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편, 첫 주연 속 ‘사랑스러운 수혜자’…이상이와 ‘사돈 커플’로 시청자 애정 듬뿍
최고 시청률 37%를 기록한 KBS2 주말드라마 ‘한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이초희는 사랑스러운 셋째 딸 송다희 역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진=굳피플 제공
이초희에게 ‘송다희’란 캐릭터는 각별했다. 극 중 송다희는 양다리를 걸친 전 약혼자에게 파혼을 당하고, 상사의 폭언과 사내 괴롭힘을 참지 않고 회사에 사표를 낸 뒤 28세에 대학 편입을 택하는 등 다사다난한 인생 2막을 보내던 중, 새로운 사랑을 맞아 ‘직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초희는 송다희의 이런 모습을 연기하며 캐릭터의 성장사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을 작품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다희는 지금까지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 중에 처음으로 성장한 모습을 마무리짓는, 제가 보여주고 싶은 성장한 모습을 다 보여준 캐릭터였다고 생각해요. 그게 이제까지 연기해 온 캐릭터들과 다희의 가장 큰 차이고요. 조금 더 롤이 크고 방송 횟수가 길다 보니까 (다희가) 편입도 성공했고, 아동심리학 선생님도 됐고, 본인이 원하는 사랑도 찾았죠. 다희가 하고 싶었던 모습들, 속으로 ‘난 이거야’ 하면서 고집을 피웠던 모습들, 다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들을 다 보여주고 끝이 난 것 같아요. 그런 작품은 제게도 처음이었어요.”
로맨스 스토리도 빠질 수 없었다. 이혼과 파혼이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다루는 작품 속에서 송다희와 그의 연인 윤재석(이상이 분)은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나는 순수한 로맨스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녹여 왔다. 특히 송다희 커플의 경우는 둘째 언니 송나희(이민정 분)와 형부 윤규진(이상엽 분)의 이혼 후 재결합과도 맞물려 있어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이 눈길을 뗄 수 없도록 만들기도 했다. 윤규진-윤재석 형제와 송나희-송다희 자매의 겹사돈이 이 작품에서 가장 큰 이야깃거리였던 덕이다. 그렇다면 정작 연기한 이초희는, 이 기묘한 사돈 관계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첫 장편, 첫 주연, 첫 주말드라마라는 점에서 ‘한다다’는 작품으로도, ‘송다희’라는 캐릭터로도 이초희에게 각별한 작품이었다. 사진=굳피플 제공
이초희와 함께 일약 ‘로맨스 청춘스타’로 발돋움한 이상이(윤재석 역)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이초희가 직접 꼽은 기억에 남는 장면과 명대사에도, 촬영 중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 가운데도 이상이가 빠지지 않을 정도였다.
“재석이가 다희에게 해준 말 중에 ‘Just be myself(자신답게 살아라)’라는 대사가 있어요. 다희가 퇴사를 한 후 편입을 결심하게 되는 장면에서 나오는데, 다희가 성장하는 모든 흐름에 어떤 작은 불씨, 용기를 준 신이었죠. 다희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신이기도 했어요. 낯선 사람의 한마디가 큰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는 거니까요. 또 이후에 재석이랑 결혼 허락을 받았을 때 비가 내렸거든요. ‘와 윤재석이랑 결혼한다’ 하자마자 비가 정말 많이 오는 거예요(웃음). 행복한 미래인데 소나기가 정말 많이 쏟아지더라고요. 그런데 컷 소리가 안 들려서 그냥 이어갔어요. 영화 ‘어바웃 타임’ 보면 결혼식 날에 비가 엄청 오잖아요. 그런 느낌이어서 좋더라고요. 사실 연결만 맞출 수 있다면 그대로 썼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풀샷부터 찍어서 안 됐어요(웃음).”
호흡이 긴 주말 드라마를 종영하고 난 배우들이 대부분 그렇다지만, 이초희는 작품에 대해서도 캐릭터에 대해서도 이처럼 특히 더 눈에 띄게 넘치는 애정을 표현했다.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본격적인 연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연차로 벌써 10년차. 이후 2015년까지 다양한 독립영화와 단편영화에 이름을 올렸고, 2014년부터는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천천히 각인시켜왔던 그였다. 그런 만큼 주말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었던 인기작 속에서도 인기 커플로까지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그 기회가, 이초희에게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 수 있었다.
2011년 영화 ‘파수꾼’을 시작으로 올해로 연기 인생 10년차를 맞이한 이초희는 욕심나는 캐릭터나 장르를 묻는 질문에 “다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굳피플 제공
앞으로 우리는 이초희를 좀 더 자주, 그리고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품의 성공을 발판으로 더욱 넓은 영역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초희에게 ‘연기 욕심’이라는 키워드를 던져 봤다. 기대한 것 이상의 답변이 돌아왔다.
“저는 이 역할, 이 장르를 꼭 해 보고 싶다고 할 때 딱 한 가지만 꼽고 싶지 않아요. 세상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존재하니까요, 그 많은 사람들을 다 해 보고 싶어요(웃음). 저에게 있어 배우로서의 목표는 ‘단 한 순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 것’입니다. 배우가 나의 업이니까, 제 일의 지침 같은 거죠. ‘허투루 쓰지 말자, 단 1초도’. 그런데 잘 안 돼요(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