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과 태릉골프장 개발 관련 국토부, 구두협의 사업강행. 공식적 협의 절차 없어 논란
배현진 국회의원이 정재숙 문화재청장에게 질의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배현진의원실 제공)
[대전=일요신문] 남윤모 기자 = 배현진 의원(국민의힘 송파을 /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 12일 문화재청 국정감사를 통해 최근 국토부를 중심으로 강행하고 있는 세계유산 주변 태릉골프장 택지개발 사업에 대해 질의했다.
배 의원이 지적한 사항은 크게 2가지로 풀이된다.
첫째, 배 의원이 공개한 조선왕릉 세계유산 등재 결정문에 따라 유네스코에서 등재 및 보존의 조건으로 궁릉에 묻혀 있는 왕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경관 보존과 시야의 확보를 위해 아파트와 같은 건축물이 들어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둘째, 문화재청이 세계유산인 태릉의 완전한 복원을 위해, 국토부가 지정한 태릉 택지개발구역 내에 존재하는 태릉의 연지 부지 매입 및 복원계획을 세웠다는 점이다.
여기서 연지란, 왕릉을 만들 때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유교적 자연조건과 함께 조선왕릉이 뒤틀리지 않도록 스펀지 역할을 해줌은 물론, 궁릉 방재 역할 또한 담당했던 연못이다.
배 의원은“문화재청에서 작성한 2015년 용역 보고를 통해 태릉 골프장 내에 있는 연지부지를 매입 및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면서“세계유산의 지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은 시야를 가리는 아파트와 같은 경관 훼손을 피하고, 도로 건너편에 있는 연지를 잘 보전하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배 의원의 질의에 동의를 표한 뒤 “문화재청의 기준은 우리가 보존하고 미래세대에 전해야 할 문화유산의 완전한 원형 보존”이라면서“그 기준에 따라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답했다.
유네스코의 조선왕릉 세계유산 등재 당시의 결정문 중. (배현진 의원 실 제공)
문화재청장이 언급한 태릉 문화유산의 완전한 원형 보존은 연지부지의 매입 및 복원은 물론, 태릉골프장 전체를 포함하는 태릉의 원형복원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부가 이미 해당 부지에 1만 가구 택지개발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밖에 문화재청과 협의 후 진행했다던 국토부의 발표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배 의원은“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는 국토부의 주장과는 달리 구두 협의만 진행했다”면서“세계유산과 국토 택지개발에 관한 아주 중요한 사업임에도, 공문이나 회의록 하나 없이 일을 진행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지난해가 조선 왕릉의 세계유산 등재 10주년인 만큼, 그 엄중함을 잘 알고 있다”면서“정부 정책이 발표되었을 때 내부 논의를 했으나 지구지정이 되지 않은 상태여서 바로 대응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과의 협의 아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국토부의 입장과는 달리 세계유산 보존의 엄중함을 중점으로 보고 있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배 의원은 마지막으로 “어렵게 세계유산으로 등록한 우리 문화재가 유네스코에서 제시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탈락하는 일 없도록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윤모 충청본부 기자 ilyo08@ilyo.co.kr