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vs 맨유 치열한 챔스 진출권 경쟁…토트넘 부상자 모두 복귀 ‘코로나 중단이 약’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는 리버풀은 초점을 ‘우승 확정 시점’에 맞출 것으로 보인다. 사진=리버풀 페이스북
#우승 눈앞 리버풀, 관건은 확정 시점
지난 3월 리그가 중단되고 재개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가장 많이 언급된 팀은 리버풀이었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의 창설 이후 최초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리그 재개를 장담할 수 없게 되자 리버풀의 우승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리버풀 팬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게 됐다. 리그 재개가 확정됐고 잉글랜드축구협회(FA)에선 또 다시 리그가 중단된다고 하더라도 승점 계산 등을 통해 우승팀을 정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변수도 적다. 리버풀은 이번 2019-2020시즌 기록적인 성적을 냈다. 29라운드가 치러진 현재, 27승을 거뒀고 단 1무 1패만 기록하며 승점 82점을 쌓아 올렸다. 2위 맨체스터시티와 승점 15점 차로 벌어졌다. 앞으로 2승만 더 거두면 우승을 조기에 확정지을 수 있다. 맨시티가 삐걱거린다면 그 시점은 더욱 앞당겨질 수 있다.
리버풀은 리그 재개 이후 에버튼(22일), 크리스털 팰리스(25일), 맨시티(7월 3일), 애스턴 빌라(7월 4일)를 차례로 만난다. 이르면 2경기 만에 우승을 확정짓고 맨시티전에서는 상대 선수들의 도열과 우승 축하 속에 경기장에 입장하는 그림(가드 오브 아너)을 만들 수도 있다. 첫 경기가 ‘머지사이드 더비’로 불리는 지역 라이벌 에버튼전이라는 점도 흥미를 끈다.
#우승보다 치열할 4위권, 강등권 경쟁
리버풀의 우승이 유력하고 2위 맨체스터시티도 순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4위권 경쟁이 남은 시즌을 보는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현재 레스터시티(승점 53점), 첼시(승점 48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45점), 울버햄튼 원더러스(43점), 셰필드 유나이티드(43점)가 3~7위에 올라 있다. 그 아래에서 토트넘 홋스퍼, 아스널, 번리 등도 4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승점 차가 많지 않기에 1~2경기만으로도 순위가 요동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4위 첼시와 5위 맨유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리그 중단으로 한숨 돌린 팀은 첼시다. 첼시는 부상자가 지속해서 발생하며 시즌 내내 어려움을 겪어왔다. 구단 레전드 출신 프랭크 램파드 감독이 남다른 지도력을 보이면서 4위 이내 위치를 가까스로 사수해왔다. 다행히 중단 기간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며 재정비 시간을 벌었다. 은골로 캉테, 태미 에이브러햄, 크리스티안 풀리시치, 루벤 로프터스-치크 등 주전급 선수들이 부상에서 벗어나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첼시는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팀이다. 가능성을 보이던 유망주 공격수 칼럼 허드슨-오도이가 지난 3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프리미어리그 선수 중 최초 감염이었기에 충격을 안겼다. 이는 리그 중단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었다. 오도이는 이후 완치됐지만 여성 성폭행 혐의로 긴급 체포되며 또 다시 논란을 낳았다. 팀의 핵심 미드필더 캉테는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단독으로 훈련을 이어오다 10일에 이르러서야 팀 훈련에 합류했다. 조직력이 중요시되는 축구에서 팀의 전력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맨유로선 리그 중단이 아쉽다. 리버풀과 번리 등에 연패를 기록하며 지난 1월까지 삐걱거리던 이들은 2월부터 무패행진을 벌이고 있었다. 그 사이 리그 순위도 중위권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FA컵, 리그컵, 유로파리그 등을 포함하면 11경기 무패행진(8승 3무)이다.
맨유는 브루노 페르난데스 효과를 톡톡히 봤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맨유 유니폼을 입은 페르난데스는 9경기에 나서 3골 4도움을 기록했다. 그가 나선 경기에서 맨유는 단 1경기도 패하지 않았다. 리그 순위가 올랐고 유로파리그 16강에 진출했다. 맨유는 이 같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리그가 중단돼 아쉬움을 삼켰다. 다만 폴 포그바, 마커스 래시포드 등 핵심 선수들이 부상에서 돌아온 것은 호재다.
강등권 경쟁도 치열하다. 승점 21점(5승 6무 18패)으로 최하위에 처진 노리치시티 정도를 제외하면 아직 강등이 확실시되는 팀은 없다. 15위 브라이튼 앤 오프 알비온(승점 29점)부터 19위 애스턴 빌라(승점 25점)까지 모두 잔류 가능하다.
이번 2019-2020시즌은 특히 4위 사수, 프리미어리그 잔류가 중요한 시즌으로 꼽힌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유례없는 경제 불황을 예고하고 있다. 축구계도 이를 피해갈 수 없다. 각 구단은 리그 중단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고 재개가 된다고 하더라도 무관중으로 경기가 치러지며 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챔피언스리그 출전(리그 4위 이내 참가), 1부리그 잔류는 구단의 금전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이다.
손흥민은 리그 중단 기간을 이용해 군사훈련을 받았고 이후 팀 훈련에 합류했다. 사진=토트넘 페이스북
#손흥민의 토트넘, 시즌 중단이 약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도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은 팀 중 하나지만 오히려 리그 중단이 긍정적 작용을 하기도 했다. 리그 중단 이전, 팀 내 큰 영향력을 차지하는 손흥민, 해리 케인, 무사 시소코 등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상태였다. 주축 선수가 빠진 이들은 마지막 6경기(컵대회 포함)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 챔피언스리그와 FA컵에서 모두 탈락했다.
약 100일간의 시즌 중단이 이들에게 약이 됐다. 선수들이 부상에서 회복했고 손흥민은 군사훈련까지 수료했다. 시즌을 치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었던 군사훈련을 뜻하지 않은 휴가 기간에 치른 것이다.
팀을 재정비한 토트넘은 맨유(20일), 웨스트햄(24일), 셰필드(7월 3일) 등을 차례로 만난다. 리그 우승이 멀어진 가운데 챔피언스리그에 나설 수 있는 4위가 현실적인 목표다. 남은 일정에서 리버풀, 맨시티, 첼시 등 강호들을 만나지 않는 것은 순위 상승을 노리는 토트넘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