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먹방 다음은 뷰티? 논란 계속될 듯…‘광고 표시 빼고 리뷰처럼’ 요구하는 업체들도 문제
한혜연 스타일리스트 뒷광고 논란이 터진 이후 유명 유튜버가 연일 뒷광고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사진=한혜연 유튜브 채널 ‘슈스스TV’
먼저 이들이 법적 처벌을 받기까지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원유철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1월 광고임을 밝히지 않은 유튜버를 처벌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에는 대가성 광고를 받고 고지하지 않을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하지만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이 법은 폐기됐다. 9월 1일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이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는 금전적 대가를 받고 SNS에 사용 후기를 올릴 때 광고임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경제적 대가를 받고도 이를 숨기고 후기 글이나 방송 중 추천, 간접광고를 통해 홍보할 경우 표시·광고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이들의 뒷광고를 처벌하기도 어렵고 따라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뒷광고 논란이 매일같이 터지고 있지만 밝혀지지 않은 뒷광고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감춰진 뒷광고는 수사를 통해 거래내역 등을 보지 않으면 밝히기 매우 어렵다. 인플루언서가 ‘협찬이 아니고 좋아서 샀다’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눈치만 보는 인플루언서도 많다는 후문이다.
뒷광고 등 인플루언서들의 조작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유튜브 채널 ‘주작감별사’를 운영하는 전국진 씨는 “뒷광고를 했지만 아직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유튜버들이 많다. 그들은 눈치를 보면서 자기 문제가 터지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전 씨는 법적처벌과 별개로 후폭풍은 계속되리라고 예측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담당했던 광고업계 A 씨도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 씨는 다음 뒷광고 논란이 터질 업계를 뷰티 분야로 꼽았다. A 씨는 “패션이 터졌고 다음이 먹방이었다. 다음은 뷰티 분야가 될 것 같다”면서 “뷰티 분야는 광고 시장 자체가 큰 만큼 뒷광고도 패션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브랜드를 위해 영상을 따로 제작하는, 이른바 ‘단독 제작’ 콘텐츠 중심으로 뒷광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별개로 A 씨는 밝혀내기 어려운 PPL(간접광고)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 씨는 “PPL은 돈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밝히기 쉽지 않다. 책상 구석에 콜라 한 병 갖다 놓고 PPL로 돈 받으면 그게 PPL로 받은 건지 그냥 마시려고 갖다 둔 건지 알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뒷광고 세계를 설명하는 유튜버 홍사운드. 사진=홍사운드 유튜브 채널 캡처
최근 전 씨는 구독자 43만 명 채널인 야생마TV가 조작 영상을 만들어 특정 회사를 홍보한 것을 밝혀내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전 씨는 광고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법을 묻는 질문에 “영상을 보다가 뭔가 ‘쎄한’ 느낌이 올 때가 있다. 갑자기 맥락 없이 특정 브랜드를 집어 넣은 느낌이 나면 광고인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인플루언서들이 광고 표시를 하지 않은 이유가 ‘광고료를 받고 세금 신고를 하지 않기 위해서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두고 탈세와 연결 짓는 건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 유명 유튜브 채널을 여럿 운영하는 B 씨는 “일반적으로 대형 브랜드가 광고 계약을 체결할 때 현금으로 줄 수가 없다. 대행사 통해 계약하고 돈을 지급하는 건 전부 세금 신고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고를 맡기는 업체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리뷰 전문 유튜버는 “광고와 리뷰를 철저하게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유튜버는 “유튜버들이 솔직 리뷰라고 하면 광고 효과는 커진다. 그래서인지 광고 표시를 안하고 리뷰인 것처럼 해주길 기대하는 업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리뷰 영상을 맡기면서 광고처럼 해달라는 곳이 너무 많다. 리뷰 내용을 점검하며 ‘이 내용은 빼라’, ‘이 내용은 집어 넣어라’고 하는 경우는 흔하다. 영화 광고와 평론이 다르듯 리뷰면 리뷰, 광고면 광고로 구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B 씨는 “보통 구독자는 광고를 지나치게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그런 시선 때문에 유튜버들이 뒷광고 유혹에 빠졌을 수도 있다”면서 “광고 없이 조회수 수입만으로 유지가 가능한 채널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기업형으로 키우려면 광고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광고를 좀 더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