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겨진 귀환, 진실을 말해다오
▲ 지난 16일 백령도 해상에서 바지선에 탑재돼 있는 천안함 함미. 연합뉴스 |
합동조사단 측은 지난 4월 16일 브리핑을 통해 “선박의 좌측에서 큰 힘이 작용, 선체를 포함한 철판들이 안쪽으로 휘어 있고 우측에는 파손이 생겨서 열려 있는 상태”라며 “우측에서 보면 마치 이곳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보이고 그런 형태의 파손은 외부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5일 함미가 인양되기 전까지 천안함의 사고 원인과 관련해 갖가지 추측과 주장들이 난무했다. 내부 폭발 가능성을 비롯해 좌초, 피로 파괴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 바 있고, 외부 충격과 관련해서도 기뢰냐 어뢰냐 여부에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인양작업이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무성했던 추측들이 하나 둘씩 정리돼 가고 있고 침몰 미스터리도 서서히 그 베일이 벗겨지고 있는 형국이다.
천안함이 침몰하고 20일 동안 그 원인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온라인에서는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에 의해 황당한 시나리오들까지 등장했다. 승조원에 의한 자폭설과 우리 해군의 오폭설, 심지어는 미군 핵잠수함과의 충돌설까지 제기됐다.
이에 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민·군 합동조사단은 각종 의혹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 듯 집중적으로 제기되는 몇 가지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합조단의 윤덕용 공동단장은 내부 폭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천안함 함미 선체 부분을 조사한 결과 탄약고와 연료탱크, 디젤 엔진실에는 손상이 없었고 가스터빈실의 화재 흔적도 없었으며, 전선 피복상태도 양호했다”며 “선체의 손상형태로 볼 때 내부폭발에 의한 선체절단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천안함 생존 장병의 눈물을 닦아주는 실종자의 어머니. |
합조단은 결국 외부 폭발에 의한 충격으로 침몰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윤덕용 공동단장은 “선체 절단면과 선체 내외부에 대한 육안 검사결과 내부 폭발보다는 외부 폭발의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최종적인 원인 규명은 함수를 인양하고 잔해물을 수거한 후에나 가능하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세부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합조단은 아직까지 기뢰나 어뢰 등 보다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어뢰에 의한 침몰 가능성에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특히 초계함급의 천안함을 단번에 침몰시킬 수 있는 수중무기는 경어뢰와 중어뢰, 기뢰 등을 꼽을 수 있지만 기뢰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뢰는 일반적으로 단발이 아닌 여러 발을 설치해야 목적을 이룰 수 있는데, 단발의 기뢰로 88m 길이의 초계함을 명중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탄두중량 270여㎏의 경어뢰나 300여㎏ 이상의 중어뢰에 의해 가격당했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선체가 파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직격(직주)어뢰보다는 함정의 스크루 소리를 따라가 배 밑에서 폭발하는 감음식 버블제트 어뢰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작전사령관 출신의 안기석 예비역 중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배의 통로나 바닥에 깔린 초록색 우레탄이 갑판까지 솟구칠 정도의 충격이라면 어뢰에 맞아 침몰했을 가능성이 99.9%”라며 “파손 상태로 미뤄 버블제트 어뢰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 살아남은 천안함 장병들이 실종 동료에게 쓴 편지. |
일각에서는 시신의 상태가 대부분 온전하다는 점, 생존자들의 상태가 양호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어뢰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합동조사단이 외부 충격에 의한 폭발로 잠정결론을 내린 만큼 향후 조사는 북한의 잠수함 공격 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남북간 대치 상황을 감안할 때 북한을 의심할 수는 있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파편이나 잔해를 찾지 못할 경우 이번 사건은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때문에 군은 사고해상 반경 500m 해상에서 무인탐사정인 ‘해미래호’를 투입해 잔해나 파편 조각 등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다. 만약 성과가 없으면 쌍끌이 저인망 어선을 이용해 파편을 수거한다는 계획이다.
함미 인양으로 본격화되고 있는 천안함 침몰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과연 풀릴 수 있을까. 또 버블제트 어뢰에 의한 피격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군 당국이 북한의 어뢰 공격 가능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물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