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숨 시리즈’로 아티스트 복귀 “연기도 구혜선필름 활동도 다 열어두고 검토중”
2009년 ‘구혜선 소품집-숨’, 2015년 ‘숨2: 십 년이 백 년이 지난 후’에 이어 5년 만에 구혜선이 ‘숨3’으로 돌아왔다. 사진=MIMI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년, 유난히 싱그러웠던 봄바람을 기억하며 만든 앨범”이라고 소개한 이 앨범의 타이틀곡은 ‘새로운 연인을 위하여’. 구혜선이 겪었던 이전까지의 상황이 연상될 수밖에 없는, 다소 의미심장한 제목이다. “새로운 꿈을 위한다는 의미도 있어요. 제게 꿈은 연인과도 같거든요.” 어떤 의미로 해석되든, 구혜선과 그들의 팬들에게 반가운 ‘새로운 시작’인 셈이다.
‘숨3’으로 돌아온 구혜선은 일요신문 인터뷰를 통해 “설레는 감정을 그대로 담아봤다”며 앨범을 소개했다. 타이틀곡인 ‘새로운 연인을 위하여’를 비롯해 총 9곡이 수록된 이 앨범의 테마는 ‘Love Poem’, 사랑 시다. 이전 앨범이 인생의 계절과 죽음의 심오함을 다뤘다면 이번 앨범은 아주 산뜻한 감성의 삶을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랑의 세레나데를 해보고 싶었어요. 전체적으로 무겁지 않게 작업하려고 했죠. 설레고, 또 설레는 감정 그대로를 아주 산뜻하고 상큼하게 담아보려고요. 올해 봄부터 작업했는데 오랜만에 복학한 학교에서의 봄바람이 너무도 좋고 충만해서 충동적으로 작업했던 것 같아요. 캠퍼스 특유의 싱그러움도 작업에 좋은 영향을 많이 줬고요.”
타이틀 곡인 ‘새로운 연인을 위하여’는 아무래도 구혜선의 이전 상황과 떼어놓을 수 없는 제목처럼 들린다. 이에 대해 그는 “새로운 연인은 새로운 꿈을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MIMI엔터테인먼트 제공
그 가운데서도 타이틀곡인 ‘새로운 연인을 위하여’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지난해부터 불거졌던 그의 전 연인 안재현과 불화와 이혼 소송은 마무리가 된 후에도 여전히 구혜선의 뒤를 따라 다녔다.
이런 류의 논란에서 주로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더 크고 선명한 주홍글씨를 달고 다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구혜선의 활동 재개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용기가 필요했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이 같은 관심에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답했다. 마치 그 정도의 논란은 구혜선의 앞날에 어떤 걸림돌도 되지 않는다는 듯이.
“사실 타이틀곡 제목의 ‘새로운 연인’은 ‘새로운 꿈’을 의미해요. 새로운 꿈은 제게 다시 새로운 연인이 되는 거죠. 저는 항상 꿈을 꾸는 것을 좋아해요. 앞으로도 계속 꿈을 꾸며 제 갈 길을 가려고요. 이 노래를 들으시면서 어느 봄날, 학교에서 느꼈던 싱그러운 봄바람을 여러분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곡이에요.”
이 앨범은 구혜선이 새로운 소속사에 둥지를 튼 뒤 처음으로 발매한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오랜 인연을 계기로 선택하게 됐다는 MIMI엔터테인먼트와의 만남에 대해 구혜선은 “의리”라는 한 단어로 표현했다.
“의리는 단번에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의리를 신뢰해요. 그리고 저는 복잡한 걸 싫어하고, 설명을 길게 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데 (MIMI엔터테인먼트) 대표님은 그걸 너무도 잘 아시는 분이에요. 제가 처음 연출했던 2007년에 진행을 도와주셨던 분이 바로 대표님이셨거든요. 그래서 (MIMI엔터테인먼트를 선택한) 이 부분은 대표님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앞으로 구혜선의 더 활발한 활동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구혜선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답했다. 사진=MIMI엔터테인먼트 제공
그가 인연을 맺는 데 첫 번째 필수조건이라 꼽은 이 의리는 ‘숨 시리즈’ 앨범을 함께 한 최인영 프로듀서에게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끼쳤다. 벌써 10년째 음악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는 그에게도 구혜선은 인연이 깊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농담을 던지며 친분을 자랑했다.
“최인영 프로듀서님과는 ‘숨1’을 작업할 때 편곡을 해주시면서 알게 됐어요. 저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는 편이라 아주 자연스럽게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잘났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프로듀서님도 잘났고 (본인도) 잘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인연이 계속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이런 자화자찬 마인드로 일을 합니다(웃음). 이런 자신감은 서로를 굉장히 발전적으로 성장하고, 생산해 내게 만들거든요.”
이 같은 자신에 대한 깊은 믿음을 바탕으로 구혜선은 앞으로 활동을 이전보다 더욱 활발하게,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기자로서 그를 다시 기대하는 것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외 영역에서 구혜선이란 이름 석 자를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의 앨범 ‘숨3’은 지난 2일 발매 직후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의 피아노 뉴에이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우선 절반의 성공은 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연기, 할 수 있으면 해야죠. 열어두고 생각하고 있고, 또 고민하고 검토하고 있어요. ‘구혜선 필름’으로는 아주 활발하게 활동할 계획이에요. 우선은 제22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의 심사위원 일정, ‘숨’ 시리즈의 영상 제작, 내년 준비 중인 전시 등 다양한 활동을 준비 중입니다. 저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