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뜨면 삼남매도 뜬다’
▲ 삼성SDS 상장설과 함께 이재용 부사장이 이 상장 차익을 경영권 승계에 활용할 거라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
최근 삼성SDS는 글로벌 물류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물류사업의 본격적 전개를 위한 물류회사 인수설도 퍼지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이 계열사 글로비스에 물류 물량을 몰아줘 단시일 내 우량 기업으로 키운 것을 삼성이 벤치마킹할 것으로 관측되는 것이다. 재계와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등 수출 주도형 계열사들을 보유한 삼성그룹의 연간 물류비용을 약 5조 원으로 보고 있다. 삼성SDS가 그룹 물량을 지원받아 역량을 키워나가기 시작하면 글로비스 이상의 성장도 가능할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삼성SDS를 밀어주는 듯한 움직임은 이미 지난해부터 포착됐다. 지난해 9월 삼성SDS와 알짜 계열사 삼성네트웍스의 합병을 선언하고 올 초 합병법인을 출범시킨 것이다. 삼성네트웍스는 지난 2000년 삼성SDS에서 분할된 회사. 매출규모는 삼성SDS의 3분의 1에 불과했지만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수백억 원대의 흑자를 내왔다. 올 초 두 회사가 10년 만에 재결합하면서 삼성SDS는 삼성네트웍스의 네트워크 서비스와 시너지를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IT서비스를 선도할 기업으로의 도약 발판을 마련했다.
증권가에선 삼성SDS가 알짜 계열사와의 합병, 물류업 진출 선언에 이어 ‘상장 카드’까지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를 통해 “SK C&C 등 경쟁사들이 이미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고 성장동력 강화와 대주주 보유지분의 공정가격 확보를 위해 삼성SDS 상장이 고려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사실 지난해 삼성네트웍스 합병 전부터 이미 삼성SDS가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재계에 퍼지기도 했다. 삼성SDS는 지난 2006년부터 매년 줄곧 2000억 원 이상의 당기순이익(흑자)을 내왔지만 최근 수년간 성장이 정체돼 있다는 평가가 있어 상장을 통한 성장동력 장착 가능성이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SI 업계 라이벌 SK C&C가 상장되면서 이 회사 대주주였던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큰돈을 벌어들인 점 역시 삼성SDS 상장설을 부채질하는 요인이었다. 삼성SDS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로, 지분율은 21.67%에 달하며 그 뒤를 삼성물산(18.29%) 삼성전기(8.44%) 등 주요 계열사들이 잇고 있다. 삼성SDS 상장을 통해 주요주주로 참여 중인 계열사들이 경영권 수성에 필요한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매각할 경우 투자자금을 쏠쏠하게 챙길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SDS 상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등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자녀들의 주머니를 크게 불려줄 수 있다는 점 또한 눈길을 끈다. 이재용 부사장은 삼성SDS 지분 8.81%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이 회장 딸들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도 각각 4.18%씩 갖고 있다.
▲ 이부진(오른쪽), 서현 자매. |
이재용 부사장의 경우 경영권 승계에 맞춰 그룹 장악력 강화와 책임 경영 명분을 위해 삼성SDS 상장 차익을 주요 계열사 지분 매입에 활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만약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삼성에 요구해온 지주회사제 전환이 이뤄질 경우 이 부사장의 삼성SDS 상장 차익은 지주사 지분 매입용 실탄으로 활용될 수 있다.
최근 들어 경영활동 보폭을 넓혀가는 이부진-이서현 자매에게 삼성SDS 상장이 후계 경쟁이나 분가 비용 마련의 기회가 될 가능성 또한 점쳐진다. 경영권 승계 시점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이재용 부사장으로 후계자가 정리된다면 이건희 회장과 여동생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경우처럼 이부진-이서현 자매 역시 계열분리를 통한 분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줄곧 거론돼 왔다. 그런데 이들 자매는 호텔신라와 제일모직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삼성SDS가 성공적으로 상장되면 그 차익을 실탄 삼아 이 회장 딸들이 분가 회사 지분 매집에 나설 수도 있는 셈이다. 그 전에 세 남매의 후계 경쟁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실탄은 유용하다.
삼성SDS와 더불어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역시 이 회장 자녀들이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회사다. 이재용 부사장은 25.10%를 보유한 최대주주며 이부진-이서현 자매도 각각 8.37%씩을 갖고 있다.
삼성 측은 삼성SDS 등 비상장 계열사의 상장 가능성에 대해 “아직 내부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으며 상장 검토를 위한 별도 조직도 꾸려지지 않은 상태”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초 김인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이 삼성네트웍스 대표를 겸직하게 되면서 양사 합병설이 불거졌을 때 삼성 측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 결국 지난해 9월에서야 합병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올 초부터 삼성그룹의 물류사업 진출설이 거론됐지만 삼성 측은 이에 대해서도 최근 사업 진출 선언 직전까지 “모르는 일”이라 밝혀왔다.
이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인지 재계와 증권가에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삼성SDS 상장설에 대한 관심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건희 회장 자녀들이 삼성SDS 대주주로 있는 만큼 이 회사의 상장은 투자자금 조달뿐만 아니라 지배구조와 오너일가 승계구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되는 까닭에 삼성SDS 상장설을 향한 뜨거운 시선은 여간해선 식지 않을 전망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