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까지 논평 냈지만 “음악 표현했을 뿐, 다른 의도 없어” 입장 내놔
블랙핑크의 신곡 ‘Lovesick Girls’의 뮤직비디오 속 제니의 간호사 코스튬이 논란이 됐다. 사진=뮤직비디오 캡처
문제가 된 뮤직비디오는 지난 2일 공개됐다. 뮤직비디오 속에는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가 ‘No doctor could help when I’m lovesick‘(내가 사랑에 아파할 때에는 어떤 의사도 소용없다)는 가사를 간호사와 환자 1인 2역 연기로 표현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 속에서 간호사 역할을 하는 제니는 하트가 그려진 헤어캡과 짧고 몸에 딱 붙는 흰 유니폼을 입은 채 붉은색 하이힐을 신고 등장했다. 전형적인 간호사의 성적대상화 코스튬이다.
이에 지난 5일 보건의료노조는 논평을 내고 “(뮤직비디오 속 간호사 복장은) 현재 간호사의 복장과는 심각하게 동떨어졌으나 ‘코스튬’이라는 변명 아래 기존의 전형적인 성적 코드를 그대로 답습한 복장과 연출”이라며 “간호사는 보건의료노동자이자 전문 의료인임에도 해당 직업군에 종사하는 성별이 여성이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성적대상화와 전문성을 의심받는 비하적 묘사를 겪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간호사들이 오랜 기간 투쟁해왔음에도 YG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에서 간호사를 성적대상화해 등장시켰다”라며 “미디어 속이 아닌 실제 병원 현장에서 간호사들은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감염의 위협을 무릅쓰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여전히 간호사들은 갑질의 대상이 되거나 병원 노동자 중 가장 높은 비율로 성폭력에 노출돼 있다. 대중문화가 왜곡된 간호사의 이미지를 반복할수록 이러한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위터 등 SNS 등지에서도 #간호사는코스튬이아니다 #Stop_Sexualizing_Nurses(간호사를 성적대상화 하지 말라) #nurse_is_profession(간호사는 직업이다)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YG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뮤직비디오 속 제니는 전형적인 간호사의 성적대상화 코스튬을 착용하고 나와 논란이 일었다. 사진=뮤직비디오 캡처
상황이 심각해지자 YG는 6일 공식입장을 내고 해명에 나섰다.
이날 YG는 “먼저 현장에서 언제나 환자의 곁을 지키며 고군분투 중인 간호사분들에게 깊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며 “뮤직비디오 중 간호사와 환자가 나오는 장면은 노래 가사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정한 의도는 전혀 없었으나 왜곡된 시선이 쏟아지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라며 “뮤직비디오도 하나의 독립 예술 장르로 바라봐 주시길 부탁드리며, 각 장면들은 음악을 표현한 것 이상 어떤 의도도 없었음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제작진은 해당 장면의 편집과 관련해 깊이 고민하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뮤직비디오의 선정성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져도 묵묵부답을 고수해 왔던 YG가 이 같은 공식입장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간호사에 대한 오랜 성상품화적인 콘셉트를 그대로 이용하고도 ”특정한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 일선 간호사들은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SNS에서 YG 비판 해시태그 운동에 참여한 한 간호사는 ”할로윈 섹시 코스튬이나 서양 포르노 판타지에서 그대로 따온 복장을 입혀 놓고 가사에 따른 표현을 했을 뿐이니 특정 의도가 있는 게 아니다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라며 ”집단을 성적대상화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 예술이 대체 무슨 가치가 있는지 묻고 싶다“며 날선 비판을 이어가기도 했다.
한편 논란의 ’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는 공개 사흘 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 뷰를 넘어섰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