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사람’ 유상철 회복·복귀하면 물러나겠다…감독 맞대결 염원”
인천에 새로 부임한 임완섭 감독은 시즌 목표로 ‘승점 50점’을 이야기했다. 사진=김상래 기자
2020시즌을 맞아 인천은 새로운 사령탑을 앉혔다. 주인공은 지난 시즌까지 안산을 이끌었던 임완섭 감독이다. 임 감독은 K리그2에서 ‘만년 하위권’으로 분류되던 안산을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권인 5위까지 끌어올린 공을 인정받아 인천에 부임했다. 임 감독도 인천의 캐릭터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잔류왕 그 이상을 노리고 있다. 경남 남해에서 새 시즌을 대비하고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끈끈한 팀 정체성 강화”
인천과 임 감독의 만남은 다소 늦은 시점이었다. 구단은 지난 2월 6일 임 감독의 부임을 공식 발표했다. 태국 1차 전지훈련은 감독 없이 치렀으며 남해에서 2차 전지 훈련에서야 임 감독이 합류했다. 임 감독은 “선수들을 만난 지 이제 10일 정도(인터뷰 당일 16일 기준) 지났다”며 “마음은 앞서지만 차분하게 단계를 밟아 나갈 예정이다. 다행이 나를 제외한 코칭스태프들이 1차 전지훈련에서 스케치를 잘해주셨다. 이제는 나와 함께 색깔을 입혀 나가는 단계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선수들과도 가까워지는 단계다. 그는 “아직 선수들과 개별적으로 긴 이야기를 해보지는 않았다. 장점과 단점이 뭔지를 정확히 알고 개인적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재성, 부노자, 김호남 등은 부상을 당해 아직 뛰는 모습을 못 봤다. 검증된 선수들이지만 내가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뭔지 봐야 하는데 그런 걸 보지 못했다”면서 “내가 늦게 합류했기에 지금 상황에서 ‘나를 따르라, 내가 가르치는 것이 100% 맞다’는 식으로 할 수가 없다.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아직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이번 시즌 팀의 방향은 명확히 잡아뒀다.
“일단은 인천 본연의 색깔인 ‘끈끈한 팀’이라는 정체성을 더 강하게 하고 싶다. 실점을 줄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점유율이 많다고 해서 이기는 것도 아니고 공격축구를 한다고 해서 이기는 것도 아니다. 끈끈함을 통해 이기는 축구를 팬들에게 선사하고 싶다.”
임 감독이 말하는 방향인 ‘이기는 축구’를 통한 목표도 있었다. 잔류왕 이미지 탈피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몇 승, 몇 위를 선수들에게 얘기한 적은 없다. 하지만 ‘강등권을 탈출하겠다’는 목표만으로는 인천 구단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좀 더 높은 곳을 보고 싶은 심정이다. 승점 50점을 선수들에게도 이야기했다. 30점대에 머무르면 불안한 점수가 된다.”
임완섭 감독은 지난 2월 6일부터 인천 지휘봉을 잡기 시작했다. 사진=인천 유나이티드
#“이천수 실장 존재 큰 힘”
임완섭 감독이 설정한 목표는 팬들에게 승리를 선사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그는 안산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시즌, 휴식일에 인천 홈경기를 직접 찾은 바 있다. 당시 그는 특유의 열정적인 분위기를 내뿜는 경기장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그런 팬들에게 더 많은 승리를 안겨 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3번 정도 경기장을 찾았던 것 같다”며 “팬들의 열정적 응원은 분명 선수들이 한발 더 뛰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런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 서로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단의 좋은 분위기도 전했다. 임완섭 감독은 대전 시티즌에서 프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경찰청, 경남 FC, 안산 그리너스 등을 거쳤다. 임 감독은 그간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그동안 다소 힘든 팀만 다녔다(웃음). 대전도 1부리그 잔류 경쟁을 하는 팀이었고 경남도 강등 이후 어렵던 시절이었다. 경찰청, 안산도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팀이었다”며 “그에 비하면 (인천은) 거쳤던 팀 중 내실이 가장 탄탄한 구단인 것 같다. 지도자를 하다보면 선수들을 내보내고 새로 데려오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필수적으로 잡아야 할 선수가 존재하는데 인천은 그게 이뤄지고 있는 팀”이라고 설명했다.
팀의 살림을 맡고 있는 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의 존재도 그에겐 힘이 된다. 임 감독은 “이천수 실장의 인천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라며 “나갈 뻔한 선수를 잡아주기도 했다. 선수 관리에 대해선 문제 될 부분이 없다. 전반기를 치르면 보완할 부분이 나올 텐데 그때 가서 이야기해볼 것이다”라고 전했다.
임 감독이 팬들에게 기대를 받는 것 중 하나는 외국인 선수 케힌데의 활용 가능성이다. 케힌데는 시즌이 진행되던 2019년 여름 팀에 영입된 키 195cm의 장신 스트라이커다.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리그 1골만 기록하며 다듬어지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임 감독은 지난 시즌 안산을 이끌던 시절 비슷한 조건의 스트라이커 빈치씽코(키 193cm)를 K리그에 성공적으로 적응시키며 주목받은 바 있다.
임완섭 감독은 “작년에 빈치씽코와 ‘밀당(밀고 당기기)’을 많이 했다(웃음). 외국인 선수들의 공통점이 훈련 태도 등 다 좋은데 꼭 시합 때 돌발 상황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결정적 상황에서 독단적 플레이를 한다거나 항의를 과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최소화시켜야 하고 이해를 시켜야 한다. 케힌데는 빈치씽코만큼은 아니다. 좋은 모습 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 감독 또한 케힌데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그는 “팀에 맞는 플레이를 위해 별도 훈련이 필요하다. 오늘도 그랬고 앞으로도 시킬 계획이다. 그게 개인도 살고 팀도 더 살아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힘들어 할 수도 있는데 말없이 묵묵히 해주더라. 그 부분에서 참 고맙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고마운 사람, 유상철 전 감독
임완섭 감독이 인천 지휘봉을 잡으며 전임 유상철 감독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그는 유 감독에 대해 “청소년 대표 시절에 함께 운동을 한 인연도 있지만 나를 프로 무대 지도자로 이끌어 준 고마운 사람”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유 감독이 2011년 대전 감독으로 부임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던 임 감독에게 코치직을 제안한 것이다. 임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왜 나를 선택한 것인지 지금도 의아하다. 자세히 물어보지는 않았다. 사실 내가 2년 선배다. 후배나 친구 등 지도자가 많은데 나에게 연락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배를 코치로 두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인데, 내가 만만해서 그랬던 걸까”라며 웃었다.
유 감독의 ‘같이 해보자’는 제안에 임 감독은 선뜻 손을 잡았다. 그는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해보자’는 그 이야기가 참 듣기 좋았다. 그 말에 더 이상 따질 것 없이 대전으로 내려갔다”고 회고했다.
이후 재계약 불발로 둘은 각자 길을 걷게 됐지만 인연은 이어졌다. 임 감독은 “종종 연락을 이어왔다. 서로 응원해주는 사이였다. 최근에도 만나서 ‘나를 프로로 끌고 와주지 않았나. 빨리 회복해서 돌아오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다 전·후임 감독 관계가 됐다. 임 감독의 이번 부임에도 유 감독의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유 감독에게 불운한 일이 일어나면서 생긴 자리에 내가 왔다. 완치가 돼서 복귀한다면 언제든지 자리를 내주겠다는 마음에는 지금도 변함없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유 감독과 내가 각각 팀을 맡아 맞대결을 펼치는 그림을 상상해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임완섭 감독은 인터뷰 말미에 “축구에 미쳐보겠다”는 말을 했다. 온통 축구 생각뿐이었던 선수시절 마음가짐으로 돌아가 팀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임 감독은 “팀이 잘 돼야 한다. 여기 오면서 구단 대표님이 나를 만나 하신 말씀이 ‘다 같이 축구에 미쳐보자’였다. 나도 다시 한 번 미칠 생각이다. 축구를 몹시 좋아했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 팀을 사랑해주시는 팬들에게 이기는 축구, 재밌는 축구를 선사해드리고 싶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남해=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