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처럼… 그때처럼…’
▲ 미래연합 이규택 대표(맨 앞)와 간부들이 천막당사를 짓고 이번 지방선거 필승 결의를 다졌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천막당사’뿐 아니라 ‘우리는 또 속았습니다. 제2의 천막당사 정신으로!’라는 천막당사 외벽에 설치한 플래카드도 여러모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미래연합이 고된 ‘천막당사행’을 결정한 이유도 과거 박근혜 전 대표가 ‘낮은 정신’으로 선거에 임하겠다며 천막당사로 갔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박 전 대표는 2004년 3월 23일, 그해 4·15 총선을 불과 22일 남겨두고 한나라당 당 대표로 선출돼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구한’ 적이 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후폭풍에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던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를 당대표로 선출한 다음 날, 당 간판을 떼고 여의도 허허벌판의 한 공터에 천막당사를 짓고 들어갔다.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박 전 대표는 결국 총선에서 50석도 못 얻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21석을 얻는 저력을 보였다.
미래연합이 ‘제2의 천막당사 정신’을 내세우고 있는 것에서는 당시 박 전 대표가 일궈낸 총선에서의 성공신화를 재현하고자 하는 바람이 묻어난다. 고된 천막당사 생활을 결심한 미래연합 이규택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천막당사에서 고투해 2004년 총선에서 예상외의 결실을 일궈낸 것처럼 우리도 같은 정신으로 이번 선거에 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는 또 속았습니다’라는 문구는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총선에서 친박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 탈락한 뒤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호소했던 것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당시 박 전 대표의 이 말 한마디는 지지층을 대거 결집시키는 촉매제가 되었다.
과연 박근혜 전 대표를 ‘벤치마킹’하며 박 전 대표가 일궈낸 ‘선거신화’를 재현하고자 하는 미래연합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예상외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이를 위해 미래연합은 크게 두 가지의 목표를 세우고 있다. 첫째는 사실상 한나라당으로 흡수된 미래희망연대의 공천탈락자들을 합류시키겠다는 것. 이규택 대표는 “미래희망연대에서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한 후보들이 70여 명 되는데 공천이 하나도 안 됐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국민과 미래희망연대를 기만한 것”이라며 “국회의원 8명은 제명시키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기 붙어 있지만 나머지 95%의 인원들은 다 이쪽으로 왔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또 다른 친박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친박연합’과의 차별화이다. 이규택 대표는 “친박연합에 대해서는 박 전 대표가 확실하게 ‘나와 관계없는 당’이라고 못 박지 않았느냐. 미래연합은 친박 연합과는 다른 ‘분명한’ 친박당임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택 대표는 현재 경기도지사 출마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이기도 하다. 여론조사 상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김문수 현 지사의 지지율은 야권 단일후보에 10%p 미만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만약 이규택 대표가 출마할 경우 김 지사의 지지층 중 일부가 옮겨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김문수 지사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미래연합 측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이규택 대표의 출마 여부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여러 루트로 출마하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래연합은 오는 6·2 지방선거에서 거둘 성적에 따라 박근혜 전 대표의 ‘외곽 세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인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방선거를 ‘조용히’ 맞고 있지만, ‘정통 친박정당’을 표방한 미래연합의 활약 여부에 따라 박 전 대표의 ‘브랜드’도 그 주가를 달리할 것으로 보인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