는 삼국시대 장수군에 존재했던 가야 소국이 임실, 순창 등 섬진강 유역으로 진출하기 위해 이용했던 내륙교통로가 통과하는 곳이다. 내륙교통로를 따라 순창군 유등면 오교리 산성 봉수를 시작으로 장수 원수봉 봉수까지 한 갈래의 삼국시대 봉수로가 이어지며 이 봉수로 상에 봉화봉 봉수가 위치한다.
2017년 100대 정부의 국정과제에 ‘가야사 조사·연구 및 정비’가 포함되면서 봉수를 비롯한 전북 동부지역의 가야 문화유산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연구결과 전북 동부지역에 삼국시대 가야세력에 의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100여 개소 봉수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집결지가 장수군으로 비정되고 있다.
이번에 확인된 봉화봉 봉수는 잔존상태가 매우 양호하기 때문에 향후 삼국시대 봉수의 구조 연구는 물론 전북지역 가야세력의 정체성을 밝히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영수 군수는 “천오백년 전 험난한 백두대간을 넘어 가야문화를 수놓은 선조들이 봉수왕국을 형성한 장수지역에 문헌기록과 고고학적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반파로서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며 “이번 봉수터는 이를 입증시킬만한 또 하나의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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