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2차 충격이 더 위협적 … 실물경제 침체 장기화
신간 ‘코로나19, 동향과 전망’. 사진=커뮤니케이션북스
코로나19 사태가 4개월째 지속 되고 있다. 이 가운데 지식공작소(대표 박영률) 출판사가 국내 대표적인 진보적 지식인‧경제학자‧미래학자 9명과 코로나19 동향과 충격의 파장, 한국사회의 변화와 발전 방향에 대해 긴급 좌담회를 열고 각자의 전문 분야에 대한 기고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 이들은 세 차례의 토론을 통해 국내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부동산시장의 변화, 기업 자금 사정과 산업구조조정 상황 등 한국경제 위기 국면을 진단하고 곧 다가올 2차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또 팬데믹 상황에서 각국의 대응, 한국형 방역모델의 성공 이유와 그 의미를 짚어보고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사회변화에 대해 논의한다. 코로나19의 발생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상황을 진단하면서 한국사회의 변화를 심도 있게 다룬 국내 최초의 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차 보건위기는 마무리 돼 가고 있지만 이어질 2차 경제위기가 어느 시점부터 어느 강도로 다가올지 걱정이 크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단기 급락한 이후 V자 반등을 보이기도 했으나 1차 충격에서 발생한 설비투자 감소, 무역 감소, 소비 위축의 여파로 2차 충격이 더 위협적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음식 숙박업과 학원 등 자영업의 몰락, 중소기업의 위기, 항공 운송 여행 등 서비스산업의 침체는 한국경제를 장기적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게 할 가능성도 있다. 김양희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은 “코로나19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스페인독감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합친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복합 경제위기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2%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훨씬 심각한 -3%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의 3월 산업 생산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국의 2020년 1/4분기 경제성장률도 사상 최저인 -6.8%를 기록했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코로나19 사태로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유철규 성공회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이번 사태에서 느끼는 충격은 2008년 리먼사태의 10배쯤 된다”면서 “2차 위기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충고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세계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각국은 전례 없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GDP의 10%가 넘는 2조 달러 이상의 긴급구호 자금을 투여하고 있으며 독일은 기업보증을 포함해 GDP의 30%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고 있다. 우리나라는 11조7000억 원을 1차 추경에 편성했지만 세계 주요 국가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며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를 둘러싸고는 아직도 논란 중이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는 “우리나라도 GDP 대비 5% 수준인 100조 원 정도의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면서 “단기 지원으로 50조 원 정도, 2차 파동이나 글로벌 경제침체에 따른 장기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으로 약 50조 원 정도를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전세계의 집중 이목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BTS급 월드스타가 됐고 한국형 방역모델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서구의 자유주의와 동아시아의 관료제 전통을 결합한 개방과 통제의 새로운 방역모델이 팬데믹 상황을 돌파하는 바람직한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석현 인텔리전스코 대표는 “한국은 리버럴하지만 미시적인 방역행정과 기술의 결합으로 팬데믹을 방어할 수 있다는 선례를 제시했다”면서 “향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국회미래연구원 박성원 미래학 박사 등은 팬데믹이 몰고 온 일상의 변화와 미래사회의 다양한 면모를 예상해보고 재택근무의 확산, 온라인 수업, 화상회의 등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따른 대책과 기술적, 사회적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책은 3부로 구성했다. 1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한국형 모델을 논의한다.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한국이 의도하지 않은 국가모델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한국의 방역방식은 서구의 자유주의나 사민주의 방식과도 다르고 중국의 권위주의 방식과도 다르다. 한국이 새로운 코로나19 방역모델과 함께 민주적·공화적 뉴딜을 모색하는 실험국가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2부에서는 한국의 경제위기 상황을 점검했다. 위기를 들여다보기 위해 산업, 노동, 금융, 부동산 분야의 동향을 짚어봤다. 한국의 위기 대응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정책이 코로나19에만 붙들려있지 말고 사회경제적 차원의 2차 충격에 대비하는 쪽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는다. 각국 정부가 급히 내놓은 정책의 결과에 대해서도 지속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후속 논의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3부에서는 코로나19가 갑자기 가져다준 미래사회의 다양한 면모들에 대해 토론한다. 팬데믹과 관련한 미래학계의 다양한 쟁점과 데이터 분석에 기초한 중심 이슈를 제시해주는 한편, 글로벌화와 정보화의 다양한 이면, 교육과 노동, 동아시아 모델의 부각, 글로벌 의사결정 문제, 미래사회의 방향성 등을 두루 검토한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