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 석의 네팔 공연장에서 단 하룻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공연 기록
다국적밴드 ‘스탑 크랙다운(Stop Crackdown·단속을 멈춰라)’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안녕, 미누’ 스틸컷
‘안녕, 미누’는 함께하는 세상을 꿈꾸며, 손가락 잘린 목장갑을 끼고 노래한 네팔사람 미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03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 대대적으로 단속 후 추방하던 시기에 미누, 소모뚜·쏘띠하(미얀마) 등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결성한 다국적밴드 ‘스탑 크랙다운(Stop Crackdown·단속을 멈춰라)’을 중심으로 다룬다.
‘안녕, 미누’의 주인공이자 ‘스탑 크랙다운’의 보컬 미누는 공연할 때마다 손가락이 잘린 빨간 목장갑을 끼고 마이크를 잡았다. 목장갑은 한국인들이 외면하는 일을 하며 한국을 바닥부터 지탱하는 이주노동자들을 상징한다.
정부의 폭력적인 단속에 저항하다 11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목숨을 끊는 사건 속 이주노동자 권리에 눈뜬 그는 한국말 구호를 따라 하지 못하는 동료 농성 단원들을 위해 밴드를 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녕, 미누’는 2009년 미누의 강제추방으로 기약 없는 휴식기에 들어갔던 ‘스탑 크랙다운’의 4000킬로미터 떨어진 네팔에서 펼쳐진 꿈 같은 하룻밤의 재결합 공연을 담았다.
당초 이들은 2015년 네팔에서의 재결합을 계획했지만 그 해 발생한 대지진으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미누의 한국 방문 기회마저 무산되자 멤버들이 직접 나서 공연을 섭외하고 기획하면서 영화도 시작됐다.
곰팡이가 펴버린 악기 케이스와 기타가 몇 줄인 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지나버린 세월 속 3개월 간의 피나는 연습과 화상통화를 이용한 회의 끝에 1000여 석의 네팔 공연장에서 단 하룻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공연이 펼쳐졌다. 이주노동자가 될 네팔 청년들과 이주노동자로 가족을 떠나보낸 네팔 주민들로 공연장은 가득 찼고, 이주노동자의 삶을 고스란히 닮은 한국 노랫말이 울려 퍼졌다. 꿈같은 공연 끝에 “나 이제 죽어도 좋아”라고 해맑게 웃는 미누의 모습은 깊은 상처보다 더 깊어진 사랑과 연대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5월 20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