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사건 이후 첫 공개 출석…양현석 법정 세울 ‘한 방’ 날릴까
소속 가수의 마약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사건 관계자를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 사건 관계자는 23일 첫 검찰 출석에서 협박을 받은 사실을 다시 한 번 밝혔다. 사진=최준필 기자
이번 사건의 공익신고자이자 걸그룹 연습생 출신 한 아무개 씨는 이날 오전부터 공익신고자 및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5월 수원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아 재수사를 실시해온 바 있다.
이날 검찰청에 모습을 드러낸 한 씨는 “(양현석 전 대표의) 회유나 협박으로 진술을 번복한 게 맞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맞다”고 대답했다. 다만 구체적인 회유 내용과 관련한 질문에는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한 후 나중에 따로 말씀 드리겠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한 씨는 지난 2016년 불거졌던 비아이의 마약 구매 및 투약 의혹 사건에서 비아이에게 마약을 교부해 준 중간책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그는 수사를 맡은 용인동부경찰서에서 3차례의 조사를 받던 중 마지막 조사에서 이제까지의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두 차례의 조사에서는 비아이의 요청에 따라 그에게 마약을 건넸다고 진술했으나 변호사를 대동한 마지막 조사에선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것.
사건의 공익신고자 한 씨는 2016년 당시 YG 사옥으로 불려가 진술 번복을 협박·회유 당했다고 밝혔다. 사진=이종현 기자
양 전 대표는 한 씨에 대한 범인도피 교사 혐의도 받고 있다. 한 씨가 무사히 진술을 번복하자, 당시 그의 소속사 대표에게 “한 씨를 미국으로 보낼 것”을 요구한 혐의다. 실제로 대표에게 이 같은 말을 전한 것은 YG 관계자였으나 수사기관은 이 과정에서 양 전 대표의 직간접적인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씨는 지난해 6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신고했다. 권익위는 위원회 의결을 거쳐 사건을 대검찰청에 이첩했고, 대검은 이를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이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수원지검을 거쳐 사건은 다시 지난달부터 서울중앙지검이 맡아 수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이 사건으로 양 전 대표를 법정에 세울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양 전 대표는 앞서 ‘버닝썬 게이트’로부터 촉발한 YG엔터테인먼트의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 검경의 수사를 받아왔다. 특히 빅뱅의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30)과 나란히 경찰서 포토라인에 섰던 상습도박 혐의의 경우는 검찰에서 ‘단순도박’ 혐의로 최근 약식기소했다. 도박 과정에서 YG 미국 법인 등의 돈을 유용하거나, 미국에서 달러를 빌리고 국내에서 원화로 갚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는 불기소 처분으로 일단락 난 상태다.
마약 투약 및 매매 폭로 이후 비아이는 아이콘을 탈퇴하고 YG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도 해지했다. 사진=YTN 뉴스화면 캡처
이런 가운데 한 씨의 주장과 진술, 증거를 바탕으로 한 양 전 대표의 보복 협박 혐의는 수사기관 관계자들도 기소 가능성을 두고 확신에 찬 분위기다. 이미 협박이 이뤄진 날 한 씨를 YG 사옥에 부른 YG 측 직원이 “양현석 전 대표의 지시로 한 씨를 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한 씨와 함께 세 번째 경찰조사에 나타난 변호사에 대해서도 보복 협박 방조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이 변호사는 양 전 대표가 한 씨의 진술 번복을 위해 그에게 붙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표에게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변호사 비용을 YG 법인의 비용으로 충당했다는 혐의(업무상 배임)도 추가됐다.
양 전 대표의 도피 교사에 따라 한 씨를 미국으로 도피시키려 한 한 씨의 전 소속사 대표도 경찰의 수사대상이다. 이 소속사 대표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이 아무개 회장(53·수배중)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에게 이 같은 요청을 한 YG 측 일본 활동 담당 관계자 강 아무개 씨도 양 전 대표와 함께 범인 도피 교사 혐의로 기소 의견 송치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한 씨의 조사를 통해 추가될 새로운 증언이나 증거 등을 토대로 양 전 대표의 기소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