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공기업 임금체계 불만에 복수노조 간 갈등…“그래도 대화와 타협 통해 성장중”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6월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란이 뜨겁다. 기존 정규직 포함 2030 청년층의 거세지는 반발에 정부와 여권은 “이미 2017년에 결정된 일인데 유독 인천공항 문제만 커진 것 같다”며 당황하는 눈치다. 실제로 이 같은 일이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만 벌어진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최근까지도 다른 공공기관 및 공기업에서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서울시가 대표적이다. 서울시가 지난 국정감사에 제출한 ‘서울 노동존중 2단계 계획에 의한 무기직의 정규직 전환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 산하 공기업 중 서울교통공사 포함 총 12곳에서 2643명이 비정규직(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이 됐다. 서울교통공사 1285명, 서울시설공단 570명, SH 서울주택도시공사는 390명이 노사합의에 의해 별다른 절차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공공기관도 정규직 전환에 앞장섰다. 한국전력공사는 2017년 23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2019년에는 5688명, 2020년 1분기에는 2315명이 정규직이 됐다. 6월 25일 연합뉴스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를 통해 낸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공공기관(부속기관 포함)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은 9만 명이 넘었다.
전환 방법은 다양하다. 한국조폐공사의 경우 2018년 자회사 ‘콤스투게더’와 ‘콤스코시큐리티’를 설립해 경비 및 청소·시설관리 업무를 하던 136명의 파견·용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한국조폐공사의 정규직 전환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을 최소화한 모범 사례로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사례집’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여러 파견업체 직원들을 자회사로 모으면서도 임금체계를 손보지 않은 탓에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제각각 다른 임금을 받게 된 것이다. 점차 불만을 제기하는 노동자가 늘었고 결국 노노 갈등으로 번졌다. 이후 실속 없는 일부 공무원의 실적 앞세우기식 고용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복수노동조합 설립으로 인한 노노 갈등 심화도 주요 문제로 꼽힌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노조 간 갈등을 겪었던 공기업 중에는 SH공사가 있다. SH공사 내 노조는 세 개다. 정규직 노조이자 제1노조인 ‘서울주택도시공사노동조합’. 제2노조 ‘SH서울주택도시공사노동조합’과 제3노조 ‘서울주택도시공사통합노동조합’은 비정규직(무기계약직) 노조다. 노노 갈등은 특히 제2노조와 제3노조가 2018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심화됐다. 사측은 노조 간 갈등을 바라만 보고 있어 비판을 받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들이 우려하는 부분도 이 점이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인 여객보안검색 특수경비원 1902명이 기존 정규직 직원 1486명보다 그 수가 더 많다. 만약 이들이 노조를 설립할 경우 기존 노조를 밀어내고 제1노조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들은 제1노조를 빼앗길 경우 임금 및 기타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을 염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향후 파업을 통해 임금 테이블에서 유리한 부분을 차지하려 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아직 예단할 수 없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인 여객보안검색 특수경비원은 인천공항 정규직이 된 뒤에는 청원경찰로 전환될 예정인데, 현행법상 청원경찰에게는 노동 2권만 주어지는 까닭이다.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있으나 단체행동권은 없다. 즉 노조 가입과 교섭은 가능하나 현재 우려되는 파업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규직 출신의 한 공기업 노조원은 “파업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회사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출신을 순혈과 비순혈로 나눠가며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 있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소위 순혈 직원이 비순혈 노조에 가입하기도 한다”며 “진짜 문제는 정규직보다 더 많은 인원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게 한 고용구조”라고 지적했다.
기존 정규직들도 고용구조 개혁의 대의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은 절차의 공정성과 박탈감을 문제 삼고 있다. 칼바람이 부는 취업시장에서 제아무리 정부의 설명이 합리적이라 한들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누구나 직고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인천공항 설명에 따르면 전환 대상자 1902명 가운데 정규직 전환 정책이 발표된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한 800여 명은 공개경쟁에서 합격해야 정규직이 될 수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