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남성 10명이 손을 맞잡아야 할 ‘허리 둘레’를 지닌 이 ‘아름드리’ 솥은 동지였던 지난 12월22일 부산 삼광사(주지 도원 스님) 경내에 내걸렸다. 신도 4만5천 명에게 팥죽을 공양하기 위해서였다.
울산 ‘흥국정공’에서 제작한 이 초대형 솥의 순수 제작비는 2천여만원. 이날 솥에 들어간 쌀만 55가마, 팥도 25가마나 됐다.
전날 새벽부터 시작된 팥죽 쑤기는 밤새도록 이어졌고 22일 오전 11시께에야 완성된 팥죽을 나눠 먹을 수 있었다. 팥죽을 쑤는 데는 스님, 신도 등 4백여 명의 손이 필요했다. 팥죽을 젓는데 쓰인 주걱도 특수제작된 것이었다. 삽모양을 한 길이 3m에 달하는 ‘삽주걱’ 30여 개가 1박2일을 쉬지 않고 팥죽을 저었다.
사실 이 초대형솥은 1차 제작에 실패, 다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솥뚜껑과 가스시설. 강철주물로 제작한 솥뚜껑이 너무 무거워 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모양새와 품위(?)에만 신경을 쓴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솥뚜껑은 네 조각으로 구성된 나무뚜껑과 얇은 철판 뚜껑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불 피우는 시설도 문제였다. 장작을 땔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어림도 없는 일. 대형 가스시설을 사방 네 군데에 했지만 무게 10t이 넘는 솥을 끓게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솥 하단에는 설거지를 위한 배수구를 따로 설치했고 소방호수가 설거지용으로 솥 옆에 비치됐다.
삼광사 손현렬 종무과장은 “이번 행사에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한 사람은 도원 주지스님이다. 처음 이 얘기를 듣고 우리도 반신반의했다”면서도 “음식을 채웠을 때의 전체 솥 무게가 11.1t에 달하는데 전체가 스테인리스 재질로 만들어져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자랑도 덧붙였다.
행사를 치른 다음 이 초대형솥이 어떻게 보관 또는 활용될지도 관심거리. 아직 부산 삼광사는 솥의 활용 방안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신도들의 왕래가 많은 대웅전 앞에 놓아두어 신도들로 하여금 그날의 ‘감동’을 느끼도록 하자는 게 관계자들의 생각. 어쨌거나 앞으로 삼광사에서 열리는 각종 대형 행사에 이 솥이 출동(?)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대형솥이 화제가 된 것은 사실 이번뿐만은 아니다. 지난 10월 속리산에서는 ‘2003’명분의 산채 비빔밥이 만들어지기도 했고, 포항 해맞이 축제에는 수천명분의 떡국을 끓인 솥단지가 등장한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대형솥의 출현은 앞으로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충북 괴산군은 내년 ‘괴산쌀’축제를 위해 4만5천명분 밥을 지을 초대형솥을 제작할 계획이다. 이 대형솥 또한 일단 행사를 치르고 나면 지자체를 홍보하기 적당한 장소에서 기념물로 전시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