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스타 류이호와 찍은 여행예능 ‘투게더’ 인기…방송 케미 호평에 “제가 봐도 친화력 좋네요”
물론 시기를 노린 것은 아닐 테지만, 최근 방송되는 넷플릭스 여행예능 ‘투게더’도 이 같은 사회 분위기 영향으로 의외의 ‘특수’를 누리고 있다. ‘투게더’는 특히 여행예능의 강자 이승기(33)가 처음으로 해외 스타와 함께 단둘이 여행을 떠난다는 점에서 기존의 여행예능과 차별화된다. 올해로 데뷔 17주년을 맞은 이승기가 메인으로 이끄는 첫 여행예능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올해로 데뷔 17년 차를 맞은 이승기는 대만 스타 류이호와 함께 한 넷플릭스 여행예능 ‘투게더’로 국내외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류이호 씨가 잘 때 실크 파자마를 입고 나오잖아요. 처음엔 적응이 안 됐지만 ‘개인 취향인가보다’ 하면서 존중하고 있었는데 촬영 사흘째에 친해지면서 이것저것 얘기가 나오다 보니 ‘너 파자마 입고 자는 거 신기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웃음). 사실 저는 예능 촬영을 하다 보면 너무 바빠서 수면 준비 같은 걸 크게 신경 안 쓰는데 이호 씨를 보니 신선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로 시작해 서먹했던 사이를 한 단계 벗어던졌다고 해야 할까, 그랬던 것 같아요(웃음).”
#여행예능 이상의 케미
초반의 서먹함이 거짓말인 것처럼 ‘투게더’에서 보여주는 둘의 케미스트리는 한국 연예인들과 함께 한 여행예능에서 보여준 것 이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첫 방송을 본 국내 시청자들은 “이승기의 엄청난 친화력이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도 거리낌 없이 친해질 수 있는 그만의 비결을 묻는 목소리도 높았다.
“저는 사실 친화력이 엄청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방송을 보니까 친화력이 있긴 한 것 같아요(웃음). 제가 가진 선천적인 친화력 같은 것도 물론 있겠지만 예능을 하다 보면 쑥스럽고 어색하고 하기 싫기도 한데, 제가 그런 감정을 먼저 깨고 나서다 보니까 그게 외국에서도 먹힌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외국 분들도 처음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게 익숙한 환경이 아닌데도 제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소통하니까 외국 분들도 편하게 받아주신 것 같아요.”
다양한 여행예능을 해왔지만 해외 스타와 단 둘이 하는 여행은 처음이었다는 이승기. 특유의 친화력으로 촬영 사흘 만에 류이호와 친해졌다고. 사진=넷플릭스 제공
“‘투게더’를 촬영하면서 책임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한국 예능이고, 저와 국적이 다른 친구 이호 씨가 함께하긴 하지만 결국 한국 제작진이 만든 한국 예능이 전 세계로 나가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잘 만들어서 내놓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이호 씨가 힘든 내색도 안 하고 열심히 촬영해주신 게 감사했어요. 이호 씨와 제가 닮았다는 말을 듣는데, 제가 봐도 웃는 모습이 닮은 것 같더라고요(웃음). 성격면에서는 굉장히 열정적이고 지치지 않는 게 닮지 않았나 싶어요. 이호 씨 보면 그런 게 눈에서 막 보이잖아요, 초롱초롱한 게(웃음).”
#데뷔 17년 차 ‘중간결산’
일찍이 이승기는 예능계 양대산맥 강호동‧유재석과 모두 인연을 맺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인기 예능 MC를 맡는 등 예능의 길을 본격적으로 들어섰을 때 두 거물(?)에게 다양한 조언을 얻기도 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승기가 강호동 사단이냐, 유재석 사단이냐”는 ‘떡밥’이 심심치 않게 나오지만 이승기는 어느 쪽도 고르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예전에 제 인터뷰 기사 중에 호동이 형과 관련해서 그런 (잘못된) 기사가 나간 적이 있는데, 제가 그걸 캡처해서 보내드리고 ‘형 제 마음이 이게 아닌 거 아시죠?’ 그랬거든요. 호동이 형이 웃으면서 ‘승기야, 이번 생엔 너한테 삐칠 일 없다’ 그러시더라고요(웃음). 호동이 형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날 수 있는 생존력을 길러주시고, 재석이 형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시는, 두 분 스타일이 굉장히 달라요. 저는 두 분과 다 해 봤기 때문에 생존력과 예능의 즐거움, 그리고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리더십과 방법 등을 어깨 너머로 배우고 있죠. 대한민국에 두 분이 예능계에 있다는 게 저한테는 매우 든든하고, 보석 같고 그래요.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한국만의 특화된 장르를 만든 지대한 공이 두 분에게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딱 두 분의 중간지점이라고 생각하고요(웃음).”
데뷔 17년 차를 맞이한 이승기는 “더 잘, 오래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넷플릭스 ‘투게더’ 스틸컷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이승기의 위치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것은 그가 어느덧 데뷔 17년 차라는 사실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2004년 가수 데뷔 후 이승기는 다른 연예인들에 비해 비교적 빠른 속도로, 그리고 더 다양한 영역에서 준수한 성적표를 거둬왔다. 앞으로 그의 행보에는 질시와 기대감이 함께 모일 수밖에 없고, 그런 만큼 이승기는 이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 이에 대해 이승기는 “그저 더, 잘, 오래 이 일을 할 수 있길 바랄 뿐”이라고 정리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에 대한 기대나 제가 해야 할 역할은 많아지는데 그걸 제가 과연 잘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선배들의 모습, 누군가가 잘 해왔던 모습, 그런 것처럼 나도 잘 가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죠. 저는 사실 긴 미래를 예상하고 사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말씀은 드릴 수 없어요. 하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저는 옛날부터 예능을 하고 싶었고, 연기나 가수 활동도 상황이 허락하면 계속 같이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연예인을 해 왔던 것 같아요. 17년 차를 맞이한 지금에 와서 중간결산을 해 보면 지금까지는 제 바람대로 왔다고 생각해요(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