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고립낙원’ 캡처
중앙아메리카 북동부에 위치한 작은 나라 벨리즈. 그곳에서도 유독 거친 ‘정글’ 속에 집을 지어 살고 있다는 리차드(55)와 엘리사(49) 부부.
영국 런던에서 남편은 출판사 직원으로 아내는 극장 배우로 일하며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았던 부부는 어쩐 일인지 10여년 전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정글로 들어가 자발적 고립 생활을 하고 있다.
2008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올해의 탐험가이자 방송인 제임스 후퍼(32세, 영국인)가 이들 부부의 삶을 직접 들여다봤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이곳 정글하우스에는 형형색색의 빛이 찬란하게 쏟아진다. 이 같은 장관을 만들어 낸 것은 벽면에 박혀있는 5만 개의 플라스틱병과 1만 8000개의 유리병.
‘몬스터’라 이름 붙인 부부의 침실부터 화장실, 부엌 등 용도가 다른 총 8개의 건물은 모두 이 같은 일종의 스테인드글라스 방식으로 부부가 5년 동안 직접 지은 것이었다.
놀랍게도 건물을 지을 때 사용한 자재는 유리병과 플리스틱병 뿐 아니라 타이어와 통조림 캔까지 모두 쓰레기라고.
부부는 버려지는 쓰레기를 재활용하고 빗물을 정수하는 나름의 비법까지 고안해내며 정글에서의 삶을 고수하고 있다.
이곳에 사는 동안 무려 20번이나 전갈에 물렸단 엘리사.
타란툴라, 뱀, 개미떼 등 온갖 벌레와 야생동물들로 둘러싸인 살벌한 야생의 정글은 에베레스트 등반과 남태평양 횡단까지 안 해본 것 빼고는 다 해봤다는 탐험가 제임스에게도 쉽지 않은 장소였다.
특히 전기를 사용하지 않아 그야말로 칠흑 같은 밤이 찾아오면 정글은 온갖 위험과 공포가 도사리는 살벌한 장소로 본색을 드러냈다.
정글은 부부의 마당이자 손만 뻗으면 카카오, 라임, 파인애플, 커피 등을 딸 수 있는 천연 ‘슈퍼마켓’이었다.
땅만 파면 굵직한 생강, 강황 등이 모습을 드러내고, 달콤하고 맛있는 먹거리들이 지천에 널렸다.
그래서 찾은 부부의 취미 중 하나는 요리다.
커다란 야자나무에서 일명 팜하트, 야자순을 꺼내 정글에서 따온 재료들로 김치 만들기에 도전하는가 하면 직접 따온 커피콩을 로스팅해 커피를 마시며 이곳 정글에서만 누릴 수 있는 달콤한 호사를 누리고 있다.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는 진정한 자유인 리차드, 엘리사 부부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