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 챔스 10골 기록한 괴물 10대…체격·속도·킥력에 프로의식까지 ‘나무랄 데 없네’
지난 19일 독일 도르트문트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파리생제르망(PSG)의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는 수많은 축구팬들의 이목이 쏠렸다. ‘차세대 축구 스타’로 각광받는 킬리앙 음바페(PSG)와 홀란드(도르트문트)의 맞대결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결과는 도르트문트의 2-1 승리로 홀란드 측에 더 큰 박수가 쏟아졌다. 음바페도 마법과 같은 개인능력을 보이며 네이마르의 골을 도왔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선제골과 결승골을 홀로 책임진 홀란드의 맹활약에는 미치지 못했다.
19세 소년 엘링 홀란드는 이번 시즌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격수로 성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로써 홀란드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7경기에서 10골을 기록했다. 조별리그에서 조 1위로 16강에 올랐고 16강 1차전에서도 무승부로 승점 1점을 획득한 세계적 명문 FC 바르셀로나가 이번 시즌 같은 대회에서 넣은 골 수가 10골이다.
놀라운 점은 홀란드가 아직 만 19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불과 2시즌 전까지 유럽의 유소년 선수들이 나서는 UEFA 유스 리그 경기에 나선 선수다. 홀란드와 같은 10대 선수가 챔피언스리그에서 한 시즌에 두 자릿수 골을 기록한 것은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리오넬 메시 등 축구 신동으로 불리던 선수들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앞서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도 맹활약을 했지만 그의 능력에 대한 일부 전문가들의 물음표를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다. 6경기에서 8골을 넣었지만 그 중 절반이 약체로 평가받는 KRC 헹크(벨기에)를 상대로 넣은 것이었다. 빅 클럽인 리버풀과 2경기에서는 1골만 넣었으며 2경기 모두 팀이 패배했다.
하지만 이번 홀란드의 파리전 2골로 그는 ‘강팀을 상대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상대는 언제나 프랑스 리게 앙의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히는 파리다. 네이마르, 음바페, 앙헬 디 마리아, 마르코 베라티, 마르퀴뇨스 등으로 구성된, 유럽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스타 군단이다. 홀란드는 이들에게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첫 패배를 안겼다.
골을 넣고 펼치는 독특한 ‘명상 세리머니’는 홀란드의 트레이드 마크다. 사진=연합뉴스
홀란드가 능력을 증명하고 있는 무대는 챔피언스리그뿐 아니다. 그는 이번 2019-2020시즌 레드불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을 발판으로 빅리그(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다. 오스트리아 무대에서 14경기 16골을 넣는 탁월한 공격력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홀란드의 독일행에 우려도 뒤따랐다. 너무 어린 나이에 경쟁이 더욱 치열한 리그로 이적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 홀란드는 2018년까지는 오스트리아보다 더 ‘축구 변방’으로 평가받는 노르웨이 리그에서 뛰었다.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은 불과 반 시즌 정도에 불과했다. 네덜란드나 포르투갈 등에서 맹활약하던 선수들이 빅리그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과거 사례도 홀란드를 향한 우려의 한 원인이었다.
하지만 홀란드는 이 같은 우려를 비웃듯 독일에서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에겐 적응기도 필요하지 않아 보였다. 독일 무대 데뷔전에 후반 교체 투입돼 단 34분만 소화했음에도 해트트릭(3골)을 기록했다. 이후로도 상대팀을 향한 ‘폭격’은 이어졌다. 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는 2골로 멀티골을 작성했다. 그것도 불과 25분 만에 만든 것이다. 1월에 치른 2경기만(출장시간 59분)으로 5골을 만들어내자 분데스리가의 이달의 선수상과 이달의 루키상(신인상)을 동시 수상했다.
그의 골 행진에는 장애물이 없어 보인다. 이적 직후 열린 리그 6경기에서 9골을 기록했다. 6경기 만에 리그 득점 순위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존 활약 무대(오스트리아)보다 더 수준 높은 환경에서도 전혀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홀란드는 이번 시즌 모든 대회에서 30경기 40골 8도움으로 경기당 평균 1.33골, 1.6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 전체를 뒤져봐도 찾기 어려운 기록이다. 경기당 0.5골의 기록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공격수로 평가받는 것이 현실이다.
홀란드의 장점은 다방면에서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194cm에 87kg(도르트문트 구단 프로필)의 당당한 체구는 ‘피지컬 괴물’들이 즐비한 유럽 무대에서도 충분히 강점이다. 하지만 홀란드는 단순히 ‘크기만 한’ 공격수가 아니다. 육중한 체구에도 빠른 몸놀림을 자랑한다. 지난 파리와 경기에서 빠른 속도를 선보인 그는 당시 60m 거리를 6.64초에 주파했다. 이는 빠른 역습 상황에서 큰 무기다.
이날 경기의 승부를 결정지은 결승골 장면에서는 남다른 킥력도 자랑했다. 왼발잡이인 그는 페널티 박스 안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증명했다.
홀란드는 “축구공이 내 여자친구”라는 인터뷰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진=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페이스북
어린 나이지만 선수로서 프로 의식도 준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 아버지와 헵타슬론(육상 7종경기) 선수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됐지만 만족하지 않고 더 큰 발전을 원하고 있다. 이는 팀 동료 로만 뷔르키의 “홀란드는 휴식일에도 훈련장에서 연습을 한다고 하더라”라는 인터뷰에서 밝혀졌다. 또 홀란드 스스로 “침대 주변에 내가 해트트릭을 기록할 때의 공 다섯 개가 놓여 있다. 축구공이 내 여자친구다”라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홀란드가 많은 기대를 받는 이유는 2000년 7월 21일에 태어난 ‘밀레니엄 베이비’로, 아직 만 19세의 어린 선수라는 점이다. 2000년은 ‘밀레니엄 특급’으로 불리던 대한민국의 스타 이천수(인천 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가 각급 연령별 대표를 거쳐 A대표에 선발되며 맹활약을 펼치던 시기다. 아직 팬들에게 선수로서 인상이 강렬하게 남아 있는 이천수가 이미 국가대표로 활약할 때 태어난 선수가 벌써 유럽 내에서도 손꼽히는 공격수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축구팬들은 홀란드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부푼 기대감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