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신박한 정리’ 김호중 편을 보았다. 정리의 달인 신애라 씨가 냉장고를 연다. 엄청난 김치들! 팬들의 사랑이니 함께 먹어 비우자고 요리를 한다. 김치가 주축인 등갈비 김치찜과 박나래 씨의 볶음밥, 그리고 팔도의 김치로 기분 좋은 밥상을 차렸다. 이사 와서 집에서는 처음으로 차려진 따뜻한 밥상이라고 한다. 짠했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
따뜻한 밥상이니 진심이 나온다. 독일생활에서 김호중 씨가 배운 것을 이끌어내는 함축적 질문을 신애라 씨가 던진다.
“얼마나 울었어요?”
참 많이 울었단다. 꿈 하나로 버틴 가난한 유학생활의 설움과 고독이 이제는 미소 지을 수 있는 추억이 되고 힘이 되었다. 서정주 시인이 그러지 않았나.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었다고. 서럽고 힘든 나날들을 거쳐 모든 사람이 알고,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스타가 되었지만 이제 절절히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집도 ‘나’를 돌아보는 휴식 공간이 되지 못하면 어디서 충전을 할 것인가.
볼수록 김호중 씨는 진중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를 감당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힘이 보인다. 그는 열 살 때, 그 어린 나이에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를 듣고 통곡을 했다고 한다.
사람아, 사람아 내 하나의 사람아, 이 늦은 후회를 너는 아는지, 열 번도 넘게 그의 노래를,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그를 짓눌렀을 이별의 무게, 삶의 무게가 노래가 된 것이었다. 그는 음악에 혼을 불어넣는 사람, 그리하여 혼신이 된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이 시대의 ‘디오니소스’다.
음악의 신 디오니소스는 고통의 신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평범하지 않은 가정사에 치여 찢기고 뜯긴 디오니소스는 그의 영원한 스승 실레노스의 동굴에서 치유의 시간을 가지며 그가 가지고 태어난 신성한 힘을 깨닫고 고통을 환희로 바꾸는 음악의 신이 되었다. 고통을 모르고는 디오니소스가 될 수 없고, 고통을 환희로 바꿔내지 못해도 디오니소스가 아니다.
그러면 신애라 씨의 표정처럼 기분 좋게 이루어진 정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떠나보내기로 한 많은 옷들을 덜어내고 이루어진 공간 재배치는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그저 잠만 자고 쏙 빠져나갔을 어수선한 집이 쉬고 싶은 공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그것을 보고 나니 내 공간을 다시 살피게 된다. 옷장을 뒤적여 3년 동안 입지 않은 옷을 꺼내고, 책장을 뒤적여 10년 동안 읽지 않았던 책을 꺼냈다. 옷장 속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그 옷들도 나를 얼마나 떠나고 싶었을까. 책장 속에서 빛바래갔던 책들도 또 얼마나 심술이 나 있었을까.
나누든, 버리든 쓰지 않는 것들을 떠나보내지 못하면 집이 아무리 좋아도 좋은 창고일 뿐이다. 거기에 아늑함은 깃들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쓰이지 않는 것들의 심술이라고 부른다. 물론 공간정리는 남이 해주는 것보다 스스로 하는 것이 좋다. 거기서 어려움 헤쳐나간 사람들의 힘 같은 힘이 생기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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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 수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