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정치성향 크게 반영’ ARS 방식 갑론을박…휴대전화 면접 100% 토종업체 4곳 공동 조사 등장
리얼미터가 8월 13일 발표한 8월 둘째 주 정당 지지도 결과. 사진=리얼미터 홈페이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8월 13일 발표한 8월 둘째 주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33.4%, 통합당이 36.5%를 기록하며 통합당이 창당 이후 처음 민주당을 앞선 것. 보수계열 정당이 민주당 지지도를 역전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던 2016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후 17일 결과 발표에서 민주당은 34.8% 통합당 36.3%로 차이가 1.5%포인트(p)로 줄었지만 순위가 뒤집힐 정도는 아니었다.
최근 부동산 정책 문제 등으로 여러 여론조사기관 정례조사 결과의 ‘흐름’과 ‘추세’는 일관되게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가 충격을 주는 것은 하락에서 그치지 않고, 통합당이 추월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같은 주 조사해 8월 1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전주 대비 4%p 하락한 33%, 통합당이 2%p 상승한 27%를 기록했다. 양당이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소 격차를 보이긴 했지만 크로스가 일어나진 않았다.
이런 결과를 두고 리얼미터는 친여권 지지자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그동안 친정부·친여권 조사결과를 내놓는다고 보수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온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실제 보수 일각에선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다른 조사기관에서는 30%대에 진입했는데, 리얼미터 조사에서만 40%대 후반을 유지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2005년 설립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현재 한국갤럽과 양대 여론조사기관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리얼미터는 박근혜 탄핵 정국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리얼미터 매출은 2017년 매출 40억 8886만 원에서 2018년 62억 2502만 원으로 상승했다. 2019년에는 53억 3999만 원으로 다소 줄긴 했다. 영업이익 역시 2017년 4억 5526만 원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4억 1638만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2019년 다시 2억 7914만 원 손실을 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2017년 4억 5600만 원 순손실에서 2018년 4억 1963만 원 순이익, 2019년 6억 7067만 원 순이익으로 매년 성장해왔다.
이러한 성장세와 달리 리얼미터의 조사방식을 둘러싼 공방은 끊이지 않고 있다. 어느 여론조사기관보다 조사결과 진폭이 큰 것은 이러한 조사방식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얼미터는 기계 음성을 듣고 참여자가 직접 전화기 다이얼을 눌러 답하는 ARS 방식을 기본으로 한다. 정례조사 조사개요에 따르면 무선 전화면접은 10%고, ARS는 유무선 혼용해 90%다.
조사학계에서는 ARS 방식이 통화거절 비율이 높고 응답률이 낮아, 특정 정치성향이 크게 반영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기계음성이라 응답자가 중간에 전화를 끊기 쉬워, 결국 진보나 보수 정치고관여층이 끝까지 응답해 특정 정치성향의 응답이 몰린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업계 관계자는 “정치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만 표집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어 국민 전체의 여론이 반영된다고 보기 어렵다. 대표성이 불완전하다”고 우려했다.
반면 기계음성으로 진행돼 응답자가 정치적 성향을 노출하는 데 따른 부담이 적어, 좀 더 솔직한 답변을 하는 경향을 보여 ‘숨은 보수’나 ‘숨은 진보’를 잡아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갤럽은 ‘면접조사’ 100%를 채택하고 있다. 사전에 준비된 설문지를 상담원이 읽고 응답자의 대답을 듣는 방식이다. 한국갤럽 조사개요에 따르면 휴대전화 면접 85%에 집전화 15%다.
전화면접 방식은 상담원이 직접 질문을 하다보니, 정치에 관심 없는 응답자들도 폭넓게 대답해 중도성향의 여론이 ARS보다 더 잘 잡힌다는 장점이 있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토종 여론조사기관 4곳이 뭉쳐 공동 수행한 8월 첫째 주 NBS 전국지표조사 정당 지지도 결과. 사진=NBS 전국지표조사 홈페이지
이런 가운데 한국갤럽과 리얼미터가 양분한 대통령·정당 지지도 정례조사에 새로운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NBS 전국지표조사’다. NBS 전국지표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토종 여론조사기관 4곳이 뭉쳐 공동 수행하는 조사 이름이다. 지난 7월 11일 첫 정례조사를 시작으로, 2주일에 한 번씩 발표하고 있다.
NBS 전국지표조사는 목표에 대해 “정부·정치권·언론 등 공적영역에서 비과학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무분별한 비평과 오판이 횡행하고 있다”며 “조사회사와 여론조사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 사회 각층의 여론을 제대로 짚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사방법으로 NBS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조사 100%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NBS의 문제의식이 리얼미터를 향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최근 리얼미터를 향한 비판이 이러한 분석에 더 힘을 싣고 있다. NBS의 한 관계자는 “리얼미터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면서도 “NBS는 제대로 된 조사방법론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고 전했다.
8월 6일부터 9일까지 조사한 8월 첫째 주 NBS 전국지표조사 정당지지도에서 민주당은 2주 전 대비 3%p 하락한 34%, 통합당은 3%p 상승한 27%를 기록했다. 조사 시점은 다소 다르지만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리얼미터와 한국갤럽, NBS 전국지표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여론조사업체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그동안 리얼미터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도가 여타 조사기관에 비해 높게 나와 ‘편향됐다’는 보수진영의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결과가 뒤집히자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편향성’ 비판을 받고 있다”며 “여론조사는 특정 진영에 칭찬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공정성을 갖추고 일정한 조사방법론으로 결과를 내놓으면 된다. 그 수치는 각자가 알아서 받아들이고 분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부동산 문제와 민주당의 성인지부조화로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세인 것은 분명하다. 통합당은 무당층에 있던 보수지지자가 합류하며 지지도가 올라갔다”며 “하지만 민주당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수준은 아니다. 위기를 돌파한다면 지지율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통합당 지지율 역전에 대해서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리얼미터 ARS 방식은 정치고관여층 참여가 높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자가 실망해 이탈했다고 통합당에 합류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며 “ARS는 전화면접조사와 달리 응답자의 나이와 성별 등 정보를 직접 입력한다. 이 과정에서 엉뚱하게 답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표본의 오류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ARS와 전화면접 방식은 각각의 특성이 있다. 어느 조사가 틀렸다고 배척할 게 아니라 어떤 조합이 여론을 정확히 반영하는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