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차 20대·장갑차 3대 ‘철통경호’
▲ 지난 5일 남아공에 입성한 대표팀은 숙소에서 20여 분 떨어진 루스텐버그 올림픽파크 스타디움(아래 사진)으로 이동해 가벼운 몸풀기를 시작했다. |
2010남아공월드컵 취재를 위해 6월 4일 한국을 출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베이스캠프가 있는 루스텐버그의 기자단 숙소에 도착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24시간. 홍콩을 경유해서 요하네스버그공항 도착 후 버스를 이용해 루스텐버그까지 이동하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린 셈이다.
기자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정리한 뒤 곧장 오후 4시부터 시작되는 대표팀 훈련을 취재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같은 날 남아공에 입성한 대표팀 선수들을 만나는 것으로 월드컵 취재 첫 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한국대표팀 선수단이 묵는 곳은 루스텐버그의 헌터스레스트호텔.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지에서 독일 뮌헨을 거쳐 곧장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공항에 도착한 태극전사들은 간단한 입국 심사만 거친 후 별도의 게이트를 통해 공항을 빠져 숙소로 향했다. 공항에서 루스텐버그까지 2시간 30분여 동안 경찰차 7대와 헬기 1대가 대표팀 선수들을 실은 버스를 호위하며 선수들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압권은 선수단 숙소 주변의 경찰차와 장갑차의 숫자. 경찰차만 무려 20대가 배치돼 있고 장갑차도 3대나 서 있는 등 역대 어느 월드컵보다 치안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다.
남아공 입성 첫날부터 훈련을 시작한 대표팀 선수들은 숙소에서 20분여 떨어진 루스텐버그 올림픽파크 스타디움에 도착 후 가벼운 러닝으로 몸풀기를 시작했다. 모처럼 23명 선수 전원이 훈련에 참가했지만 골잡이 박주영이 전날 오스트리아에서 있었던 족구 시합 중 왼쪽 팔꿈치가 빠져 압박붕대를 한 게 눈에 띄었다.
이원재 축구대표팀 미디어담당관은 “남아공에 도착하자마자 박주영을 데리고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약간의 부종만 있을 뿐 뼈에 금이 가거나 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이틀 정도 지나면 100%의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고,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 출장에 문제가 없다”고 확신했다.
훈련 후 있었던 선수들 인터뷰에서 김정우는 “이제 모든 평가전은 다 끝났다. 모든 걸 그리스전에 맞춰서 훈련 중”이라면서 “스페인전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그리스의 세트플레이나 크로스, 코너킥 상황에서의 헤딩을 조심하도록 더 많은 집중과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조용형은 먼저 부상으로 대표팀을 떠난 곽태휘에 대해서 “태휘 형의 존재가 큰 힘이 됐었는데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면서 “태휘 형 몫까지 더 열심히 뛰겠다”라고 남아공 입성 소감을 대신했다. 조용형은 월드컵 직전 선수들한테 가장 중요한 부분을 ‘소통’으로 꼽았다.
“감독님이 평소 생활할 때나 훈련 중에도 수비와 미드필더 간에 많은 대화를 나누라고 강조하셨다. 그래서 (기)성용이와 (김)정우 형이 자주 대화를 나누려고 애를 쓰는 편이다.”
조용형은 또한 북반구의 여름이었던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지에서 남반구의 겨울 남아공으로 환경이 바뀐 데 대해 “시차가 없어 너무 좋은 데다 지난 1월 남아공 전지훈련을 왔을 때보다 날씨가 더 좋아서 훈련하는데 부담이 없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허정무 감독에게 ‘언제쯤 베스트 11을 완성할 예정이냐?’라고 묻자, 그는 “어쩌면 내 머릿속에 이미 완성이 돼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그리스전이 며칠 남은 만큼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는 말로 에둘러 표현했다. 허 감독은 그리스전까지 선수들 훈련과 회복을 반복하는 스케줄을 짜 놓은 후 선수들 몸 상태와 훈련 과정을 좀 더 지켜본 후 최종 베스트 11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이 꿈꾸는 원정 첫 16강 진출을 이룰 수 있을지는 오로지 선수들 발에 달려 있다. 오는 6월 12일이 그 첫 단추를 끼우는 날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루스텐버그=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