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추구 수단으로 권한 남용해 헌법가치 훼손…1심 너무 가볍다”
검찰은 수백억 대 뇌물 및 횡령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에서 징역 23년을 구형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검찰은 8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김세종 송영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총 23년의 징역형과 320억 원의 벌금형 등을 구형했다. 반헌법적 행위를 단죄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확립해야 한다는 이유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대통령이 재임 중 직무에 관해 받은 뇌물죄는 다른 범죄와 분리해 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구형을 둘로 나눠 진행했다.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징역 17년에 벌금 250억 원, 추징금 163억여 원을 구형했다. 횡령 등 나머지 혐의엔 징역 6년에 벌금 70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사익추구 수단으로 남용해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며 “1심의 징역 15년은 사안의 중대성이나 다른 사건과의 비교 등을 생각하면 너무 가볍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 기능을 동원하는 한편 수사기관을 통한 뒷조사까지 했고,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고 대가로 자리를 챙겨주는 소설 같은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며 “기업 현안을 이 전 대통령이 직접 해결해줬고 전체 국민의 대표가 되기를 스스로 포기했다”고 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다스가 누구 소유인지 묻는 국민을 철저히 기망하고 다스를 차명 소유했다”며 “다스를 차명으로 지배하고, 다스의 자금을 빼돌려 정치자금으로 유용하는 과정을 거쳐 대통령에 취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많은 진술과 방대한 물증들이 이 사건 혐의의 당사자로 이 전 대통령을 가리키고 있다”며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단 한 건의 사실관계도 인정하지 않은 채 수사기관의 수사결과와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진정하지 않고, 국민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거나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안의 무게를 고려하고, 사실심의 마지막인 이날까지 이 전 대통령이 진정한 사과나 반성을 하지 않고 오랫동안 이 전 대통령을 위해 일한 참모들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점을 고려해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대통령은 실소유 의혹을 받았던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에서 349억 원을 횡령하고, 삼성전자가 대신 내준 다스의 미국 소송비 68억 원을 포함해 총 110억 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다스가 대납 받은 미국 소송비 가운데 61억여 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에게 받은 23억여 원,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받은 10만 달러 등 85억여 원의 뇌물 혐의를 유죄로 봤다. 또 다스의 자금 횡령 혐의는 246억여 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 원, 추징금 82억여 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날 항소심 총 구형량을 1심에서 구형한 징역 20년과 벌금 150억 원보다 상향했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다스가 삼성으로부터 대납 받은 소송비가 기존보다 51억여 원 더 있다는 정황을 확인했고, 이를 감안해 항소심의 구형량을 1심보다 높였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난 이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왔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