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건설 파쇄 파일 매립시도 의혹에 불량 순환골재 사용…구청 “노체용 사용 가능” 어긋난 해명
기해건설이 파일을 파쇄 후 현장바닥에 깔아 놓은 모습.
[일요신문] 부산 강서구청이 건설사의 안이한 시공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우를 범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 지식 부족으로 행정미숙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문제점이 불거진 건설현장은 강서구 생곡동 1628-5 일원으로 기해종합건설(기해건설)이 공장을 짓고 있는 곳이다. 해당 현장은 이미 4월 19일에 비산먼지발생 억제 시설물인 펜스를 설치하지 않고 시공하다가 강서구청의 행정조치를 받았다.
기해건설은 공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파일작업을 실시한 후 필요 없는 부분을 절삭하고서는 이를 폐기물 보관장소에 보관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파쇄해 바닥에 뿌려놓았다. 이는 우선 보기에도 매립을 시도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공사현장에서 버려지는 모든 폐기물은 그 성질에 따라 성상별로 분리, 보관해서 처리해야 한다. 특히 버려지는 파일을 파쇄할 수 있는 것은 재활용업자만 가능하다. 혹시 현장에서 순환골재로 활용할 경우에는 관할 지자체에 신고한 후 비산먼지억제시설물을 갖춘 상태에서 크래셔 등으로 파쇄할 수 있다.
폐기물처리업자에게 처리할 경우 폐기물이 사업장에 도착하면 축중기 등으로 무게를 단 후 폐기물발생지가 기록된 송장이 바로 출력되기에 시스템 상으로 속일 수가 없다. 강서구청이 관련 송장을 기해건설에 요구했지만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 일방적으로 파쇄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게다가 기해건설은 불량 순환골재를 납품받아 신축하는 공장바닥에 깐 후 위에 레미콘으로 타설했다. 순환골재는 유기물질이 1% 이하를 유지해야만 법적 기준에 맞다. 품질성적서에 사용할 곳을 명시하고 있어 기준에 맞지 않는 곳에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기해건설이 납품받은 순환골재는 도로에 성토, 복토용 및 노체용으로 사용이 제한돼 있어, 공장바닥에 사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사용처가 아니다.
강서구청의 행정에는 더욱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서구청은 폐기물 매립이 의심되는 부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부의 파일이 쌓여있는 것만 보고 폐기물 매립은 없는 것으로 단정 짓는 우를 범했다. 박은 파일 수와 절삭한 수를 확인하면 사라진 파일(매립된 파일)을 찾을 수도 있는데도 이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환경에 관련한 폐기물 및 순환골재는 보관과 처리에 있어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담당 공무원들의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도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결과로 여겨진다.
이에 대해 기해건설 관계자는 “폐기물을 매립한 사실이 없다. 제보자에게 확실하게 물어봐라”고 입장을 전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폐기물을 매립한 정황을 찾을 수 없다. 순환골재에 쓰레기가 섞여 있지만, 허가된 골재이며 노체용이라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서구청의 해명에는 이미 심각한 오류가 있다. ‘노체용’이란 도로의 하부를 말하는 것이어서, 부지 상부에 성토한 해당 현장의 요건과는 맞지가 않아서다. 기본지식도 없이 관리감독에 나서는 지자체와 책임감 없는 시공사로 인해 환경이 멍들고 있다는 비판에서 비켜서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