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교육법상 사회재난 시는 해당되지 않아…“조속히 개정안 마련해 소급적용 해야”
온라인수업을 진행 중인 교실. 사진=연합뉴스
5월 20일 교육부가 발표한 바와 같이 전국 학교의 등교 개학이 예정대로 시작됐으나 교육 현장은 여전히 혼란한 상태다. 등교 개학에 앞서 시행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수업일수 단축 등 교육부의 결정을 두고 현장에서 왈가왈부 많은 말들이 오가서다. 앞서 교육부는 3월 17일 3차 개학연기 브리핑에서 “불가피한 경우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최대 10일까지 수업일수를 감축할 수 있도록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4월 9일부터는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을 진행한 바 있다. 온라인 수업은 원격수업에 포함되는 여러 수업방식 가운데 하나다.
교육 현장에서는 온라인 수업이 정규수업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주장도 오가고 있다. 원격수업과 수업일수 감축 등 교육부가 우선적으로 내린 결정에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까닭이다. 교육부는 3월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에 따라 원격수업을 정규수업으로 대체하고 이를 수업일수로 인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관련 법령을 살펴본 결과, 초·중등교육법에서는 이에 대한 내용이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8조 제4항에 따르면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에는 원격수업 등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 이 경우 교육 대상, 수업 운영 방법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교육감이 정한다. 원격수업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에만 운영되는 것으로 천재지변이나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재난이 발생했을 때에도 할 수 있다는 법적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원격수업의 기준을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것도 아니었다. 현행법상 원격수업 운영 방법은 교육감이 정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이번 사안의 경우 원격수업의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교육부에서 정했으므로 실질적 결정권자를 교육부 장관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발간한 21대 주요 입법 정책 현안 보고서에서 “시행령 제48조 제4항은 원격수업의 수업 인정에 대해 명확하지 않고 교육부 장관이 원격수업의 기준을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 않다”며 원격수업을 수업일수로 인정하기 위한 법령상 근거가 미흡하다고 봤다.
“법령이나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야간수업·계절수업·시간제수업 또는 방송·통신수업 등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제24조 제2항마저도 입법 취지에서 이번 상황에 적용되지 않았다.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교육문화팀은 “이 법은 방송고등학교 등 주로 방송·통신을 수업에 이용하는 학교 및 학생을 위해 마련된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처럼 코로나19 등 감염병 확산으로 등교 수업이 곤란한 상황에 적용되는 규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수업일수 감축 또한 명확한 법적 토대 없이 급하게 내려진 결정이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5조에 따르면 수업일수 감축은 천재지변, 연구학교의 운영 또는 자율학교의 운영 등 교육과정의 운영상 필요한 경우 10분의 1의 범위에서 수업일수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는 천재지변이 아닌 사회재난에 해당한다. 교육부 역시 3월 수업일수 감축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는 천재지변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로서는 사회재난을 이유로 수업일수를 감축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는 셈이다.
현장에서는 하루 빨리 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감염병 발생 시 대응법이 포함된 법령개정과 제도 정비가 새롭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18년 가까이 교직 생활을 하고 있는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16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급한 불부터 끈 교육부의 입장도 이해는 가나 마무리까지 제대로 짓지 않으면 2020학년도 학사일정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고3 학생들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다. 교육부가 하루 빨리 개정안을 마련해 소급적용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는 “감염병이 발생했을 경우 관할청의 승인을 받아 원격수업을 수업일수로 인정할 수 있도록 법령개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며 “원격수업을 하게 된다면 그 기준과 평가 방법, 이후 생활기록부 작성 등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도록 하는 쪽으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17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교육부에서는 초·중·고교 온라인 수업을 수업일수로 인정한다는 공문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온라인 수업도 수업일수로 인정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